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국 드라마중에 하나인 'CSI'
외국 드라마의 홍수~ 2000년 들어서면서 케이블은 앞 다투어 외국 드라마를 국내에 선보이고 있다. 그만큼 한국 드라마 시청자들은 외국드라마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한일문화교류이후 슬금슬금 일본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찾아오더니, 이제는 미국 드라마가 입소문을 타며 케이블의 황금시간대를 장악하고 있다. 현재 케이블을 통해 방영되고 있는 미국 드라마들은 ‘CSI시즌’ 을 비롯해 ‘CSI 마이애미’, ‘CSI 뉴욕’ ‘그레이아나토미’, ‘FBI 실종수사대’, ‘24시’, ‘커맨드 앤 치프’ 등 다양하다. 미국 드라마는 대게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반영되는데, 재방송까지 합한다면, 거의 매일 반영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시간대도 오후 8시 40분, 지상파 방송으로 치자면 황금시간대이다. 내용도 가지각색이어서 과학수사대, 실종 사건, 의학 드라마, 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국 드라마가 현재 멜로 일색에 대부분 불륜을 다루고 있는데 반하여, 미국 드라마에서 그런 이야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조폭선생님의 활약상을 그린 일본드라마 '고쿠센'
이와 함께 일본 드라마도 이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고쿠센’, ‘꽃보다 남자’, ‘너는 펫’ ‘반항하지마’ ‘런치의 여왕’ 등 엄청난 양이 국내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일본드라마는 대부분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팬들에게 신선함을 전달한다. 일본드라마들은 대부분 밤 10시 이후 케이블의 전파를 탄다. 물론 외국 드라마들은 아직은 한국 드라마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이들은 지상파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일요일 밤 11시 이후에 전파를 탄다. 그러나 월요일에 부담을 안고 있는 일요일 에 12시 넘게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외국 드라마가 마니아들 사이에서 조용히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러한 편성제도가 언제까지 한국 드라마를 보호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병원 인턴들의 사랑과 고뇌를 그린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외국 드라마 소리 없이 강하다! 먼저 외국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신선함이 있다. 이러한 낯섦, 신선함은 전문성을 지닌 스토리텔링에서 온다.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CSI의 경우를 보자. 물론 이것은 어느 정도 허구를 지닌 드라마이다. 그러나 매번 다른 형사 사건에 범죄현장에 남겨진 증거물만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과학수사대의 모습은 기존의 한국드라마와는 분명 매우 다른 것이다. 특이하게 이 드라마에서는 멜로가 거의 등장하지가 않는다. 각각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그 직업을 통해 범인을 잡아내는 것을 최고의 기쁨으로 여긴다. 그러므로 이 드라마는 멜로에 할애될 시간들을 모두 범죄현장을 잡아내는 형사들의 전문성을 그리는데 사용한다. 두 번째는 다양한 소재다. 여성 대통령의 활약상을 그린 ‘커맨더 앤 치프’나 의사들의 고뇌와 사랑을 그린 ‘그레이 아나토미’, 조폭 선생님의 활약을 그린 ‘고쿠센’, 일본 남녀의 솔직한 성과 사랑을 그린 ‘너는 펫’ 등 한국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소재를 그리고 있다. 정치, 의학, 교육, 사회를 넘나들며 펼치는 전문가들의 고뇌와 사랑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매번 자신들의 직업은 뒷전일 채 사랑싸움에만 매달리는 한국 드라마의 등장인물에 비하며 매우 신뢰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사실 매년마다 많은 수의 한국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멜로물일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도 80%는 불륜을 소재로 한 것이다. 30대에서 50대 아줌마 시청자를 겨냥한 아침 드라마는 거의 이 소재를 따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함께 주몽과 같은 현재 사극도 고구려 시대에 편중되어 있지 않은가? 현시점에서 한국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는 이 편중성이다. 그러므로 외국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에게 있어서 매우 위협적이다.
시즌 6까지 제작된 'CSI 시즌 6'
세 번째는 시리즈로 제작할 정도의 지구력에 있다. CSI는 이제 시즌 6을 향해서 가고 있고, 고쿠센도 시즌 2까지 반영되었다. 다른 드라마들도 마찬가지로 시즌이 만들어지면서 드라마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듯 고갈되지 않는 이야기의 힘과 제작의 힘은 단발에 끝나는 한국 드라마에 비해 시청자를 오래도록 즐겁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외국 드라마의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광개토태왕의 일대기를 다루는 '태왕사신기'
이러한 외국 드라마의 강한 힘에 한국 드라마는 어떻게 승리자의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문제는 역시 외국 드라마를 뛰어넘는 한국인들과 한류를 외치는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이야기 개발에 있다. 2007년에 들어서면서, 지상파 방송들은 앞 다투어 새로운 드라마를 내놓을 예정이다. MBC는 광개토태왕의 일대기를 다룬 ‘태왕사신기’를, 한국 음식의 진수를 보여주는 김래원 주연의 ‘식객’, 16년 전 종합병원의 뒤를 잇는 ‘종합병원2’ 무기 로비스트의 삶을 보여주는 김태희 주연의 ‘엔젤’ 세종대왕의 일대기를 다루는 ‘세종대왕’ 등 다양한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에게 선을 보인다. 이들이 야심차게 준비하는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얼마만큼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제 한국 드라마의 적은 지상파 방송의 경쟁에만 있지는 않다. 외국 드라마가 한국 텔레비전의 황금 시간대를 차지하는 날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불륜 드라마만을 찍어내도 괜찮은 것인지 2007년을 맞이해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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