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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일가 지배구조 개선 … 2세 승계 목적도

윤씨일가 지배구조 개선 … 2세 승계 목적도
노조, 자회사간 거래 투명-소유 경영 분리 기대


SBS 지주회사로 전환하나


SBS가 SBS 홀딩스(가칭)로 계열회사들이 묶이는 지주회사제 전환을 위한 공식 절차에 들어간다. 오는 13일 SBS는 이사회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기업분할안을 공식 상정하고 내년 2월 정기 주주총회에 특별결의사항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SBS는 지난 3월 정기총회에 지주회사 안건상정을 추진했다가 이사회에서 제동이 걸려 무산된 지 1년이 안돼 또 다시 추진계획을 밝혔다. SBS가 지주회사제를 추진하는 배경과 가능성 그리고 이후 파장을 정리해봤다.
△지주회사 어떻게 전환되나= SBS가 구상하고 있는 지주회사제는 SBS를 SBS홀딩스(가칭)란 지주회사와 지상파방송사업자인 SBS로 분할한 뒤, 현 최대 주주인 태영이 현물 출자하는 과정을 거쳐 SBS홀딩스가 SBS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경우 SBS 자회사인 SBSi, SBS프로덕션, SBS골프 등은 SBS와 수평적 관계로 SBS 홀딩스에 묶이게 된다.
기업분할 과정에서 SBS홀딩스의 최대주주는 현재 SBS 최대주주인 태영이 되며 지분비율은 자산가치 평가에 따라 결정난다. SBS홀딩스는 방송법에 따라 SBS에 대한 지분을 30%만 갖게 되며 반드시 방송위원회의 최대주주 변경 승인 과정도 거쳐야 한다.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로 지주회사제 전환이 의결될 경우 SBS는 사업회사로 변경 상장하고, 신설법인인 SBS홀딩스는 주식교환 등을 거친 후 재상장 한다.


△왜 추진하나= 지주회사제는 2004년 말 재허가 추천 이후 SBS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성된 민영방송특별위원회(민방특위)에서 처음 거론됐다. 당시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SBS 시청자위원회 위원으로 민방특위에 참석해 지주회사제 도입을 먼저 제안했다.
민방특위는 내부 토론을 거친 결과 지주회사제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적 규제 강화로 경영이 투명해지는 장점이 있다고 보고 소유와 경영 분리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제도로 추진하기로 했다.
윤세영 회장도 민방특위의 제안을 매력적인 카드로 받아들였다. 재허가 추천 이후 300억원 사회 환원 약속뿐만 아니라 대내외적인 개혁의지도 천명해야 하기 때문이다.윤씨 일가 입장에서는 지주회사제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대주주로서 실익도 얻고 SBS에 대해서도 안정적인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윤세영 회장의 장남인 윤석민 SBSi 사장에 대한 후계 문제 역시 SBS가 아닌 SBS 홀딩스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최상재 SBS노조위원장은 “지주제를 놓고 동상이몽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며 “재허가 이후 회사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대원칙에 압박을 받아 지주제를 검토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주요주주들의 경영참여 요구가 많아지면서 경영권 방어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융합 환경에서 뉴미디어로의 진출을 시도하기 위한 전략적인 계산도 깔려있다.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지주회사는 지상파 규제틀에서 벗어나 뉴미디어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경모 미래에셋 연구위원은 “지상파 경쟁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모기업인 SBS가 주식시장에서 매력이 떨어질 경우 전체 계열사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을 우려해 지주회사제 전환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없나=SBS의 지주회사제 추진과 관련해 방송계는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CJ케이블이나 씨엔엠 등 케이블업계에서는 지주회사 전환이 붐처럼 퍼지고 있지만 지상파방송사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상파는 방송법상 규제가 심하고 방송위원회의 심사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중에서도 윤세영 회장의 세습 문제에 대해 민감한 분위기다. 윤세영 회장의 장남인 윤석민 SBSi 사장은 태영의 주식 전부를 아버지로부터 넘겨받아 사실상 대주주이지만 사회적인 이목 때문에 SBS에 대한 지배권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2세 승계 문제에 대해 사회적인 견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KBS 한 관계자는 “윤 회장의 경우 SBS를 미디어그룹으로 키우기 위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홀딩스가 세워질 경우 그 자리에 아들인 윤석민 사장이 회장으로 갈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게다가 홀딩스로 전환할 경우 SBS 뿐만 아니라 SBS 자회사들에 대한 지배구조가 사실상 강화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SBS와 자회사의 자산가치 평가에 따라 태영이 많게는 홀딩스 지분의 60%정도를 확보하기 때문에 사실상 윤씨 일가의 지배력은 강화된다. 또 홀딩스로 유입되는 외국자본의 직접 투자 역시 주가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높다.
지주회사제 전환에 따라 소유와 경영 분리가 선언적인 의미에 그칠 가능성도 높다는 의견도 있다. 2004년 방송위원회의 지상파재허가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유철근 회계사 역시 “회사 지배구조에 변화를 주지 않기 때문에 소유와 경영 분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지주회사제 전환을 위해 대내외적인 명분을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