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나 출발준비를 서두르는 한왕용대장.
우리 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난 가이드들은 각자 자기 트레킹팀의 아침과 점심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우리팀 아침식사는 아니지만 아침상으로는 먹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예쁜 진수성찬이다.
이것이 남자가이드들이 준비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어느팀인지 이걸 먹고 떠나려면 조금 늦을 것 같다.
산장에서 마련한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길을 나섰다.
샤퓌(Les Chapieux)를 떠난 승합차는 세뉴고개(Col de la Seigne, 2520m) 방향 쪽으로 계곡을 따라
약 10분을 달려, 1,789m높이의 그라셰 마을(La Vile des Glaciers)로 이동한다.
첫 눈에 드는 것이 방목하는 소떼. 소들이 움직이자 목에 단 큰 쇠방울이 울리면서 적막한 산중에
일대 소란이 일어난다.
오늘 일정에 대한 설명을 잠시 듣고
치즈 제조장에 잠시 방문하기로 한다.
1933년에 치즈를 만들기 시작한 이 공장은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인근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라 한다.
오래된 공장이라 뭔가 다르겠지 기대를 했는데 예상 외로 현대화된 공장이라 조금은 아쉬웠다.
우리나라 두부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왼쪽 큰 통에 있는 우유를 젖다가 유지방이 응결이 되면, 일정한 틀에 넣어 오른쪽 기계를 이용
수분을 짜내고 숙성시키는 과정이다.
공장 벽에 걸린 여러개의 치즈경연대회 상패들이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치즈의 품질을 짐작케 한다.
특이한 것은, 이 공장에서 치즈를 제조하는 사람이 바로 사진의 젊은 여자라는 점.
연약해 보이는 그녀는 남자도 하기 힘든 일을 혼자하고 있었다.
좋은 치즈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 6개월간 숙성을 시키는데, 중요한 것은 숙성실에 있는 45kg의
치즈 덩어리를 하루에도 몇차례 뒤집어 주어야 하는데 수십개의 치즈덩어리를 이 여자 혼자서 다한다는 것.
끙끙거리면서 손바닥 뒤집듯 치즈덩어리를 뒤집는 것을 본 사람이면 조금은 달리보게 된다.
그래서일까 성은숙여사는 선뜻 가지 못하고 게걸음으로 살며서 다가가 기념사진 한장 남긴다.
요식업계 거물들이신 김종선사장님과 정명용고문께서는 치즈보다 알프스의 따사로운 아침햇살을
선택하셨다.
가이드인 베르나뎃뜨도 송아지와 노는 걸 즐기고 있다.
약 40분 정도 치즈공장 견학과 명품치즈 맛까지 본 후 트레킹에 나선다.
치즈공장 앞에 작은 개울을 건너 이 길로 가면 모떼산장이 나타날 것이다.
모떼산장까지는 비교적 완만하다.
빙하를 뒤로 하고 있는 모떼산장(Ref des Mottets, 1870m)이 멀리 보인다.
세뉴 고개(Col de la Seigne, 2520m 프랑스와 이태리 국경)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지점이다.
방목장에서 풀을 먹고 있는 당나귀와 어울린 모떼산장은 그림같이 목가적이다.
그 당나귀 한마리가 마치 모떼산장을 지키는 파수병이라도 되는 듯 길목을 지키고 있다.
모떼산장 내부는 그리 크지 않지만 예전 알프스 사람들이 쓰던 다양한 생활용품과 도구들을 장식해
놓은 덕에 퍽 운치있고 정감있게 느껴진다.
한왕용대장과 다른 일행들은 이런 곳에서 하룻밤에 자야하는데 하면서 아쉬워 한다.
하긴 산 아래 산장보다야 불편은 하겠지만 알프스의 느낌은 조금 더 각별하지 않겠는가.
조그마한 창으로 스며든 햇살이 이 어두운 산장을 밝히듯, 산장의 정취도 내 마음에 쏙 들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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