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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르 드 몽블랑

뚜르 드 몽블랑 (TOUR DU MONT BLANC)17- 5일차(모떼산장~세뉴 고개)

 

 치즈공장이 있는 그라셰 마을(La Vile des Glaciers) 뒷산으로 올라가는 오솔길이 보인다.

저 길을 따라가면 어제 우리가 갔었던 떼뜨 노르 드 푸르(Tete Nord des Fours, 2,756m)로 가게 된다.

이 길 역시 변형TMB코스인데 어제 우리가 지나왔던 미야 호수(Lac Mya) 뒤편으로 올라가 능선을 타면

푸르고개와 만나게 된다.  

모떼산장(ref.des Mottets)에서 2,516m높이의 세뉴고개(col de la Seigne)을 목표로 표고차 600여 미터를

서서히 오른다.

사면의 경사는 가파르지만 길은 아주 완만하면서도 여유있게 갈지자를 그려 놓았다.

 그런 길도 한참을 가다 뒤돌아 보면 혀를 내두르게 된다.

초원에 얇게 그려진 오솔길이 상대적으로 애잔하면서도 아련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완만한 오르막이 계속 되고 그 사이사이에는 색을 달리한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정말 그 꽃들을 깔고 앉기가 민망하여 뾰족한 바위돌에 엉덩이를 올려 놓을 수 밖에.

바람이 살살 불어오자 그 꽃들의 향기가 코 끝을 스친다.

이미 눈과 코가 미쳐버린 나는 이 자연스로움에 몸서리가 쳐질 정도다.

 오래전에 수술한 무릎이 안좋은 전재현 선생은 이렇게 쉴 때마다 압박붕대를 풀고 땀을 말린다.

오기 전에 무릎이 탈나 못올까봐 노심초사했다던 분이 어찌나 바득바득 잘 걸어가시는지...

손에 들고 계신 게맛살 드시고 힘내셨으면 좋겠다.

 세뉴고개(col de la Seigne, 2516m)로 가는 길은  중간쯤에 있는 계곡의 가파른 만년설을 지니기만 하면

사진처럼 산허리를 트레버스하듯 가는 길과

 이처럼 완만한 능선의 연속이라고 보면 된다.

 세뉴고개가 멀리 보이는 마지막 능선에서 본 그라셰 마을(La Vile des Glaciers) 쪽 계곡의 모습.

약 600m의 표고차를 올라 선  것이다.

 커다란 케른(cairn, 돌무덤)이  서있는 이곳이 세뉴고개(col de la Seigne, 2516m)의 가장 높은 곳.

바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지대이다.

좌측으로 보면 멀리 몽블랑이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짙은 안개에 가려 있었다.

 

 케른(cairn, 돌무덤)은 원래, 등산에서는 옆길, 분기점, 갈림길, 계곡입구, 하강지점 등을 표시하는 의미로 

 요소요소에 돌을 쌓아올려 놓기도 한다. 그러나 어찌 이런 돌무더기가 이정표 역할만 하겠는가.

 등정은 아니지만 의미있는 지점에서는 개인의 축원을 담아 하나씩 더해지기도 한다. 

오늘 이 케른 앞에서 사진 찍으신 분들.

마음 속에 소망과 축원 하나씩 돌무덤에 올려 놓으신 셈이다.

 그러는 사이 나는 진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을 표시하는 경계석을 찾았다.

'뚜르 드 몽블랑'의 무사기원을 어르신들이 하는 사이 난 좀더 정확하게, 나의 몸 반반 씩을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이건 무슨 뜻인가?

'앞으로도 자주오게 해주소서!...' 그런 염원이었다.

 이탈리아 땅으로 한참을 가다 돌아보니, 벌써 3일째 우리와 마주치는 외로운 트레커 스테파니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어디갔을까? 음...100%다!

 세뉴고개에서 보통은 베니 계곡(Val Veny)으로 통하는 이 길로 내려가 엘리자베타 산장으로 간다.

우리는 베니계곡(Val Veny)으로 가는 쉬운 코스보다 세뉴고개에서 좌측으로 돌아

쌍둥이처럼 서있는 라임스톤(화석) 피라미드(tes Pramides Calcalres,좌측 2726m/우측 2696m)를 거쳐

에스텔레떼 빙하(Glacier d' Estelette) 쪽으로 길을 잡았다.

기념사진을 찍은 남상익 대장 모자 바로 위 움푹 파인 곳이  세뉴고개(col de la Seigne, 2516m)다.

 가이드인 베르나뎃뜨가 또박또박 이 산의 이름을 알려 줬었다.

그때는 '피라미드'라는 말만 알았들었는데 50000:1 지도를 확인해 보니,

피라미드 켈켈레(tes Pramides Calcalres,좌측 2726m/우측 2696m)라고 써있다.

내가 쓴 발음이 정확한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가이드의 노고를 알지  못한 무지가 미안했다.

 세뉴고개에서 쌍둥이 피라미드로 가는 길에는 급경사의 빙하지대가 몇개 있다.

미끄러져 떨어지면 크게 다칠만한 길이지만 워낙 베테랑 산꾼들이니 비단길처럼 순풍순풍 지나간다.

 이 진지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쟁유물이라고 한다.

지역이 지역인지라 충분히 짐작이 되는 역사가 있었던 것 같다.

 대포진지 앞으로는 삭아서 반지면 툭툭 부러지는 철조망들이 아직도 남아 있어 색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이들은 이런 것 역시 치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놓아 두었다.

 피라미드 산은 세뉴계곡과 고개를 함께 감시할 수 있는 천혜의 장소로 보여 졌다.

산 중단부 쯤에 이탈리아군의 초소 같은 건물 흔적이 남아 있는데,

프랑스군에게는 아주 고약한 존재였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