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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르 드 몽블랑

뚜르 드 몽블랑 (TOUR DU MONT BLANC)18- 5일차(세뉴 고개~엘리자베타)

 

드디어 화석같은 피라미드 고개를 넘어섰다.

 여기도 변형코스이기는 하지만 트레킹 코스다. 역시 길 표시를 해놓았다.

이탈리아는 이렇게 노란색으로 TMB나 길 표시를 한다.

 멀리 베니 계곡(Val Veny)이 보이는 골짜기를 따라 내려간다.

 골짜기 왼쪽에 글라시에 침봉(Aig. de Glaciers, 3816m))과 에스텔레뜨 빙하(Glacier de Estelette)가 있다.

 에스텔레뜨 빙하(Glacier de Estelette) 역시 하단부가 많이 녹아내렸지만 빙하의 자존심은 남아 있었다.

 조금 더 내려오면 좌측에 살짝보이는 에스텔레뜨 침봉(Aig. de Estelette)과 오른쪽의 트레 라 테트 침봉(Aig.du de Tré la Tête, 3930m)사이에 비교적 큰 빙하인 블랑쉬 빙하(Glacier de la lex Blanche)가 있다.

 블랑쉬 빙하(Glacier de la lex Blanche)를 왼쪽으로 끼고 내려오면서 잠시 경치를 구경하노라면 이내

엘리자베타 산장에 이른다.

마음이 급한 일행들은 간다는 말도 없이 내빼더니 어느새 산장에 도착을 한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경쾌한 발걸음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이것저것 찍느라 낙오한 내 옆에는 대부분 베르나뎃뜨가 지켜주었다.

재촉하지도 않고 그저 내가 일이 끝날때까지 아무말도 없이 서있다가 내가 걷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방긋 웃으며 앞장을 서고는 했다.

멀리 산장이 보이자 안심할 단계라고 생각했는지 사진 찍으라고 포즈를 잡아 주었다. 센스하고는...^ㅣ^

 에스텔레뜨 빙하(Glacier de Estelette)를 배경으로 이탈리아 국기가 찢어져라 펄럭이고 있다.

이탈리아가 확실히 맞는 것 같다.

 해발 2195m에 위치한 엘리자베타 산장(Rif.Elisabetta Soldini)의 정식명칭은 ‘엘리자베타 솔디니'다.

산에서 죽은 이탈리아의 유명한 여성산악인 솔티니 여사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8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중형 크기의 산장이지만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 2세 등 유명한 명사들이

방문할 정도로 유서가 깊다.

더구나 엘리자베타 산장에서 보는 일출은 그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찬바람을 비해 산장 안으로 들어서자 포근함이 확 밀려온다.

산장은 여느 산장과 마찬가지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아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그래서 마음이 더 편해진다.

 화장실과 샤워장도 좁지만 깨끗하다.

이 정도면 이 산골오지에서 충분히 만족할 만한 시설이다.

 2인실이나 4인실 등 비교적 넓고 쾌적한 방은 예약이 완료된 상태.

군대 침상 같은 도미토리 형태의 방에서 모두 자기로 한다. 

 이제야 알겠다.

이 산장에서 샤워를 하려면  2 euro하는 코인을 사야하는데 더운 물의 양은 딱 20리터.

그 다음에는 알프스 빙하물이 쏟아져 나온다더니...이렇게 태양열로 물을 데워야하니 제한적일 수 밖에.

 처음오는 산장이라 샤워하는 방법이 서투를 수 밖에. 비누칠하고 조금 거품이 날때 더운물은 떨어지고

 차디찬 빙하물을 뒤집어 썼다던 이재흥 선배가 알뜰히도 빨래를 해 널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강바닥(빙하가 한참 녹는 봄에 강 같은 계곡이 된다고 한다)이 보통 트레커들이

세뉴고개에서 산장으로 오는 길이다.

 몰래 숨어서 담배피는 고등학생처럼 산장 뒤켠 구석에 일행들이 모여 들었다.

빵과 버터, 치즈에 신물이 난 이재흥 선배가 '살기 위해서' 요리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요리라고 해봐야 샤모니에서 샀으나 짜서 버릴까 말까하던 염장돼지고기를 빅토리아 녹스 칼로 얇게 썰고,

거기에 라면스프, 쉰 깍두기 몇 점을 섞어 일명 이탈리아식 김치찌게를 끓여 낸 것이다.

그런데 그 맛이란...#@!?&* ... 정말 죽여준다!

 송덕엽 선배가 쏜 맥주병 수가 늘어나면서 김치찌게는 정체성을 잃어간다.

양이 줄면 물 부어 우려내어 먹고, 떨어지면 이것저것 집어 넣고 또 끓이고... ㅋㅋㅋ

그 사이 베니계곡(Val Veny) 저 편 꾸르마이어 지역이 심상치가 않다.

카메라로 당겨보았더니 비가 내리고 있다. 내일 비가오면 힘들텐데...

헌데 그런 걱정은 누구도 하지 않는 것 같다.

냄비바닥  끍히는 소리를 내고서야  간단치 않은 회식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