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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가는 뚜벅이

이태리-여섯째날; 세계의 미항 베네치아 ( 유럽 이태리 )

[ 유럽배낭 여행기 ] 이태리-여섯째날; 세계의 미항 베네치아 ( 유럽 이태리 ) 이종원

(여섯째날:베네치아 미로찾기 - 산마르코성당- 리도섬- 로마)

스피츠에서 갈아타고 또 브룩에서 갈아탔다.
야간열차이기에 문을 굳게 닫고 커튼 치고 배낭을 선반에 쇠줄로 묶고 자물쇠까지 달았다. 악명 높은 이태리 좀도둑을 막기 위해서다. 스위스-베네치아와 비엔나-베네치아 야간열차노선이 좀도둑이 가장 많은 노선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프랑스에서 한번 경험 했잖아.

3열 좌석에 누우니 쿠셋보다 편안하다. 꿈나라...아이 좋아라.
4시경쯤인가 1명, 2명 문을 두드리며 타더니 5시쯤엔 컴파트먼트의 6좌석이 전부 찼다. 아마 베네치아로 출근하는 사람들 인가보다. 이태리 기차에 사람이 많다는 소릴 들었지만 새벽에 이렇게 많을 줄이야...
아무튼 루째른에서 4량에 모두 3명이 탄 것과는 무진장 비교가 된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나라인데도 이렇게 다를수가...

베네치아 산타루치아역 한 정거장 전인 '메스트레역'에 내렸다. 선반에서 자물쇠를 따고 쇠줄을 푸는데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우릴 쳐다본다. '우리는 도둑놈으로 아니야..' 라고 항변하는 듯한 표정이다. 얼굴이 화끈해서 혼났다.
열차를 갈아타고 끝없는 바다는 바다를 가로질러 종착역인 산타루치아 역에 도착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불리는 베네치아.. 임진왜란때 끌려가 베니스를 주름잡은 개성상인이 떠오르는 도시.. 당대의 화가 루벤스가 이 골목 한 켠에서 그 대상인을 그렸을 텐데...

1. 베네치아

물위에 떠있는 아름다운 도시 베네치아는 로마와 더불어 이태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도시다 122개의 작은 섬과 400여개의 다리로 이루어진 베네치아는 오래 머무를수록 색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는 도시다. 2월엔 베니스가면축제가 열리고 베니스 비엔날레, 베니스 영화제가 지금 9월에 열린다. 나는 베네치아를 무슨 외국 애로영화에서 본 기억이 나거든.. 그때 배경을 보고..참 가보고 싶었는데....이렇게 오다니..
베네치아 공화국은 중세에서 18세기까지 무역항인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국가이며, 특히 13-16세기에는 국제 정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십자군 원조의 대가로 지중해의 무역 특권을 얻었기 때문이다.

2. 산타루치아 역

아침부터 역에는 인파들로 가득 찼다. 이곳에서 이태리 일주를 하는 동포 여자 2명을 만나 정담을 나누고, 까페에서 토스트와 커피한잔 마셨다. 조금은 피곤이 가신다. 이곳엔 특이하게도 코인라커는 없으며 사람이 직접 맡아준다. 무려 5천원이나 받는다. 변함없이 인포메이션 센타에서 지도한 장 얻었다. 이곳에서 프랑스 유학중인 예쁜 여학생과 동행했다. 서울 집이 서초동이었던가... 어쨌든 이태리어를 좀 하길래 데리고 다녔다. 이국에서 여자 둘을 달고 다니는 그 기쁨을 누가 알랴?

3. 미로여행

베네치아는 자동차가 한 대도 없고, '바토레토'라고하는 수상버스가 있다. 모터 보트는 택시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또하나 뱃사공이 끌어주는 곤돌라..이것은 뭐라고 할까?
그래..인력거라고 하자... 어째튼 육지의 교통수단 구색은 갖추었다. 섬과 섬은 400여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섬 가운데는 대운하가 가로지르고 있어 아드레아해안과 연결이 된다.

베네치아의 가장 큰 기쁨은 조그만 골목을 마냥 걷는 것이다.
차비도 아끼고 도시의 내면을 둘러 볼 수 있어 좋기 때문이다.
두 사람만이 간신히 통과 할 수밖에 없는 좁은 골목을 찾아 성마르꼬 성당을 향해 헤맨다. 그 자체로도 신기한 경험이다. 종로의 피맛골 골목보다 좁은 길을 누비고 다니니 도무지 방향을 모르겠다. 방향감각을 잃은 여행객을 위해 화살표 푯말이 우릴 안내한다.
베니스의 개성상인이 이곳을 누볐다니 가슴이 벅차 오른다.

중세풍의 낡은 건물과 햇빛에 반사된 물 색깔이 좋은 조화를 이룬다.
헤메다 보니 그 유명한 '리알토 다리'가 나온다. 원래 목조다리였으나 화재로 전소되어 지금은 대리석으로 복원되었다.
아침햇살이 비치고 있으며, 대운하를 유유히 흐른다. . 청개천 육교의 노점과 마찬가지로 많은 상인들이 기념품을 팔려고 준비하고 있다. . 물론 스위스보다 물건값이 훨씬 싸다. 특히 축제 때 사용하는 가면은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다. '좀더 들어가면 싸게 팔겠지' 라고 생각했다가 결국은 사지도 못했다.
아이고 아쉬워. 그걸 보면 베니스의 아름다운 추억이 떠오를텐데

다시 미로 찾기를 계속하였다. 야외 오페라극장이 보이고 시장도 보인다. 지중해의 꿈틀거리는 물고기도 그 싱싱함을 은빛으로 보여준다. 생전 보지도 못한 과일들도 보인다. 주인과 흥정하는 모습들... 우리네 시골 장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팔딱거리는 생선을 회쳐서 소주 한 잔 했으며 원이 없겠다.

4. 산 마르꼬 광장

미로 찾기에서 벗어나니 베네치아 제일의 산마르코 광장이 눈에 들어온다. 답답한 골목을 벗어나 확 트인 광장을 보니 기분이 상쾌하다.
바다를 향해 날개 달린 사자상이 보인다. 이는 베니스의 상징이란다. 광장엔 수천 마리의 비둘기가 노닐고 두 팔을 펼치면 와서 앉는다. 관광객이 주는 먹이만 받아 먹어서 피둥피둥 살만 쪘다. 광장 둘레엔 노천 까페가 있으며 여기엔 당대 유명한 문인들이 담소를 나눈 곳이라나..

5. 산마르꼬 성당

마르코 복음의 저자인 마르코 성인의 유해를 모시기 위래 세워진 성당이며, 유럽의 어느 성당모습과는 사못 달라 이슬람사원같은 느낌을 받는다. 로마네스크, 비잔틴, 이슬람 양식이 혼재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모자이크 벽화가 많네.
성당 입구 위에 있는 4마리 청동마상이 눈에 띠는데 이것은 기원 4세기경 터어키 것이며 13세기 십자군 원정때 전리품으로 가져온 것을 나폴레옹이 약탈하여 파리 개선문 위에 장식했었다. 그러나 1815년 와데를로전에서 나폴레옹이 패전하는 바람에 다시 되찾아 성당 위에 올라 베니스를 지키고 있다. 정말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청동상이다.
성당 천정엔 구약의 내용을 묘사한 모자이크화가 화려하게 수놓아 있다. 성당을 둘러보는데는 무료지만 제단은 입장료를 받는데 얼마나 호사스럽게 꾸몄는지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수 십 캐럿의 다이아, 사파이어 루비등 치장되어 있었다. 여자들이 가면 나오길 싫을걸...
아내도..한숨만 푹푹..

6. 종 탑

성당을 나와 오랜 줄을 서서 종탑에 올랐다.
아름다운 베네치아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유리세공으로 유명한 '무라노섬', 아름다은 해변을 가지고 있는 '리도섬', 교회, 바다 등등 사방이 확 트인다.
아내보고
"어느 섬에 가고 싶니?"
"저-기 있는섬"
크크- 리도섬이다.
실은 나도 저기 가고 싶었거든... 나체해변이 있는 섬이다. 낄낄..

7. 이태리 화장실

종 탑에서 내려 화장실을 들렀다. 사용료가 무려 7백원 한다. 아마 이번여행에서 화장실 사용료로 만 둘이서 5만원은 들은 것 같다. 정말 아까워... 북경에서도 돈을 받지만 워낙 싸서 허허 웃으면서 던져주었는데 이곳은 한번 배설할 때마다..돈이니 원...
우리네 간이화장실과 비슷했다.
하도 급해 들어가자마자 응가를 하니 ....아뿔사 화장실에 휴지가 없었던 것이다. '아마 이태리 화장실은 휴지를 없나보다. '로마에 왔으니 로마법을 따라야지..'
고민 고민하다가 가이드북 2장을 찢었다.
그런데 나 다음에 들어간 사람이 휴지가 없는 것을 보고 주인에게 무어라고 현지말로 떠드니 주인이 휴지를 갖다준다.
와우... 열 받는다. 이태리화장실도 휴지 준다는 것을 명심하길...
어쨌든 베네치아는 세계적 관광지라 인파들로 가득 차있다. 이태리인들은 가만히 보니가 성격e호 급하고 놀기 좋아한다. 그러고 보니 한국사람과 닮은 점이 많다. 인간성도 그렇고 나라 생김세도 그렇고....

8. 탄식의 다리

베네치아 공화국 총독이 머물렀던 두칼레 궁전은 시간 관계상 겉에서 보는 걸로 만족하고, 프레지오니 감옥을 잇는 다리인 '탄식의 다리'를 보았다. 중세에 형을 선고받고 감옥으로 가는 죄수들이 이 다리를 건너면서 마지막으로 바깥세상을 보며 탄식했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호색한으로 유명한 돈-환도 이 감옥에 갇혔고, 그가 유일한 탈주자라고 한다.
이 다리를 지나는 곤돌라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산타루치아를 부르는 뱃사공의 선율과 더불어...

9. 곤돌라

베네치아 명물인 곤돌라가 몸매를 날렵한 몸매를 뽐내며 선착장에 서있다. 길이 10미터, 너비 1.2미터이며, 선수와 선미는 금속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뱃사공도 투우사처럼 멋진 옷을 입고 손님과 흥정한다. 값을 물어 보았더니 1인당 5만원을 달랜다. 집사람이 "차라리 제주도가서 잠수함 타겠다." 제주도 갔을 때 5만원이 비싸 잠수함 못 탔거든...

10. 리도 섬

선착장 매표소에서 "Lido 아일랜드 2장" 도저히 못 알아듣는다." Lido..." 아니가 "Rido" 라고 하니까 표를 준다. 대충 알아 듣지... 뒷사람이 막 웃는다.
내가 보기엔 이태리사람은 친절한 국민은 아닌 것 같다.
단지 조상의 빛나는 문화유산 덕분에 먹고 산다고 말하고 싶다.

바토레토에 무진장 사람이 많이 탔다. 마치 우리네 만원 시내버스처럼 이리 흔들고 저리 흔든다. 바다에서 바라본 베니스의 모습은 또 다른 맛을 느낀다.
드디어 리도섬에 도착했다. 세계적인 휴양소이며 ,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곳이다. 그것도 바로 지금 9월인 것이다. 얼핏 신문을 보니 톰-크루즈, 소피 마르소가 바로 이 섬에 있다고 하는데...
만났으면 좋으련만..

축제 때는 베네치아 시내에서 유명연예인 찾기 대회도 열린다고 한다.
그러나 세계적 관광지든 뭐든 간에 배가 고파서...원.
바로 슈퍼에 들러 포도, 복숭아, 통닭, 음료수등을 사는데...
아내가 "저기 밥도 팔아... "
"정말?"
반찬가게에서 10분이나 기다려 그 밥을 샀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밥인가. 군침을 머금고 해변으로 달려가 벤치에 자리잡았다.
물론 제일 먼저 밥을 퍼서 입에 넣었지..... 이건 밥이 아니고 쌀이다.
더구나 진한 향내 때문에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럼 그렇지..
결국 빵과 과일로 한끼 때웠다.

11. 해변의 여인

해변을 거닐었다. 저 바다가 아드레아해이다. 저 너머가 내전 중인 유고다.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 하얀 포말, 밀가루 같은 백사장... 갑자기 피곤이 쏟아진다. 그러나 잘 수 없었다. 왜냐하면 상체를 훌렁 벗고 여인들이 백사장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여자는 엉덩이까지 내밀고 햇빛을 쬐고 있었다.
나..원참..좋구먼.
썬그라스를 끼고 오길 잘했지. 좌우로 눈알을 돌려 모처럼의 구경거리를 놓치지 않았다. 도저히 나 혼자 보기는 아까 왔다.
'사진을 찍어 우리 직원을 보여 줘야지...'
차마 정면을 보고 찍을 수 없어 지나가는 척 하며 옆에서 한 장 박았다. 그러나 나중에 현상해 보니 여인의 발바닥과 하늘만 나왔다. 너무 급해서 포커스를 맞추지 못했나 보다. . 잘 나왔으면 그 사진을 같이 올렸을 텐데....

아내는 쑥스러운지 빨리 나가자고 했다. 나는 도저히 피곤해서 못 간다고 했다.
"배 째라.."
백사장에 앉아 쉬는 척하면서 눈은 쉴새 없이 움직인다. ㅋㅋㅋ

이곳에서 신혼여행객 1쌍을 만났다. 인생 선배로서 세상 살아가는 얘기를 해 주었다. 감동을 받았나? 고개를 끄덕거리네... 아마 그 친구들 주례사 두 번 들었을 것이다.
신발이 불편해 아내는 슬리퍼를, 나는 샌달을 샀다. 운동화를 샌달로 바꾸니 날아 갈 것만 같다.
수상버스 바토레토는 아름다운 베니스의 아름다움을 구석구석 집어주었다. 참으로 멋진 장면이 많았지만 난 꾸벅꾸벅 졸았다. 아내가 몇 번을 꼬집었지만 졸린걸 어떻게... 세느강 유람선 탈 때도 졸았는데... 왜 나는 배만 타면 졸릴까?
아마 리도섬에서 여자 보느라 눈알을 너무 돌려서 그런가보다. 한 시간 가량 베니스 구석구석을 돌고 산타루치아역에 도착했다.

11. 로마행 기차에서

바로 짐을 찾고 로마행 특급열차에 몸을 실었다. 원래 밤 늦게까지 이곳에서 머물고 야간열차를 타려고 했는데 도저히 체력의 한계를 느껴 낮 4시 기차를 탄 것이다. 열차엔 사람이 없었다.
다음 정거장인 메스트레까지는 10여분 정도인데 사람이 타기 전까지 통닭을 뜯었다.
허겁지겁...이렇게 먹는 맛이 죽인단 말이야...
역시 메스트레 역에는 많은 사람이 탔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아내 입 주위에 반지르르 기름이 묻어 있는 것을 보고 웃었다.
아내는 나를 보고 "캐찹 닦아.."

같이 탄 사람도 웃었을 것이다. 세 명이 탔는데 이 사람들 로마까지 7시간 동안 포커를 친다. 화장실도 가지를 않네.. 중간에 한 사람 더 탔는데 그 사람도 같이 어울려 친다.
와...질렸다. 7시간을... 밤새 고스톱 치는 우리네 와 어쩜 그리 똑같은가?
르네상스의 발상지 피렌체를 거쳐 밤 11시쯤 드디어 로마 테르미니역에 도착했다.

12. 민박집

영화 '종착역'의 배경이 바로 이곳 테르미니역이다. 세계각지의 배낭족들로 붐비며, 역 모양이 우리네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흡사하게 생겼다. 플렛홈도 30개는 넘는 것 같았다. 기차에서 내내 잠자리 때문에 걱정했는데.. 내리자마자 왠 한국인이 와서 자기 집에 묵으라고 한다. '강씨네 민박집.' 역에서 3분 거리에 있으면 아침, 저녁 포함하여 1인당 2만원 정도 받는다.

주인아저씨는 조선족인데 인심이 좋아서인지 11시 넘었는데도 밥을 내왔다. 밥, 김치, 고추 등등 얼마 만에 먹어본 밥인가... 정말 맛있다. 그리고 그곳 배낭족과 정보도 나누고,,, 한국소식도 전해 듣고, 그리고 소주 한잔 얻어 마셨다. 캬-- 지구 반대편에서 마시는 소주 한잔. 그리고 된장에 묻힌 고추 한입 물고 나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주인 아저씨가 냉장고에서 과일도 내왔다. 조선족인데 불법이민자란다. 잘 되어 성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