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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가는 뚜벅이

스위스-네째날; 바젤~인터라캔 ( 유럽 스위스 )

[ 유럽배낭 여행기 ] 스위스-네째날; 바젤~인터라캔 ( 유럽 스위스 ) 이종원

바젤- 루째른- 카펠교-유람선-필라투스-인터라캔

밤 파리를 밤 10시 30분에 출발하여 5시에 기차 승무원에 깨워줬다. 일어나 보니 프랑스와 국경을 맞닿은 있는 스위스 '바젤'에 도착해 있었다. 잠 한숨 자고 나니까 스위스에 도착해 있어 얼마나 신기한지..... 여권만 검사하고 국경을 통과하였다. 그저 슈퍼 계산대를 지나가는 것처럼 간단하다.
'바젤'은 프랑스와 접한 교통의 요지이며 너무 이르고 또한 특별히 볼 것이 없다고 하여 다음 기착지인 '루체른'으로 향했다.

유로패스

20여분을 플랫홈에서 떨었다. 벌써 알프스의 얼음 내음이 나는 것인가? 커피 한 잔 입에 털어 넣으니 추위가 가신다. 루째른 행 열차에 올랐다. 1등석 열차여서 차내는 최고급시설로 꾸며져 있다. 열차 내에 쇼파와 테이블 있으며 좌석도 우리네 새마을호보다 더욱 넓고 편했다. '유레일패스'가 2등석이라면 '유로패스'는 1등석이며 26세 이상은 무조건 '유로패스'를 이용해야 한다. 실제로 일등석은 상당히 비싸다. 현지 부유층만이 그것을 이용하니...열차지만 귀족 행세 한번 해보는 것도 좋다.

유럽의 기차노선은 거미줄처럼 이루어져 있고 또 기차역을 중심으로 도보여행이 가능하다.그래서 유럽은 철도여행의 천국이다. 국제공항같이 역 구내시설도 매우 잘 되어 있기에 철도여행을 권하고 싶다. 그래서 열차 여행은 유럽에서도 고급여행에 속하고 또한 가격도 비싸다. 그러나 유레일패스가 존재했기에 거리 횟수에 관계없이 폭넓게 여행하게 된 것이다. 이 패스는 미국여행자들을 유럽으로 끌어들이려는 유인책인데 요사이 동양인이 더 많이 이용한다. 유로패스는 2명이 같이 움직이면 할인폭도 크다. (2인1조:세이버) 이러한 유로패스는 유럽에서는 구할 수 없으며 제 3국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한국에도 코레일 패스가 있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을 위해 우리도 현재 철도청에서 운영중이다. 한번 이용해보라.

루째른역

루째른 역에 도착했다. 건물이 너무 현대적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깨끗하고 내부정리가 잘 되어있다. 갑자기 배가 아파 역구내에 있는 사설 화장실에 갔다. 응가하는데 값이 무려 1천원이나 한다. 이런 세상에나.... 기차에서 해결할 걸...흑흑흑
아까와도 어찌하랴? 시설은 정말 호텔수준이다. 그런데 화장실 청소부가 응가하는 문 옆에서 빗자루 들고 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원 불안해서....문열고 나오니까 잽사게 들어가서 걸레질 한다. 냄새가 좀 가시고 들어가든지...남자화장실만 그러는 줄 알았더니 아내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고 한다.
코인 라커에 큰 짐을 맡기고 역구내 까페에 가서 간단히 토스트 하나에 커피 한잔씩 주문했다. 아내는 일반커피, 나는 내 수준에 걸맞게 에스쁘레소 커피를 주문했다.... 그런데 내 커피는 잔의 3분의 1밖에 채워주지 않는다. 더 달라고 싶었지만 창피해서.... 거의 잔까지 핥아 먹었다. 다음부터 에스쁘레소 시키나 봐라..

우선 필라투스 산까지 가는 유람선 예약을 하고, 투어리스트 센타에서 지도와 안내 팜플릿을 거의 싹 쓸어오고, 여행정보를 들었다.
공중전화로 유스호스텔 예약할려고 했는데 전화기 앞에 PC단말기가 있는 것이 아닌가? 몇 번 두드리다가 도저히 사용법을 몰라 지나가는 사람 중 가장 예쁜 아가씨에게 부탁했다. 단말기를 손쉽게 다루더니 전화번호를 찾아주었다. 열쇠고리 줄까? 말까? 주지 말자. 예쁜아가씨인데 줄걸 그랬어...지금까지 후회됨.

카펠교

루째른의 상징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다리다. 지붕이 덮혀 있고 길이는 대략 200미터의 정도며 난간엔 꽃들로 가득 찼다. 17세기 루째른의 역사와 수호성인에 관한 판화가 전시되어 있다. 탑 중간에 8각형의 저수탑이 있는데 보물보관소 및 기록보관소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호수 한쪽엔 백조가 노닐고 중세 풍의 건물들엔 큼직한 스위스 국기가 선홍색을 뛰며 펄럭인다. 전형적인 유럽의 도시의 모습이다. 루째른은 작고 예쁜 도시로서 조용하고 평화롭다. 그래서 가장 스위스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필라투스 등정기

'유로패스' 소지자는 루째른 호수 한바퀴 돌고 오는 유람선이 무료다. 하지만 우린 알프스의 영봉을 접하고 싶어 루째른 남쪽에 있는 해발 2120미터의 필라투스 산에 오르기로 했다.
필라투스는 성경에 나오는 '빌라도'를 의미하며 스위스인들은 '악령이 깃든 산'이라고 한다. 원래 6만6천원인데 유로패스 소지자는 거의 반값인 3만4천원 (1인당)에 둘러 볼수 있다.

(선착장-알프나호슈타드-증기유람선관관광-등산열차-필라투스정상-케이블카-콘돌라3번이나 갈아탐-시내버스-루째른역 ) 소요시간은 총 6시간 정도이며 스위스의 경치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해볼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었다.


1) 호수 유람선

호수가 아니라 바다다. 상쾌한 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아침 햇살이 전신을 어루만진다.
저 멀리 알프스의 영봉이 힐끗 얼굴을 내밀고, 햇살에 반사된 만년설은 황금빛으로 온 세상을 비춘다. 어찌 말로 표현하고 글로 옮기겠는가? 알프스의 신비를 가슴으로 느끼자.
산등성이 듬성듬성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호반에 점점히 자리잡고 있는 집들은 대부분이 별장 같다. 베란다에는 꽃으로 가득 차 있고 집집마다 자가용 보트가 물결에 흔들리고 있다..... 이런 천국에 사는 사람도 있구나. 죽어라 아웅다웅 경쟁하면서 살아온 나에게 있어서 이 곳은 이상향이요, 유토피아인 것이다.
어제 프랑스에서 캠코더, 선그라스, 화장품마저 소매치기 당한 아내의 표정은 우울하다못해 초쵀해 보인다.
"나중에 돈 많이 벌어 여기서 살자" 그 한마디에 아내 얼굴에 화색이 돈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
어찌 쥐꼬리만한 월급 가지고 돈 모아서 저런 별장을 사겠니..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국적 얻기가 힘든 나라가 스위스란다. 천여 가지의 서류와 수 십억원의 기탁금을 요구한단다.
유토피아를 둘러보다 어느덧 등산열차가 출발하는 '알프나호슈타드'에 도착했다.



2) 등산열차

이 등산열차는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40도의 경사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중간 중간 팔자 좋은 산양들이 풀을 뜯고 있으며, 어떤 놈은 동양에서 온 이방인을 멀뚱히 쳐다본다. 어떻게 이런데다 철로를 내었는지 참... 경사가 심해 거의 서서 올랐다. 손에 땀이 밴다. 20여분 뒤 기차는 해발 2,130미터의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엔 '쿨룸' 이라는 둥그런 호텔이 있다.

10분 정도 계단을 오르면 수 십개의 알프스의 영봉들이 도열해있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다.
보고 또 보고, 그리고 느끼고 또 느끼고......
신이 빚은 대자연의 걸작품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도저히 글로써 표현 할 수 없슴... )

저 멀리 루체른 시내가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세계 각국어로 된 푯말이 있는데 한글도 보인다. 아이고 고마워라..
아내와 주변 산책로를 거닐면서, 스위스의 목가적 풍경에 마음껏 도취되었다.
20여명 정도가 케이블카를 타고 10분 정도 내려왔다. 발 밑엔 깎아지는 낭떠러지이다.

3) 봅슬레이

환승역에서 산길로 5분 정도 오르면 봅슬레이 승선장이 있다. 이곳엔 바퀴 달린 봅슬레이가 있는데 상당히 긴 거리를 핸드브레이크 하나로 달리는 것이다. 몸의 움직임으로 중심을 잡아야하며 요금은 5천원 정도.. 울창한 산림들, 알프스의 초록색 목초지 사이를 달리는 상쾌함, 급커브..... 절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4) 콘도라와 버스

다시 4인용 콘돌라를 타고 하산한다. 몇 번을 갈아탔다. 무진장 길다. 대명 홍천의 곤돌라 길이의 3배정도... (40분정도) 저 밑에 하이킹 하는 부녀, 도란도란 바베큐 파티하는 가족도 보인다. 수 백년 된 나무 위엔 오두막집이 올라가 있다. 그 옆의 유치원엔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갑자기 정수가 보고 싶다.
곤돌라에서 내려 버스승강장까지는 한참을 걸어야 한다. 여기서 스위스의 중산층의 평범한 집을 꽃 담 너머로 볼 수 있다. 마당엔 형형 색색의 꽃들로 가득차 있고, 결코 크지 않는 아담한 집들은 제각각 모습이 틀려 마음껏 개성을 뽐내고 있다. 빨래 줄에 내 걸린 옷들을 보고서야 가정집임을 알 수 있었다.
다시 위에 전선이 연결된 시내버스를 타고 루째른 역에 도착했다. 이런 버스 평양에도 있던데.... 여기까지가 필라투스 등정코스다. 결코 3만 4천원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루째른 시내 방황

로렉스, 스와치 시계, 스위스칼 등 이리저리 아이쇼핑하다가 백화점에 들렀다. 스위스의 비싼 물가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화장품을 사주었다. 프랑스 몽마르트에서 통채로 화장품마저 잃어 버렸으니... 잠시 얼굴에 변화를 주었는데 이렇게 달라질 수가.... 돈이 들었더라도 사주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 외각에 있는 '빈사의 사자상'을 보러 갈 생각이다. 이는 프랑스 혁명 중 왕가를 호위하다 전멸한 프랑스용병 786명을 기리기 위해 제작한 유명한 조각품이다.
그러나 아내가 "내가 빈사 상태인데, 차라리 나를 봐." 그러고 보니 아침에 토스트 한 조각 먹고 지금까지 버틴 것이다. '빈사의 사자상'을 포기하고 '빈사의 여우상(?)'을 본 것으로 만족했다.
뒷골목 수퍼를 간신히 찾았다. 니가 숨어 봐야 별 수 있니..
소스 묻힌 통닭, 정통 이태리피자, 스위스 햄 소세지, 샐러드, 망고음료, 알프스의 이름 모를 과일등등 내일 먹을 것까지 장만했다.

수퍼에서 바케트 빵을 집었다가 너무 많이 산 것 같아서 도로 갖다 놓았더니 주변의 아줌마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나를 본다. 손으로 빵을 만져서 그런가? 하긴 역 화장실에서 빗자루 들고 설치며 깔끔 떠는 거 보면 이해할 만하다.
호수를 바라보는 공원벤치에 자리잡고 통닭 뜯으려는 찰라,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다시 미루나무 밑으로 피신.. 비를 줄줄 맞으면서 통닭을 뜯었다. 눈물 젖은 피자와 함께....영락 없는 노숙자 신세다.

루째른-인터라켄 환상의 열차

비도 내리고 배도 불러 졸음이 쏟아지니 저 멀리 있는 무제크 성벽과 빈사의 사자상을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예쁜 도시 루째른을 뒤로 한 채 인터라켄 행 열차에 올랐다. 2시간 정도 거리니까 기차에서 잠 한숨 자야겠다....체력이 바쳐줘야 유람도 하지..

그러나 널찍한 차창 밖에 펼쳐지는 풍경화에 감히 눈을 붙일 수가 없었다. 루째른-인터라켄 노선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관광열차인지라 유리창이 휠씬 넓었고, 좌석 앞에는 협탁이 있어 역명과 관광지도가 그려져 있다. 저쪽에는 1인용 좌석과 쇼파까지 구비되어 있다. 죽이는데...승객도 별로 없다..

왠만한 산도 기차는 그냥 올라갈 정도로 힘이 좋다. 산악열차에 있어서 스위스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한다고 한다. 자연보호를 위해 터널은 거의 없다. 떨어지는 폭포, 기암절벽, 끝없이 펼쳐지는 호수, 산 아래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보석처럼 박혀있다. 기차에서 아이거에 오르려는 독일인을 만나 맥주 한잔 얻어 마셨다. 역시 산악인들은 인심이 좋아..

인터라켄

산악인이 인터라켄을 찾는 이유는 융프라우 또는 아이거에 오르는 출발점이자 베이스 캠프이기 때문이다. '인터라켄'이란 호수사이라는 뜻이며 양 옆으로 브리엔쩌 호수와 튠 호수를 끼고 있다. 이 호수 유람선은 유레일 패스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역에 도착하여 인포메이션센타에 들러 여행자료와 정보를 얻고 밖에 나와보니 저 멀리 'Coop'라는 슈퍼 간판이 보인다. 저 곳에 '신라면'을 판다고 들었는데..... 부리나케 달려 갔더니 막 셔터를 내리고 있다. 결국은 유리창에서 멀뚱히 안을 쳐다 볼수 밖에 없다.. 계산대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물건값을 치르려고 줄을 서 있어서 직원에게 라면 딱 하나만 사겠다고 사정했는데.... "No" 나 참 드러워서

발머 하우스

미국 배낭객을 위한 개인 유스호스텔인데 워낙 한국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어 시즌 때는 방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란다. 다행히 방학이 끝나서인지 미국학생들이 더 많아 보인다. 이곳엔 샤워실, 주방실, 조리실, 레스토랑, 빠, 상점, 인터넷까지 구비되어 있어 배낭여행객의 휴식처이자 천국인 것이다. 이 곳에서 요리해 먹는데, 깜찍하게 생긴 한국 배낭여행객 2명을 만났다. 유럽여행한 지 2주정도 되었고, 오늘 밤차로 헝가리를 갔다가 이태리로 간다고 한다. 과일과 음료수와 빵을 나누며 양주까지 한 잔 주었다.. 너무 고마워한다. 미대 3학년 여학생 둘이서 한 달을 여정으로 유럽을 다닌 다는데... 대견하고 또 부러웠다.

아쉽게 작별했다. 나중에 운 좋으면 만나겠지.....(정말 나중에 로마시내 한복판에서 만났슴)
발머하우스엔 1프랑 코인을 넣으면 3분여 정도 뜨거운 물이 나온다. 머리를 다 감고 몸도 닦았는데 물이 계속 나와서 "언제 이런 목욕하겠니..." 다시 머리에 비누질하는데... 물이 끊겼다. 정말 난감하다. 머리에 수건 감싸고 옷을 대충 입고 마누라에게 가서 " 동전 한 닢 더 주라.. " 비눗물을 씻어내고 샤워 다시 했다. 그런데 또 물이 또 쏟아진다. (한번 속지 두 번 속냐?)
알프스의 오두막집 다락방 2층....잘 자 ' 내 꿈 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