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9사 공동기획 APEC 특집 5부작 「아세안」
특별한 APEC 특집
전 성 호 부산MBC 편성제작국 PD
APEC 특집, 9개 사가 뭉치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뭔가 의미있는 방송을 할 수는 없을까’라는 물음이 이 프로그램의 출발이었다. 그리고 국가적인 행사인 만큼 MBC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국적으로 방송될 수 있는 무언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두 번째로 고려한 부분이었다.
민방이 있는 MBC 9사(부산, 대구, 광주, 대전, 전주, 춘천, 청주, 제주, 울산)는 이미 정례적인 제작국·부장 회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시도를 프로그램으로 구체화시키는 것이 그렇게 크게 새로운 것도 어려운 시도도 아니었다. 그리고 민방소재 MBC 9사는 공동제작의 형태로 돌아가면서 프로그램을 제작 공급하거나, 각 사의 프로그램을 교환하는 것도 흔히 있는 형태다.
하지만 「아세안」은 기존의 것들과는 조금 차별화된 시도들이 있었다. 하나의 기획의도에 의해 단일한 주제와 형식, 그리고 타이틀이나 성우, 자막같은 부분도 통일성을 갖고 제작된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APEC 정상회의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정상회의가 있었던 기간을 전후로 11월 안에 거의 같은 시간대에 편성, 방송했다는 부분이다. 기존의 공동제작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형태로 편성에 대해서는 각 사의 상황에 맞춰 진행하는 것이 통상적이 관례였기 때문에 「아세안」의 편성은 이례적인 것이었다.
5개 사가 5개 국을 하나씩
「아세안」이라는 주제는 부산MBC가 다른 사들에게 제안한 주제로, 협의를 거쳐 확정되었다. 또한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사들이 제작의사를 밝히고 참여하는 형태를 취했다. 이같은 의사결정은 정례화된 회의를 통해 사안별로 결정되어 왔던 것이다. 그래서 제작에 직접 참여하게 된 계열사가 부산, 대구, 대전, 제주, 울산MBC다. 그리고 아세안 국가들 중 가장 주목할 필요가 있는 5개 나라(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를 하나씩 맡고, 개별 국가들에 대해 특성 및 우리나라와의 관계 그 중에서도 경제적인 협력과 교류에 초점을 맞춰서 소주제와 제목을 결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8월 말쯤 부산에서 실무를 맡은 PD들이 모였고, 구체적으로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 결정해야 하는 사안들을 놓고 회의를 가졌다.
사실 한 주제로 공동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는 것은 같은 방송사 안의 PD들이 모여도 세세한 부분까지 협의하고 결정하기까지 꽤나 많은 시간이 들어가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사정이 다른 계열사들이 모여서 프로그램 제작 회의를 한다는 것은 필자도 처음해보는 것이었고, 타이틀부터 예고까지 꽤나 신경 쓸 부분이 많았다. 더구나 편성을 거의 동시에 하면서 1부에서 5부까지 순서를 정하고 진행을 한다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더욱 까다로웠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부산MBC가 1부 ‘뉴 말레이시아를 위한 도약’을 맡고, 이어서 울산MBC가 2부 ‘베트남, 제2의 코리아를 꿈꾼다’, 제주MBC가 3부 ‘싱가포르의 생존전략’, 대전MBC가 4부 ‘아이디어 관광의 나라 태국을 다시본다’, 마지막으로 대구MBC가 5부 ‘아세안과의 교류와 협력 인도네시아에서 배운다’를 제작하게 됐다.
밤낮으로 계속된 강행군
현지 촬영은 거의 10월에 이뤄졌다. 11월에 방송을 하려면 제작사 외의 8개 사에 11월 초까지 태이프를 보내줘야 하기 때문에 좀 팍팍한 제작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그리고 필자같은 경우 미국이나 유럽 혹은 일본처럼 전문적인 방송 코디네이터가 있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준비과정부터 정리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은 그만큼 아세안 국가들에 대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아세안 국가들’하면 그냥 좀 못하는 나라에서 코리안 드림을 안고 오는 불법 노동자들 정도를 떠올리곤 한다. 필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같은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역시 잘못된 선입견은 깨지라고 있다는 것을 절감했고,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돕는다는 우리의 기획의도가 틀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기간은 9일. 말레이시아가 갖고 있는 가능성과, 미래를 위한 노력, 그 속에서 자리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우리 기업과 정부의 노력까지 다 담아야 했다. 인터뷰를 해야 하는 사람도 많고, 이동해야 하는 거리도 만만치 않은 데다가 말레이시아를 나타낼 수 있는 다양한 그림들을 밤 낮 가리지 않고 찍어야 했기 때문에 늘 피곤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돌아오자 마자 부산국제영화제 전국방송에 중계차 연출로 참여하면서 편집에 들어갔다. 편집하면서도 사전 예고를 위해 전체 타이틀과 예고의 제작, 주로 서울에서 이뤄지는 녹음과 성우의 선정까지,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 다시 생길 때마다 의견을 묻고 조율해서 되도록이면 빨리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네트워크의 힘
한 가지 더 덧붙이고 싶은 것은 제작에 참여한 계열사들이 만든 작품들이 꽤나 괜찮은 작품들이었다는 것이다. 자칫 이런 공동제작에서 각각의 프로그램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데, 단일 주제과 형식, 구성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인지 전체적으로나 각 부별 완성도가 높았다고 자부하고 싶다.
이번 공동기획은 제작하면서 과정이 좀 복잡하고 힘들긴 하지만 네트워크의 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제작 시스템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참신한 기획만 뒷받침 된다면 단기 장기적으로 훌륭한 연작 다큐멘터리들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단순 교환 시스템이 아닌 한 단계 발전해 가는 공동제작의 전형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출발이었다고 생각된다.
내년에도 이같은 시도들이 이어질 것으로 알고 있다. 양질의 콘텐츠를 시청자들에게 효율적으로 확보해 전달할 수 있는 기획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jshsyk@hanmail.net
'*TV 바로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주MBC TV 「HD 영상기록 남도 재발견」 (0) | 2006.12.12 |
---|---|
대전MBC TV 「도시의 생명선, 하천」 (0) | 2006.12.12 |
치열한 경쟁 속 품격있는 콘텐츠로 승부해야 (0) | 2006.12.12 |
신문사, 영상시장 진출 노리나 (0) | 2006.12.12 |
안팎의 적에 둘러싸인 지상파방송 (0) | 2006.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