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 속 품격있는 콘텐츠로 승부해야
이 길 영 TBC 사장
유비쿼터스 방송 환경과 지상파방송 현실
2005년 오늘, 대한민국 방송계의 메가트랜드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을 거쳐 본격적인 방송통신 융합 미디어로서 위성DMB가 상용화되었으며, 지상파DMB, IPTV 등 새로운 플랫폼들이 시장을 기다리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매체로든지 방송을 볼 수 있게 되는 유비쿼터스 방송환경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눈부신 네트워크의 발전과 달리 지상파의 위기를 외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수년 간 뉴미디어의 급성장으로 시청률과 시장 점유율에서 지상파는 완연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심지어 향후 10년 내에 케이블과 위성, DMB를 포함한 유료의 멀티 뉴미디어가 방송시장의 절대 강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상파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최근 대부분의 지상파방송은 급격한 광고수입의 감소로 비상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일부 지상파방송사에서는 직원 명예퇴직을 유도하고 제작비 절감을 통해 경영위기에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비용절감으로 일시적 경영수지 개선은 될지 모르지만 대증요법으로 지상파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구조적으로 지상파방송의 위기는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으로 인한 시장 지배력 감소’와 디지털 정보사회를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송문화를 창출하지 못하는 ‘지상파 콘텐츠의 질적 하락’으로 인한 정체성의 위기이다.
또한 지상파가 보편적 서비스를 지향하는 공적 매체라는 것을 감안하면 작금의 지상파방송의 위기는 ‘방송의 위기’ 그 자체이며, ‘공공서비스방송의 위기’이자 우리 시대 ‘공동체 문화의 위기’이기도 하다.
바람직한 방송정책과 지상파방송 역할
작금의 방송시장을 보자. 새로운 네트워크와 유통채널이 급격하게 늘어났는 데도 불구하고 시청자의 선택권이 확대되어 시청자 정보문화 복지의 확산을 가져왔다는 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불행히도 현실은 그 반대이다. 뉴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수백여 개의 채널이 생겼지만 정작 시청자가 찾는 채널은 얼마나 될 것이며, 대부분의 채널을 채우는 콘텐츠의 질은 너무 빈약하며 일부 채널의 경우 정크채널(junk channel)이라고 불러야 더 적당할 지경이다. 뉴미디어의 난개발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렇듯 네트워크의 확대에 기반한 유료매체의 성장이 콘텐츠의 질적 성장을 동반하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시청자 복지와 방송문화의 질 향상 등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방송시장의 발전을 조망하지 못하고 단선적인 기술적 패러다임에 갇혀 네트워크의 확대에만 정책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유료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지상파 재송신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적지 않았다는 것은 콘텐츠 전략이 부재했다는 반증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정책기구로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설립될 경우 뉴미디어 정책은 콘텐츠 발전 전략을 중심으로 해서 재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서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 무료의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와 유료의 선택적 서비스인 여타 매체와의 균형 발전을 견인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무한히 확장하는 네트워크 속에서 지상파가 하나의 PP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콘텐츠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즉 지상파방송사는 ‘방송의 공공성 회복’을 목표로 품격있는 방송을 지향해야 한다. 품격있는 방송이란 역사성, 동시대성, 윤리성을 담고 있는 ‘휴머니티의 구현’을 일컫는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프로그램의 재미와 감동은 그 형식으로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의 이행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사회적 병리현상이 인성상실(人性傷失)이라고 할 때 공동체의 가치 회복과 문화적 품격을 회복하는 일이 지상파의 지순한 책무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품격있는 콘텐츠야말로 한류를 초일류 문화상품으로 브랜드화하고 나아가 할리우드와 경쟁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다.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통신사업자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통신자본의 방송 진출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의 기저에는 방송이 공공성을 상실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따라서 통신사업자는 기술적 우위를 무기로 방송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확대와 콘텐츠의 발전이 병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즉 네트워크의 발전을 통해 플랫폼이 다양화되고 여기에 품격높은 콘텐츠가 유통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매체간 균형발전이며 국가도 적극 나서서 이를 조정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 점에서 통신사업자는 방송 콘텐츠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일례로 통신사업자가 뉴미디어 네트워크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의 일정부분이 콘텐츠 개발에 투자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정체성 재확립과 경쟁력있는 콘텐츠 개발 필요
누구나 지상파의 위기를 말하고 있지만 그 처방은 각기 다르다. 또 아직까지 지상파 키 사들의 영향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하지만 지난 영광에 안주해 임박한 위기를 직시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지상파의 미래는 없다.
지상파방송사는 미래의 고난을 예견해 정체성을 다시 세우고 품격있는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해 초일류국가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문화적 양식을 만들어나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gylee@tbc.co.kr
'*TV 바로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전MBC TV 「도시의 생명선, 하천」 (0) | 2006.12.12 |
---|---|
MBC9사 공동기획 APEC 특집 5부작 「아세안」 (0) | 2006.12.12 |
신문사, 영상시장 진출 노리나 (0) | 2006.12.12 |
안팎의 적에 둘러싸인 지상파방송 (0) | 2006.12.12 |
부산MBC TV 창사특집 HD「신 조선책략」 (0) | 2006.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