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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TV 「HD 영상기록 남도 재발견」

광주MBC TV 「HD 영상기록 남도 재발견」
남도의 아름다움을 HD에 담아

김 민 호    광주MBC TV제작부 PD

 

방송을 끝마치고 난 후 미진한 부분이 너무 아쉽다. 조금만 더 손질할 시간이 있었다면 이렇게 아쉽지 않을 텐데…. 창사40주년 특별기획이라는 부담보다는 HD방식으로 제작하는 것이 부담이었고 힘이 들었다. 지난 1년 동안 프로그램에 매달린 것도 편집을 위해 한 달여 밤을 지새운 것도 방송이 나가고 나면 다 물거품이 되는 것인데…. 그래서 방송은 과정보다는 결과물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방송이 끝난 후 후련함 보다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편성 또한 3부를 연속으로 한 것이 과연 효과적이었는지 회의가 든다. 3부를 연속으로 방송한다는 것 때문에도 너무 정신이 없었다. 편성을 확정하고 편집에 들어갔을 때 HD제작이 기존 제작과는 다르다는 생각에 그리고 3부를 연속 방송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데스크에게 편성을 일주일 후로 연기해달라고 했는데 내가 끝까지 고집하지 못한 것이 끝난 지금까지도 날 어지럽게 한다.

이렇듯 「HD 영상기록 남도 재발견」이라는 나의 못난 자식은 여전히 나의 사고와 몸을 지배하고 있다.

 

남도를 이야기하다

애초의 타이틀은 「전라도」였다.

“전라도의 고유한 특질은 무엇인가? 그리고 현재의 전라도를 만들었던 원형질은 무엇인가? ‘예향’과 ‘의향’이라는 추상적인 대명사로 치장된 전라도의 구체적인 모습은 과연 어떤 것인가? 더구나 전라도에 대한 지역감정이 해소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전라도는 한국인들의 의식 속에는 버림 받은 땅으로 각인돼 있는데….”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 중 일부다. 하지만 자료조사와 실제 촬영을 하면서 많은 부분을 수정해야 했다. 전라도라는 엄청난 타이틀에 대한 중압감과 모호함이 있어서 애초 전라도라는 거대담론에서 약간 벗어나기로 했다. 제작 중반쯤에 가서야 전라도라는 타이틀을 과감히 버리고 「HD영상기록 남도재발견」이란 제목이 가장 적절하다는 생각을 해냈다. 기획의도 또한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만 제쳐두고 있는 그리고 혹 모르고 지나쳤던 남도의 아름다움과 멋을 HD영상을 통해 재발견하겠다는 것으로 재설정했다. 그리고 2004년 영상으로 기록하지 않으면 영영 볼 수 없을 수도 있는 남도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제1부 ‘생명의 땅 남도’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흐름에 따라 전라남도의 아름다운 산하,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리산에서 약초를 캐는 약초꾼에서 신안 비금에서 소금을 만드는 염부까지 아름답고 생명을 간직한 땅 전라남도에서 남도의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바로 우리들의 끈끈한 모습을 담았다.

그리고 제2부에서는 ‘오래된 미래 남도’라는 부제목으로 남도의 전통 문화가 오늘과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이야기 했다. 그래서 남도의 여러 가지 전통적 가치들 중 선암사의 자생차, 보성 삼베, 진도 씻김굿을 옴니버스 방식으로 구성했다. 그리고 남도의 전통적 가치가 똑같은 과정을 통해 잊혀지고 있다는 것에 착안해 세 가지 이야기를 단락 짓지 않고 혼재시키는 다큐멘터리의 실험적 형식을 선택했다. 선암사의 자생차와 보성삼베, 진도씻김굿을 통해 남도의 전통문화가 남도의 미래를 제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제3부 ‘삶의 울림 남도소리’에서는 삶과 소리가 하나인 진도 지산면의 소포리 마을사람들의 삶을 보여주었다. 남도민요와 민속을 지켜가기 위한 소포리 마을사람들의 노력과 갈등 그리고 어울림을 통해 우리가 잊고 사는 혹은 이미 잃어버린지도 모를 삶속의 음악 그리고 그 커다란 울림을 보여주고자 했다.

 

남도의 진가를 몸으로 깨닫다

이렇게 3부작 「HD 영상기록 남도재발견」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남도가 정말로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냥 식상하고 표피적인 얘기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남도의 자연이 너무도 소중하다는 걸 이번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뼈에 사무치게 느꼈고 남도의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남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어울렸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는 걸 몸으로 깨우쳤다.

제작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곽머리 씻김굿이다. 망자의 관 앞에서 씻김굿을 한다고 곽머리씻김굿 혹은 진씻김굿이라고 하는데 처음 촬영을 가서 씻김굿이 너무 슬퍼서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 걸 스태프들에게 애써 보이지 않으려 했다가 갑자기 축제분위기로 반전되는 굿판 분위기를 파악하기 힘들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있다. 그리고 굿이 다 끝나고 나서야 ‘바로 이것이야 말로 씻김굿이 단지 진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남도의 문화를 상징하는 건 아닐까’하는 칼날 같은 번뜩임이 있었다. 그래서 씻김굿은 제2부의 중요한 뼈대가 됐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프로그램에 출연한 많은 남도의 정겨운 사람들이다. 넉넉하고 훈훈한 인심으로 스태프들에게 ‘욕본다’고 한 마디씩 해주신 아름다운 사람들, 그들과의 인연은 계속 될 것 같다.

그리고 제작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처음 HD방식으로 제작을 하다보니 시행착오를 너무 많이 겪었다는 것이다. HD로 제작하겠다는 것도 수월치 않았지만 HD 제작시스템의 미비로 제작하는 내내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후반작업을 하는 동안에도 유일하게 나를 지켜준 것은 HD편집기 한 조와 익숙하지 않은 HD 비선형편집기다.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점은 지역방송의 현실이 다 그렇겠지만 HD 3부작을 제작하면서도 오로지 PD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HD를 제작하면서 개인적인 성취감도 만만치 않았다.

 

개발논리에 신음하는 남도

마지막으로 이 작업이 조금만 일찍 시작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남도의 전통과 특질을 간직했던 것들이 서서히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남도의 정겨움과 따스함을 보여주던 감나무와 갈대숲은 도로를 내느라 뽑히고 없어지고 있다. 그리고 남도의 현재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아름다운 자연이 아니라 그 속에 살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남도에 대한 재발견은 계속 되었으면 한다.

남도에는 진짜로 ‘징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 ‘징한 기운’은 지리산 끝자락에서 논을 가는 농부의 주름진 눈가에도 있고 진도 소포리 아낙의 흥타령 속에도 있다. pd4u@m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