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중국」 ‘기회인가? 수렁인가?’
중국에서의 성공 조건
박 종 훈 KBS 보도국 취재2팀 기자
중국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사실 중국 ‘경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인건비와 각종 비용이 모두 싸다든지, 아니면 중국 시장에는 13억 인구가 있으니까 한 사람당 하나만 팔아도 13억 개를 팔 수 있다든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기업인도 여전히 많다.
하지만 중국에서 공장 운영비가 정말 싸다고 할 수 있을까? 공장을 운영하는데 가장 중요한 비용 가운데 하나는 전기요금이다. 그런데 중국의 전기 요금은 1kW에 1.1위안에서 1.3위안으로 우리 돈으로는 160원에서 190원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는 1kW에 80원 정도니까 중국의 전기 값이 우리나라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고 할 수 있다. 또 수도 요금도 1.5배 정도이고 철강 값도 우리나라보다 비싼 데다 벙커C유 등도 더 비싸거나 한국과 같은 수준이다.
중국 물가가 우리나라의 3분의 1도 안된다고 들었던 사람들은 이런 중국의 원자재 값에 상당히 의아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한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중국에서는 전기, 수도, 철강 등 원자재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동안에는 전기, 수도 요금이나 원자재 값이 계속 올라갈 전망이다.
인건비는 어떨까? 숙련된 노동자의 경우 한 달에 천 위안, 우리 돈으로는 15만 원만 주면 고용할 수 있다. 월급만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8분의 1 수준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는 기업이 노동자를 위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5대 사회보험이 있다. 이 5대 보험 때문에 중국에서는 월급 말고도 35% 정도가 더 들어간다. 즉 15만 원이 월급이라면 5~6만 원을 사회보험으로 내야 한다는 얘기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 인구가 13억이니까 중국사람 한 명에게 하나씩만 팔면 13억 개를 팔 수 있다는 착각이다. 중국에서는 13억 인구가 있는 만큼 많은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더욱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만 물건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145원에 넘긴 현대 ‘그레이스’공장
대표적인 예는 현대자동차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1990년대 중반에 중국시장, 그것도 중국 내륙 한복판에 있는 우한이라는 도시로 진출했다. 다른 기업들이 중국 동부 연안에 진출할 무렵 정말 현대답게 중국 내륙으로 과감한 진출을 시도한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우한에 수백 억을 투자해 ‘그레이스’라는 승합차 공장을 지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레이스의 판매는 극히 저조했다. 공장 설비는 한 해 3만 대 규모였지만 900대도 팔리지 않았다. 결국 중국 지방정부가 나서 반강제적으로 현대자동차 공장을 인수해 버렸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현대자동차 공장 지분을 인수하면서 현대에 준 돈은 단 돈 1위안, 즉 145원에 불과했다. 수백 억 원을 들여 지은 공장을 단돈 145원에 중국 지방정부에 넘기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는 왜 이렇게 참담한 실패를 한 것일까? 우선 현대자동차가 그레이스 승합차의 부품을 모두 한국에서 실어 날랐기 때문이다. 부품을 실어 나르는 과정에서 부품 값이 크게 올라갔고 이 때문에 한국에서 천만 원 정도하는 그레이스가 중국에서는 3천만 원대로 치솟았다. 또 부품을 배로 실어 나르는 과정에서 부품이 변형돼 불량률도 높았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현대자동차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시장을 잘 몰랐다는 점이다. 중국에서는 폭스바겐과 시트로엥, 벤츠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 자동차 시장을 노리고 격전을 벌이고 있다. 즉 중국 업체들만을 상대로 경쟁을 하려다가는 이들 세계적 기업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현대자동차는 이미 한국에서는 단종된 구형 그레이스 모델로 중국시장을 공략하려 했다. 결국 세계적 기업들의 치열한 격전장인 중국에서 그레이스는 실패의 쓴 잔을 마셔야만 했다.
쓰러지는 중소휴대폰 업체들
휴대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 휴대폰이 중국의 전체 수입 휴대폰 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큰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중소 휴대폰 업체들의 경우 중국 수출이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지금은 삼성과 LG만이 겨우 체면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갑자기 상황이 악화된 것일까? 우리 중소 휴대폰 업체들은 자신의 상표로 중국시장을 공략하기보다는 스스로 중국업체의 하청업체의 길을 택했다. 우리 기술로 만든 우리 휴대폰에 중국 상표를 붙여 판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중국인들은 우리 기술로 만든 휴대폰을 사용하면서도 중국의 독자 브랜드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우리 기술로 만든 휴대폰을 왜 중국 브랜드로 팔았을까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세원과 텔슨 등 이미 중국시장에서 실패한 업체들의 주장은, 중국에서는 휴대폰 생산 라이선스가 있어야만 팔 수 있는데 이 라이선스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중국의 하청업체가 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취재결과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중국에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업체는 수십 개에 이르고 이들 업체 가운데에는 경영이 어려운 업체도 많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라이선스를 살 수 있었다. 실제로 한국 업체인 VK는 중국에서 라이선스를 싼 값에 사들여 중국 시장을 직접 공략하고 있었다. 결국 이들 한국의 중소 업체들이 중국 시장을 직접 공략하지 못한 이유는 단순히 라이선스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중소업체들이 중국 시장을 직접 개척하는 것을 두려워 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의 하청업체로 남아 있는 한 당장 눈앞의 수출 물량을 늘리는 데는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업체의 기술 추격 속도였다. 올해 들어 중국은 우리 중소업체의 기술력을 거의 다 따라잡았다. 이 때문에 중국 휴대폰 업체가 삼성과 노키아를 제치고 1위와 3위를 차지할 정도가 됐다. 더구나 중국업체의 휴대폰 생산비용이 우리보다 훨씬 쌌기 때문에 중저가 휴대폰을 생산하던 우리 중소업체들은 중국시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시장에 대한 정보와 연구 절실
결국 이번 취재 결과 우리 기업들은 중국시장에 대한 정보와 연구가 부족해 많은 실패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1989년 이후 중국에 진출한 기업 1만 개 가운데 80%가 실패했고 20%만이 살아남았다. 특히 중국시장을 직접 공략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던 기업들은 중국 기업의 급격한 성장에 점점 도태돼 가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을 향한 우리기업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실패를 거울삼아 많은 기업들이 중국시장을 향해 새로운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이제는 중소기업이 직접 중국시장을 노리고 유통망을 구축하는 경우도 있고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이나 금융업으로 중국시장을 노리는 기업도 많았다. 결국 중국시장이 기회가 될 것인지 아니면 수렁이 될 것인지는 이제 우리의 전략에 달린 것이다. jongho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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