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라산 마루에서 탐험대원들 기념촬영>
<누쟝산(怒江山) 72고개>
‘가르릉 가르릉’. 탐험대 차량은 희박한 산소 때문에 완전연소를 시키지 못하고 천식환자처럼 쿨럭거린다. 마침내 도착한 고갯마루에 서면 탄성과 함께 한숨이 탁 쉬어진다. 실타래를 사려 놓은 것처럼 배배꼬여 있는 꼬부랑길이 표고차 800m에 이르는 곳까지 길을 내어 놓은 것이다.
짙어 가는 가을 단풍과 계단식 논밭과 어우러진 티베트식 집들이 그림처럼 비탈에 서있다. 노면상태는 비교적 좋으나
밀가루같은 비포장도로의 먼지는 탐험대 일행을 한참이나 붙잡고 놓아 주질 않는다.
<누쟝(怒江)과 누쟝대협곡>
누쟝산을 내려오면 이내 누쟝대협곡이 보이는데 협곡 사이가 좁아 하늘이 잘리고, 정상을 보기란 더더욱 어려울 정도로 좁고 깊은 협곡이 시작된다. 누쟝(怒江)은 이름처럼 ,흐르는 물살이 마치 성난 것처럼 급하다고 하여 지어졌다는데 상류지역이라 그런지 마치 호수처럼 잔잔하게 흐르고 있어 72고개를 돌아 내려 온 탐험대에게 평온함을 준다.
이 강은 티베트 동부의 탕구라 산맥(唐古拉山脈)에서 발원하여 남쪽의 윈난(雲南)성과 미얀마 동부를 거쳐 약
2천400㎞를 흐른 후 벵골만으로 빠지는 강으로 동남 아시아의 대하천이다. 어느 강이나 마찬가지지만 누쟝(미얀마에서는 살윈 강)의 시작도 미미한
것은 똑 같다.
누쟝 스케치를 마치고 막 떠나려고 할 때였다. 멀리 점 같은 움직임이 포착됐다. 직감적으로 카메라를 줌인 시킨다.
일어섰다가는 엎드리고 엎드렸다가 일어서고…. 오체투지를 하는 순례자였다. 급하게 탐험대 일행을 붙잡아 세워 두고는 촬영을 했다. 라싸로 가다보면
수도 없이 볼 수 있다던 순례자를 처음 만난 것. 해가 기울기 시작해 일행들 마음은, 끝이 어딘지 모를 협곡을 빠져나가는 것이 급하기도 했지만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오체투지자를 또 만나리란 보장이 없어 촬영팀은 욕심을 냈다.
세 걸음을 걷고 합장한 후 온 몸을 땅에 던져 신심을 던지는 순례자들. 머리와 두 손과 두 발을 땅에 짚어 가장 겸손한
자세로 몸을 낮춰 신을 만난다는 오체투지(五體投地). 차가 지날 때마다 밀가루를 뒤집어쓰듯 먼지를 홈빡 맞으면서도 멈춤이 없이 오체투지를 해오던
순례자들을 마침내 대면하게 됐다.
새까만 얼굴에 땀과 흙에 뒤범벅이 된 얼굴이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순례자들. 낯선 사람들의 접근에 다소
경직되어 보이던 얼굴이 우리 신분을 밝히고 인터뷰 요청을 하자 이내 밝게 웃는다. 나취에서 왔다는 3명의 남자는 야팔(52), 웬지자(37),
자파(33). 이들은 한마을에 사는 이웃사촌들로 벌써 8개월째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조캉사원을 간다는 이들은 하루에 겨우 5~8㎞ 정도
걷지만 라싸에 가겠다는 의지가 대단해 보였다.
왜 라싸에 가느냐는 우문을 던졌더니 조금 망설이던 자파가 “라싸에 가서 빌 것이 너무 많다.”고 간단한 대답뿐이다.
중국어를 거의 못하는 이들과 속 깊은 얘기를 할 수는 없지만 그 빌 것이 무척 궁금하여 몇 번을 되물었으나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한다는
소망까지만 더 들었을 뿐 그것이 끝이었다. 앞으로 3개월쯤이면 라싸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이들은 탐험대가 준 생수병을 연신 흔들어 보이며 감사의
뜻을 전하고 또 길을 떠난다.
그러나 누쟝협곡에서 라싸까지의 거리는 1천200㎞. 8개월 동안 왔다는 낙추에서 누쟝협곡까지의 거리보다
훨씬 멀다. 더구나 늦가을을 넘어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것까지 고려하면 빨라야 내년 봄은 되야 그들의 여정이 끝날 것이다. 그것도 모르는 채
순례자들의 오체투지는 계속되고. 그들이 이 겨울을 무사히 넘겨 안전하게 라싸에 당도할 수 있기를 모두 기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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