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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티베트

중국서부극지대탐험11-지옥 같은 천장공로(창장자연보호구에서 이에라산까지)

 

전날 티베트지역 안내인이 경고한데로, 장다(江達)현에 접어들자 드디어 공사구간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공사구간 초입에선 벌써 화물차들이 엉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우리 일행을 본 공사장 인부들이 손사래를 치며 갈 수 없다는 시늉을 한다. 하긴 노면을 보니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현광민 대장과 쌍용자동차의 연구원들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여러 차례 공사장 인부와 지나가는 화물차 운전수에게 길 상태를 물어 보니 우리 탐험대 차량으로는 불가능하단다. 이런! 길은 외길이고 물러설 곳도 없는 탐험대는 무조건 전진하기로 결정했다.

 

보통 도로공사를 하면 통행할 수 있는 여유를 남겨 놓거나 우회도로를 만드는 것이 우리네 상식. 그러나 중국식은 다르다. 기존 130㎞에 이르는 구간을 모두 뒤집어 놓고 공사를 하는 것. 그렇다고 동시다발적으로 전 구간에 걸쳐 공사를 하는 것도 아니다. 중장비라야 굴삭기 몇 대에 조그만 원동기로 돌리는 모래, 시멘트 혼합기가 군데군데 있을 뿐이다. 대부분은 사람들이 삽과 손으로 골재를 운반하고 있었는데 놀라운 것은 130여㎞에 이르는 공사구간에 총 작업인력이 수백 명 밖에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가면 갈수록 이건 길이 아니라 거대한 함정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셈이었다. “통행하는 모든 차들을 부셔 진흙탕과 바위투성이인 이곳에 영원히 폐기처분 시키려는 음모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현광민 대장은 분을 삭이지 못한다. 빠지고 막히고 긁히고…. 세상에 길에서 당할 수 있는 일을 다 겪고 나서야 진흙과 바윗돌 길과의 전쟁이 끝났다. 130㎞ 구간을 통과하는데 무려 11시간이 걸린 것이다.

 

산을 부숴 길을 내고,길가 벼랑에 석축과 옹벽을 쌓는 공사는 '장다궁루(江達公路)' 전 구간에서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이 길을 지나는 차량들은 10여m가 멀다 하고 진창과 물웅덩이,불쑥 솟은 돌덩이와 씨름하며 달리느라 악전고투하고 있다.
불과 130km를 달리는 데 무려 11시간 이상이 걸렸다.
탐험대 차량들이 큰 사고나 손상 없이 험로를 달려온 것만으로도 다행스런 일이었다.
중국 서부가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전 구간 공사'를 벌이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서부대개발'의 일환이다.

<창두 시내 풍경>

 

비포장도로와의 전쟁은 탐험대원들에게 적지 않은 체력적 부담을 주었다. 그래서 이튿날 아침에 맞이한 창두(昌都)의 아침도 게슴츠레 다가왔다.

 

<창두 시내를 관통해 흐르는 란창쟝>

 

창두는 스촨(四川)성과 윈난(雲南)성, 그리고 티베트가 만나는 교통요지다.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란창쟝(瀾滄江, 메콩강의 중국식 이름)의 거센 물결이 인상적이다.

 

 

촨장북로를 달려 왔던 탐험대는 창두에서 촨장남로로 갈아 타기로 했다. 리오체(類鳥齊)를 지나 나취(那曲), 라싸로 이어지는 촨장북로는 지난 여름 수해로 유실된 도로와 사태가 난 곳이 많아 통행을 할 수 없다는 것. 빵다(邦達), 라오그(然鳥), 빠이(八一)를 통해 라싸로 가는 남로를 선택한다.

<이에라산 고개에 본 산골마을>

 

빵다 대초원을 몇 시간이나 달려서 도착한 빵다 삼거리. 교통의 요지답게 적지 않은 식당과 차량 수리점, 그리고 가수(加水)라고 쓰여 있는 간이 물장수가 보인다. 고갯길이 하도 많은 중국에서는 대형화물차들이 고개를 오르기 전 탱크에 물을 채워, 내리막 길을 내려갈 때 과열된 브레이크에 물을 뿌려 식히는 것이 일상적이다.

 

 

삼거리를 지나 오르기 시작한 이에라(業拉)산도 해발 4천615m로 오르는 것도 만만치 않지만 고개를 넘어서면 커브길이 많기로 유명한 누쟝산(怒江)산 72고개 꼬부랑길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