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엔 췌얼(雀兒)산, 서쪽에는 티베트 국경에 접한 골짜기 마을 더거(德格). 아주 드물게 들르는 여행자나 트럭
운전수를 제외하면 세상과의 교류가 거의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초라한 동네다. 새로 지은 집들이 몇 채 있었지만 여전히 티베트식이고, 티베트
국경과 너무나도 가까운 곳이라 일말의 긴장감도 기대했으나 그동안 지나왔던 여느 마을과 다름없어 보인다. 50여 년 동안 중국의 지배를 받아 온
티베트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푸르른 아침 여명이 잔상처럼 뒤덮힌 마을은 차라리 고요하다.
스취에서 더거로 가는 길의 대부분은 '공사중'이다.
비포장 흙길을 포장도로로 바꾸는 공사가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높은 산과 고개가 많은 중국 서부의 도로 가운데 대부분이 흙길이어서 자동차들이 제대로 달릴 수 없다.
광활한 지평선을 향해 탐험대는 쏜살같이 달린다. 티베트인들의 집이 작은 돌 성곽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야크들이 어슬렁거리며 서리 내린 풀을 뜯고 있고 차소리에 놀란 양떼는 깡총 뛰어 달아난다. 그 넓은 초원에 드문드문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검은 텐트가 점처럼 보였는데 세상과 등진 것처럼 사는 유목민들이다. 중국정부가 아무리 정착을 장려해도 전혀 상관없는 일처럼
자연스럽다. 그렇게 외진 곳에 사람들이 산다는 것이 신기하고, 점점 추워지는 겨울이 걱정되기도 한다.
더거에서 티베트 동부의 변경인 창두(昌都)로 가는 길은 '고난의 행군'.
총 340여km 가운데 200km가 공사
중이다.
더거를 떠난 탐험대는 채 30km를 못 가서 비포장길을 만났다.
장족 마을과 경치가 아름다운 계곡을 지나 구비구비 산길을
올라 해발 4313m의 고갯마루에 오르자 산은 온통 설경이다.
설경의 아름다움에 빠질 겨를도 없이 내려가는 길 역시 꼬불꼬불 아슬아슬하기는
마찬가지다.
산을 다 내려오니 이번에는 협곡이다.
어제 창두에서 온 가이드는 공사 중이라 도로 사정이 대단히 나쁘고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 경고한터여서 고개를 내려서자마자 다시한번 티벳출신 안내인에게 길을 체크한다.
어찌됐든 219번 국도인 이 길을 통하지 않고서는 우리가 목적한 라싸로 갈 수는 없는 일.
무조건 전진하기로 한다.
초원지대를 벗어나 ‘창쟝(長江) 천연보호구’에 들어서자 골짜기가 깊어지면서 물살도 빨라지기 시작한다. 계곡과 산비탈에 쓰러지듯 매달린 티베트 마을경치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 오히려 선명한 아름다움으로 다가 온다.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해발 4천300여m의 고갯마루에 올라서자 입이 쫙 벌어질 만큼 아름다운 설경이 펼쳐진다. 감동은
거기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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