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탐험의 최대의 적은 비였다. 고지대는 강수량이 연평균 수십 밀리미터에 그치는 것이 보통인데 이상하게도 비는 우리
탐험대를 내내 쫓아 다닌다. 질척질척 내리는 비는 비포장도로와 공사구간도로를 진창으로 만들고, 그만큼 탐험대의 일정도 차질이 생겨 연일 강행군을
계속하게 한다. 비로 인해 느려진 일정을 맞추기 위해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운행하는 동안 대원들의 피로는 쌓여만 간다. 오늘도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팍쇼(八宿)을 지나면서 초원이 펼쳐지고 구릉을 넘어서면 굵직굵직한 아름드리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이내
밀림이 우거진 협곡 사이를 빨려가듯 달리게 된다. 이곳이 티베트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삼림이 우거지고, 운무에 휘감긴 풍경도 아름답다.
바로 ‘티베트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강샹(崗鄕)자연보호구’다.
계곡 아래에는 얄룽창포(雅魯藏布) 대협곡으로 흐르는 린즈니아허(林芝尼亞河)가 있어 울창한 숲과 구름은 흐르는 물과 함께
변화무쌍한 새 경관을 만들어 낸다. 뽀미(波密)에서 시작하는 이 길고 긴 협곡의 향연은 린즈를 지나 빠이(八一)까지 이어진다. 마치 숲 속의
오솔길처럼 난 318번 국도 또한 포장공사가 한창이었는데 해발 3000m가 넘는 고지대지만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오는 바람이 푄현상을 일으켜
비가 많이 오고 그래서 도로유실이 잦기 때문에 포장공사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유실된 도로를 보수하는 공사라기 보다는 길을 넓히고 비포장도로를 정비하는 작업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아 오히려
318번 국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느낌을 받는다. 하긴 이 길은 라싸로 가는 유일한 길도 되지만, 반대로 칭하이(靑海)성과 스촨(四川)성,
윈난(雲南)성을 잇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풍광의 뽀미 지역을 지나면서 도로는 한층 위험해지기 시작했다. 잦은 비와 안개 등으로 도로 전방의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절벽 위의 난간처럼 좁은 도로는 항상 긴장하게 한다. 교행차량이 있을 때마다 암벽등반이라도 하듯 절벽쪽에 최대한
차를 붙이느라 여간 애를 먹는 것이 아니다. 그러는 사이에 도착한 통마이(通麥)대교.
크고 작은 산사태는 천장공로(川藏公路)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재해다. 특히 통마이 대교 일대는 빙하지대가 있어
산사태가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여름이면 호우로 인해 도로유실이 잦고 밀려 온 토사와 돌에 종종 다리가 훼손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말
전쟁터 같은 지역이다.
더구나 우리 탐험대 일행이 도착했을 때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중국감독관은 무전으로 군사보호지역이니 일절 촬영을 금지하라는 주문을 한다. 라싸로 가는 유일한 통로이기에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곳. 그래서 다리 양쪽으로 군인들이 통행차량과 사람을 검문검색을 한다. 한쪽은 중국 군인이 또 다른쪽은 티베트출신 군인이 각각 경비를 서는 것이 이채롭다. 다리 입구에는 수 십대의 차량이 늘어서 있었는데 다리 건너편 도로에 낙석이 쏟아져 군인들이 치우고 있는 중이었다. 작업 중인 장비와 군인들이 건너와야 통행이 가능하다.
오도 가도 못하는 외길에서 쫄쫄 굶으면서 대기하기를 한 시간여 만에 다리를 건넌다. 차 한 대 정도가 겨우 지날 수
있는 나무다리를 건너자마자 만나는 도로는 탐험대원들을 바짝 긴장하게 한다. 오른쪽은 깎아지른 절벽이요 왼편은 까마득한 낭떠러지. 비탈진 좁은
도로는 빗물에 미끄러워 자칫하면 황천행이다. 이런 아슬아슬한 길을 달려 당도한 곳은 루랑(魯郞)으로 향한다.
보미에서 린즈(林芝),바이(八一)까지 이어지는 318번 국도는 이런 풍경의 연속이다.
티베트 고원에 이런 풍경이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강샹자연보호구 안의 도로는 포장 구간도 있지만 흙길이 더 많다.
하지만 조만간 이 흙길도 포장될
모양이다.
약 120km에 걸친 구간에서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뷰티풀 티베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서부극지대탐험15-천상의 도시 라싸로 가는 길 (0) | 2006.04.07 |
---|---|
중국서부극지대탐험14-린즈에서 아페이 마을까지 (0) | 2006.04.05 |
중국서부극지대탐험12-노강산 72고개와 노강대협곡 (0) | 2006.04.03 |
중국서부극지대탐험11-지옥 같은 천장공로(창장자연보호구에서 이에라산까지) (0) | 2006.04.03 |
중국서부극지대탐험10-마다에서 창두로 (0) | 2006.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