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간꺼에 가까워질수록 풍경은 아름다워지고 문득 나 자신이 이미 티베트에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느낀다. 마니깐꺼는 서양식 이름으로 ‘신비롭고 아름다운 서쪽의 작은 마을’이라는 뜻이 있단다. 티베트 땅으로 다시 가기 위해서 거쳐야 할 마을. 원래는 캉빠(康巴)라 불려지던 동티베트 지역이었으나 중국의 침략 이후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스촨성에 편입된 마을이다. 마을사람들은 붉은 실타래로 머리를 묶어 여전히 캉빠인임을 자랑하고 있었다.
성냥갑 모양처럼 납작한 집들이 늘어 선 황토빛 마을 너머에 하얗게 비춰진 설산의 모습이 다가 올 겨울처럼 늠름하게 서있다. 바로 췌얼산(雀兒山)이다.
본래 이곳은 '캉바(康巴)'라는 동티베트 지역이었으나 중국이 티베트를 차지한 뒤 칭하이와 쓰촨으로 나눠졌다.
넓디
넓은 들판에는 유목민들의 천막이 점점이 흩어져 있고 말을 탄 남자는 들판을 가로질러 순찰을 나선다.
청명한 하늘 아래 굽이굽이 갈래 지어
흐르는 냇물과 도처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과 양과 야크들의 풍경은 '평화' 그 자체다.
마니깐꺼 삼거리를 끼고 우회전한 탐험대는 본격적으로 췌얼산 고개를 향하면서 신루하이(新路海)를 만난다. 바다(海)가
붙은 이름에 비해 그리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췌얼산의 눈과 빙하가 녹아 모인 호수 주변에는 단풍이 곱게 물들고 있었다.
옷은 남루하고 얼굴에는 세수를 언제쯤 했을까 싶을 만큼 땟국물이 흘러도 마음만은 때묻지 않은 순백의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러나 지배자인 중국인들에게는 낭만적으로만 보이질 않는가보다.
대원들이 아름다운 풍광에 빠져 정신없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을 때 중국감독관이 짜증을 내며 이 지역을 빨리 통과하잖다.
뜬금없는 일이라 이유를 물어 보니, 티베트인들은 외지인에게 적대적이고 술을 먹으면 칼을 휘두르고 강도짓을 한다는 것. 하긴 그 사이에
동네꼬마들이 열댓 명이 모여들어 탐험대 차량을 둘러싸고 신기한 듯 만져보고 쓸어보고, 약간은 취해 보이는 아저씨 한 명은 우리 일행을 향해
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어 중국감독관이 우려할 만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믿고 싶지는 않지만 혹시나 해서 바로 출발 준비를 한다. 그러나 기회 있을 때마다 티베트인들이 거칠고 난폭하고
도둑이 많으니 소지품 조심하라는 중국감독관의 경고를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었던 탐험대원들에게 여전히 티베트인들을 폄하해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인식이 왠지 씁쓰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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