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에서 만든 사람의 개입 및 연출이 없을 수 없다는 점을 대개 인정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다큐멘터리의 핵심적인 '질료'는 허구가 아닌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전제를 역이용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역이용한 것을 공표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영화 이야기 방식으로 완성시켰기 때문에 하나의 장르로서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다큐멘터리로 보이지만 실상은 허구의 인물로 허구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를 mockumentary 라고 부릅니다.
mockumentary는 mock 과 documentary 를 합쳐서 만든 단어인데, mock의 뜻에는 '가장하다'라는 뜻도 있지만 '조롱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100% 사실처럼 보이려고 하는 다큐멘터리와 그것을 아무 생각없이 믿어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조소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참고로 mockumentary 를 페이크 다큐멘터리 fake documentary 로 부르는 사람도 있고, 짜가 다큐, 짝퉁 다큐로 친숙하게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왠지 짝퉁 다큐의 어감이 가장 훌륭해보이는군요.
mockumentary 로 유명한 영화에는 롭 라이너의
마지막으로 약간은 생뚱맞게 마이클 무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1989년에 마이클 무어가 처음 만든 다큐멘터리 <로저와 나 Roger & Me>는 다큐멘터리로서는 유일무이하게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습니다.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작품은 대부분 크게 흥행이 되기 때문에 이 영화제는 '관객상의 영화제'라고 불릴 정도라고 합니다. 따라서 <로저와 나 Roger & Me>가 지루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재밌는 영화라는 것을 입증한 것인데, 그 영화가 바로 다큐멘터리라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김동원 감독의 <송환>이 갖고 있던 최다 관객동원기록을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 Fahrenheit 911>이 바로 깨버렸다고 합니다. 다큐멘터리를 TV가 아닌 극장에서 보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이국적인 한국 사람들과 극장주에게도 먹히는 이야기였으니 마이클 무어란 감독이 참 대단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상업적 정치적(?) 성공과 더불어 그에 대한 비난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 비난의 초점은 그의 도발적이고 저돌적인 말솜씨에 있지 않습니다. 마이클 무어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어떤 점은 과감히 생략하고 어떤 점은 위험할 정도로 과장하기 때문입니다. 즉 다큐멘터리가 가져야 할 기본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비난인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다큐멘터리를 crockumentary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crock 은 속어로 허튼 소리, 넌센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평론가, 이론가들이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를 비판적으로 보더라도 crockumentary로 폄하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미국의 조선일보같은 곳에서야 그러한 비난을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마이클 무어가 하는 이야기를 제가 동의하고 있기 때문일지 모르겠지만, 그의 이야기가 부분적으로 틀렸다고 해서 전체가 모두 허풍이라고 밀어부치는 잣대가 염치없기 때문입니다.
출처: 네이버 지식인 오픈사전 오픈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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