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임무는
무엇인가?
그들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고,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
는가? 첫째, 감독은 반드시 뛰어난 기술적 지식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 지식은 아주 중요하다. 연출에 관한 대부분의 책은 촬영
기술이나 연속성 유지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나는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먼저 이런 책들을 읽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더
이상 시간을 소비하지 않겠다. 나는 이 책에서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작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를 말하고자 한다. 그러나 기술적인 요점과
기초적 연출에 대해 정리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1.카메라의 움직임 여기에는 팬, 틸트, 크랩, 트랙, 달리가 포함된다. 이것이 어떤 것들이며, 어떤 경우에 사용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2.연속성 여기에서 중요한 문제는 샷 간의 올바른 방향을 유지하고, 시퀀스간의 적절한 연속성을 지키는 것이다. 편집에 관한 거의
모든 책이 필요한 사항을 다루고 있다.
3.관객의 자극 이것은
연출의 제1원칙이다. 관객으로 하여금 특정 장면을 기대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한 남자가 칼을 들고 내려다본다. 당연히 관객들은 그가 누구를 보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할 것이고, 따라서 다음 장면은 희생자의 모습이어야 한다.
4.컷어웨이 이것은 시간을
축약하고 방향성에 문제가 있는 시퀀스에서 시점을 전환할 때 사용한다. 대부분의 초보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너무 적은 수의 장면을 촬영한다. 편집할
때 이 실수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5.샷의 효과
감정적인 효과, 즉 친밀도나 감정 표현을 위해 클로즈업을 사용하는
등의 효과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는가? 또 등장인물이 화면을 압도하게 만들 때는 아래서 위로 올려찍고, 그 반대의 경우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기초적인 원칙도 알고 있는가?
6.렌즈
움직임을 더디게 하고 사물을 압축시키는 장초점 렌즈와 같은 다양한
렌즈의 효과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가? 이런 내용들은 기본적인 것이지만 정리할 가치가 있다.
연출의 기술적 문제와
원칙에 관한 내 생각은 간단하다. 첫째, 가능한 한 작품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원칙은 오랜 경험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일단 지식이 있으면 원칙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무시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가능한 한 기술적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아야 하는데, 그럴 때에만 확실한 지시를 내릴 수 있고 제작팀의 이러쿵 저러쿵에 좌지우지되지 않을 수 있다.
기술적인 것이든, 인간적인 것이든, 작품제작에 대해 많이 알수록 감독으로서 보다 안전한 위치에 있게 된다.
기술적인
지식에 덧붙혀 다큐멘터리 감독은 장르에 걸맞는 시각과 태도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일반 영화든 다큐멘터리든 '연출'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반 이상은 두 가지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많은 다큐멘터리들이 마치 일반 영화처럼 씌워지고 계획되고 또
촬영된다.
그러나 상당수의 다큐멘터리들은 전혀 다른 작업 태도와 작업 방식을 요구한다. 이 문제의 시작은 감독이다. 이런
다큐멘터리들-단지 뉴스나 시사, 시네마베리테 다큐멘터리뿐 아니라-은 대본이 전혀 없고 미리 계획을 세울 수도 없다. 운이 좋으면 어디로 갈
것인지, 어떻게 진행을 할 것인지 등에 관한 간단한 메모나 대강의 아이디어 정도를 가질 수 있다. 그저 뛰어들어서 최상의 것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작업을 해 나가면서 비로소 작품을 발견하게 된다. 사건이 전개되면서 당신은 그것의
의미를 이해하고 핵심을 붙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중요한 사항들을 보고 그것이 어떻게 전체적인 구성으로 만들어져 가는지를 보게 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제작 세계의 반 이상은 이런 모습이며, 일반 영화와 비교하면 사자와 쥐의 생김새만큼이나 다르다. 더 중요한 것은
엄청난 책임이 감독에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목적의
명료성
감독으로서 당신은 무엇을 다룰 것이지, 그리고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작품을 통해서 무엇을
전하고 싶은 지도 확신하고 있어야 한다. 간단히 말해 초점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초점이 없으면 작품은 제대로 되기가
어렵다.
스타일
목적과 아울러 작품의 스타일을
초기 단계부터 설정해서 작업 내내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일에는 액션, 과거회상, 유머, 풍자등이 포함된다. 분위기 있고
시적이며, 자극적이고, 또 밝고, 거칠고 초현실적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스타일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감독은 자신이 하는 일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중간에 스타일을 변화시킬 수도 있지만 이것은 관객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원칙은 간단하다. 제작을
시작하기 전에 어떤 스타일을 선택할 것인지 오래 생각하고 그것을 고수하라. 스타일을 부수거나 바꾸려면 그 장단점을 신중하게 생각하라.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야 할 것은 이유없이 스타일을 바꾸는 것이다.
경청능력
여러 책에도 나와 있지만
영화감독들은 듣기 보다는 말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감독은 무엇보다 먼저 듣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관찰하고 받아들이고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 이런 성향은 사람과 장면에 모두 해당된다. 당신은 복잡한 인간들과 그들의 행동, 동기, 고통, 행복을 이해해야 한다. 더 넓은
차원에서 장면과 집단 또는 사회를 이해해야 한다. 그런 이해의 과정에서 당신이 관찰한 것을 일반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것을 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경청을 해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결정능력
결정을 내리는 것은 연출의
핵심이다. 다큐멘터리의 어려움은 준비없이, 예고없이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데 있다. 미리 계획되고 준비된 다큐멘터리의 결정은 상대적으로
쉽다. 가령, 대학을 탐사하는 작품의 경우 아주 쉬운 유형의 결정들을 내린다. 누구를, 어디서, 언제 찍을 것인지를 미리 알 수 있고 따라서
연출도 기본적으로 행정적이고, 기술적으로 이루어진다. 편집할 만한 충분한 양의 샷을 찍고 그런 샷에서 핵심만 찾아내면 되는
것이다.
어려운 결정은 아무런 사건도 예상할 수 없고 상황도 끊임없이 변하는 무계획의 작품에서 나온다. 이럴 때 당신은 무엇이
중요하며, 카메라가 어디서 누구에게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지를 즉각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모든 것이 갑작스럽기 때문에 당신은 어떤 방향으로든
움직이고 카메라를 작동시킬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런 상황은 높은 지적 능력을 요구하지 않지만 필요한 것을 찍을 수 있을 정도의 지적
능력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아는 사람은 당신이다. 카메라맨은 불타는 집이나 파선이 중요한 장면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에게 방관자의 무관심
아래 놓여져 있는 이야기를 알려 주는 것은 바로 감독이다.
지금까지 논의했던 사항들이 이제 하나로 묶여지기 시작한다. 당신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할 것인지 알고
있다면, 그리고 핵심사항들에 대해 생각을 해두었다면 이제 당신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지침이 마련된 것이다. 이런 과제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는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
대부분의 경우 결정이 빠른 순간에 내려져야 한다는 것은 더 이상 애기할 필요가 없다. 무엇이 발생할지
불확실하다면 제작팀에게 물어서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라. 가장 치명적인 것은 결정 과정을 무시하고 제작팀이 무언가를 해내기를 막연히 기대하는
것이다. 그들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을 느끼게 될 것이고, 운이 아주 좋아야만 이것이 작품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작품의 목적에 대한 인식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때로는 제작 과정 중에 무언가 원래 생각을 부정하는
통제 불가능의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당신은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때 당신은 무언가를
보호하기 위해 작품 방향을 90도 이상 바꾸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결정은 매우 어렵다.
감독의 시각
책을 보면 감독의 자질에 관한 목록들이 나와 있다. 지혜와 지성, 인내심, 200에 가까운 IQ, 일류
대학의 우등 졸업장 등의 목록을 보다 보면 이것이 단순한 다큐멘터리 감독의 자질이 아니라 신의 덕목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기본적인 지능과
인내심 그리고 작업 능력 외에 내가 추가하고 싶은 단 한 가지는 훌륭한 시각이다. 영화는 시각매체이며, 훌륭한 감독은 그것의 잠재력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 점은 아주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 수년 간 다큐멘터리는 대부분 그림이 있는 라디오처럼 여겨졌다. 따라서
인터뷰들은 매번 아주 지루한 방식으로 단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의미없는 화면으로 촬영되었다. 그걸 볼 때마다 나는 감독이
미디어의 가장 기본상식을 잊어버린 듯한 생각이 들곤 했다. 물론 완전 인터뷰작품이 있기는 하지만 상당수의 인터뷰 영화를 보면 감독이
영상 매체의 역동성보다는 인쇄물의 논법을 더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감독은 좋은 시각을 가져야 한다. 영상적으로 중요한
것을 볼 줄 아는 능력은 다큐멘터리에서도 필수적이지만 그 시작은 목적에 부합되어야 한다. 먼저 작품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영상의 스타일을 결정하게 된다. 주제에 상관없이 영상 스타일을 먼저 결정하는 방식을 따를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스타일을 결정해서 카메라맨과 상의하라. 다시 말하지만, 카메라맨이 당신의 생각과 느낌을 많이 알수록 그가 작품에 대한
당신의 접근방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촬영에 들어가면 카메라맨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항들이 있다. 이 특정한 신의 목적은
무엇이며, 전체 작품 속에 위치는 어디인가? 신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열광적인가 차분한가, 극적인가 시적인가? 이 신은 멀리서 보야야
하는가 또는 흡입력이 있어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카메라맨은 또한 당신이 원하는 장면의 친밀도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한다.
클로즈업이냐, 익스트림 클로즈업이냐 혹은 좀더 멀리 떨어진 샷을 원하는가?
우리가 감독의 시각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실은 두 가지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첫째는 감독이 화면구도나 구성에 대해 감각이 있어야 하고, 이야기가 전달되는 가장 좋은 카메라 앵글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 시각' 이라는 것은 세부 묘사 능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세부 묘사는 때로는 대본에 씌워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결정적인 장면은 예고 없이 발생한다. 감독은 그것을 파악해서 카메라로 하여금 찍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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