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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개론

TV 자연 다큐멘터리 편성의 현황과 과제


 TV 자연 다큐멘터리 편성의 현황과 과제


                         장  윤  택

KBS 편성본부장



자연 다큐멘터리는 TV 프로그램의 중요한 장르 중의 하나이고, 많은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장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TV에서는 국내에서 제작된 자연 다큐멘터리보다는 외국에서 수입된 자연 다큐멘터리가 훨씬 더 많이 방송되고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기도 하다. 한국의 시청자들은 TV에서 우리나라의 동물들을 접하는 것 보다 아프리카의 동물들을 볼 기회가 훨씬 더 많다.


현재 우리나라 지상파 TV에서 자연 다큐멘터리를 고정적으로 편성한 것은 KBS 1 TV의「환경 스페셜」(水, 밤 10:00~11:00)과「동물의 왕국」(日, 오후 5:10~6:00), KBS 2 TV의「동물의 세계」(月~金, 오후 5:30~6:00)가 전부이다. 시청자들에게 친숙한「동물의 왕국」과「동물의 세계」는 외국에서 수입된 자연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고, 국내제작 자연 다큐멘터리의 고정 편성은「환경 스페셜」이 유일하다.  그러나「환경 스페셜」도 100% 자연 다큐멘터리로 방송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韓流」붐이 이야기하듯, 우리나라의 TV 프로그램 제작 수준은 이미 상당한 경지에 도달했음에도 어째서 자연 다큐멘터리는 아직도 선진 대열에 끼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쉽게 얘기해서 그만큼 자연 다큐멘터리의 제작이 타 장르의 프로그램들에 비해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서 어렵다함은 제작기법의 난이도보다는 프로그램제작에 소요되는 시간, 비용의 문제가 더 크다.


5~60분 분량의 자연 다큐멘터리 한 편 제작에 1년이 넘어 걸리는 경우도 많다. 제작 기간이 긴 만큼 이에 소요되는 비용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해 5월에 방송된「서해의 마지막 제왕, 백령도 물범」의 경우 KBS가 투입한 인력, 장비 등에 소요되는 간접비용을  제외한 직접 제작비만 계산해도 약 1억 5천만 원이 들었다. 물론 모든 자연 다큐멘터리에 이 정도 제작비가 소요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에 비해 적어도 두 배, 많게는 10배 이상이 든다.


< K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제작비 비교 >

구분

프로그램

방송일시

제작비

비  고

봉암사의 숲

2003년 3월5일

69,182,000원

 

지구환경 대기행 (3부작)

2004년 1월5일~7일

198,977,020원

 

멸종 (3부작)

2004년 3월

179,400,000원

 

서해의 마지막 제왕

백령도 물범

2004년 5월5일

149,873,000원

 

KBS 스페셜

현  행

33,935,000원

표준제작비

수요기획

현  행

22,030,000원

표준제작비

피플, 세상 속으로

현  행

15,453,000원

표준제작비

                                                                                                   ※ 간접비용 제외한 직접 제작비


여기에 제작 기간이 1 년이라고 하면, PD와 촬영팀 등 제작진이 5~60분 방송되는 한 프로그램에 1 년 동안 묶이게 되는데, 방송사가 이를 감당해 내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자연 다큐멘터리가 창사기념과 같은 방송사의 생색내기용 특집편성으로 주로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자연 다큐멘터리는 언어나 문화의 상이성을 뛰어넘을 수 있는 흔치 않은 TV 프로그램 장르이다. 그럼에도 현재 세계시장에 유통되는 자연 다큐멘터리는 대부분이 영국의 BBC나 미국의 National Geographic, Discovery Channel 등에서 방송된 프로그램들이고, 일본 NHK가 제작한 프로그램이 일부 명함을 내미는 정도이다. 그 이유는 우선 앞서 언급한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의 고비용에서 찾을 수 있다. BBC의 경우 자연다큐 60분 편성물의 제작비가 평균 50만$선이라고 한다. 다큐멘터리 한 편에 이 정도 제작비를 투입할 수 있어야 하고, 또한  세계 어느 방송사도 국내 수요만으로는 도저히 이런 제작비 소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세계 시장으로의 수출을 통해 제작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만 전 세계에서 유통될 수 있는 자연다큐를 제작할 수 있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연 다큐멘터리는 일부 국가들의 독과점 구조로 유통되고 있다.


<BBC 제작 자연다큐 제작비용 및 국내 수입가 >

구분

60분 기준 편당 제작비

국내 수입가

C급

$450,000 이하

$4,000~$5,000

B급

$450,000 ~ $650,000

$5,000~$6,000

A급

$650,000 ~ $850,000

$8,000이상


여기에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자연 다큐멘터리의 프로그램 수준은 그 나라의 동물학이나 식물학 등 과학적 연구의 기반 위에 서 있다는 점이다. 그저 눈에 보이는 동․식물을 좋은 카메라 앵글로 기록했다고 해서 좋은 자연 다큐멘터리가 될 수는 없다. 일정 수준까지는 프로그램의 제작기술이 문제가 되겠지만, 좋은 자연 다큐멘터리가 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에 담긴 내용이 중요해지고, 이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만의 문제가 될 수 없는, 그 나라의 관련 학문의 수준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문제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자연 다큐멘터리들의 경우, 90년대 후반에 가서야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준에 도달했고, 그 이전까지의 작품들은 거의 < ~의 사계> 식으로 자연에 대한 단순한 관찰 기록에 머물렀던 사례에서도 이러한 점을 알 수가 있다. 영국의 BBC가 세계적인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의 선두에 있는 것은 물론 BBC의 제작 능력도 있겠지만, ‘챨스 다윈’이 말해주듯 그 나라의 탄탄한 관련 학문의 기반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지상파 TV 방송사 통털어 한 해 7~8 편 특집으로나 제작되던 우리나라의 자연 다큐멘터리가, 부족하나마 <환경 스페셜>이라는 매 주 1 회의 고정 편성시간을 갖게 된 것이 불과 6 년 전의 일이다. <환경 스페셜>도 아직은 전부를 자연 다큐멘터리로 방송하지는 못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 좋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보겠다는 제작자들의 의욕과, 이를 뒷받침해주어야 하는 여건들 사이에 여전히 간격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간격이 비록 속도가 빠르지 못할지라도 조금씩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에서, 또 자연에 대한 애정과 열정에 넘치는 자연 다큐멘터리스트들의 출현을 보면서, 우리나라 자연 다큐멘터리의 전성시대도 멀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