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시 블루스 ⓒ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
[부산국제영화제] <택시블루스>와 <에로틱 번뇌보이>
[프로메테우스 강준상 기자]
최하동하 감독과 최진성 감독은 각각애국자 게임과 뻑큐멘터리, 박통진리교란 작품으로 주목받았던 감독이다. 한국 근대사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으로, 형식적으로 새로운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주목받았다. 이 두 명의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에 각각 신작을 소개했다. 최하동하 감독의 택시블루스와 최진성 감독의 에로틱 번뇌보이.
시도, 그 자체로 센세이션널한!
196 다큐멘터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최하동하 감독의 택시블루스가 완성되기를 기다려왔다. 최하동하 감독은 다큐집단 빨간눈사람에서민들레와 애국자 게임 두 편의 영화를 만든 다음 돌연 택시운전사로 취업했다. 그리고 택시에 디지털 캠코더를 장착하고 손님들의 모습을 찍어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미리 허락을 구하고 찍는다고 하지만 그 시도만으로 충분히 불온하다.
f42 밤의 서울. 흥청망청 술에 취해 몸을 아무렇게나 택시 뒷자리에 던지는 사람들, 앞자리에 여자친구를 앉히고 뒷자리에서 여성의 머리를 휘갈기는 사람, 시작부터 끝까지 욕설로 점철된 언어들, 택시에 앉자마자 화장을 고치기 바쁜 여성들, 택시비를 내지 않는 사람들과 취해서 자기 집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
밤에 택시를 타는 수많은 인간군상들 사이로 1년간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사고들이 라디오를 통해 전파된다. 한강대교에서의 자살 기도, 서울시내 곳곳의 교통정보, 정은임의 영화음악에 출현한 홍상수, 영등포 연쇄살인사건, 분신 자살한 택시노동자, 정은임의 사고사, 그리고 이명박의 하이서울 페스티벌과 '서울을 하느님께 봉헌한다'는 뉴스까지.
다큐멘터리의 윤리학
영화가 끝나고 난 후
극장 안의 공기는 무겁게 내려앉았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 하지만 그것을 적나라하게 영상으로 확인했을 때, 영화를 그저
영화일 뿐으로 치부할 수 없고, 그 모습을 객관화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관객들의 반응은 먼저 윤리학!
“당신의 정체성은 영화감독인가, 아니면 택시운전수인가?” “어떻게 손님들에게 동의를 구했나?” “카메라로 찍히고 있다는 것을 알 때 손님들과 감독 자신의 태도가 연출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감독은 답한다. “택시운전사로서 내가 보고 싶은 것들을 봤을 것이다. 내가 바라본 서울. 그 안의 사람들. 영화가 진행되면서 나 스스로가 나를 연출해 나갔을 것이다.”
영화 택시 드라이버의 뉴욕 거리보다 훨씬 충격적인 택시 블루스의 서울 거리. 영화는 마지막으로 이명박 시장에 의해 휘황찬란하게 포장된 서울의 모습을 비추고 끝난다.
최하동하 감독의 영화 택시 블루스는 그 시도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그 용기에 고개가 숙여진다. 하지만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는 항상 다큐멘터리만의 특정한 윤리학이 필요하다. 이 영화의 불온함은 그 불온함만으로 가치가 있지만 윤리학에 대해 질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윤리학은 찍는 과정의 윤리학이 아닌 보여지는 과정의 윤리학을 말한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은 마치 몰래카메라에 의해 찍혀진 영상을 보는 것으로 오인하게 된다. 택시 안의 공간에 숨어서 택시 밖의 거리를 몰래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극장 안의 어두운 공간에서 택시 안의 군상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몰래 보는 듯한 착각.
이런 착각이 발생하는 지점에서 윤리학의 문제가 발생한다. 카메라와 대상 사이의 관계, 그것을 통한 감독과 관객의 관계. 택시 블루스는 그 지점에서 대상들을 타자화시켰고 그래서 폭력적이다. 어쩌면 성매매여성을 택시에 태워 자신의 바지를 내리는 장면은 자기 자신도 그 대상들 속에 포함시키려는 의도였을지 모른다.
△ 에로틱 번뇌보이 ⓒ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
밤의 거리의 멜로를 연출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마지막 멜로를 연출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까지 담아내는 감독의 심정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서울에 대한 자신의 애증이다”라고 말한다.
“모든 다큐멘터리는 주관적”
뻑큐멘터리, 박통진리교와 그들만의 월드컵을 통해 숨 가쁜 호흡의 정치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던 최진성 감독. 지극히 개인적인 사랑에 대한 경험과 고민들을 보여주는 에로틱 번뇌보이는 전작들과 다른 소재로 인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최진성 감독의 이번 영화는 전작들로부터 단절적인가?
영화에서 “이 영화 속의 모든 이야기를 소설 속의 이야기로 간주해야 한다”는 내용의 자막이 반복된다. 이것은 이 다큐멘터리 안의 이야기가 사실이 아닌 허구라는 뜻의 말이 아니다.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객관적인 사실의 기록이 아닌 주관적인 시선에 의해구성됐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정치와 사회에 대한 그의 입장을 담은 전작들과 자신의 사랑에 대한 입장을 담은 이번 영화는 같은 궤에 놓여있다.
149 그의 사랑이란 주제의 핵심은 ‘소통’이다.최진성 감독은 일본인 여성과의 언어로 발생하는 오해와 소통 불가능에 대해 그가 스스로 독백하는 것이 아닌 한국 말이 서투른일본 여성이독백하는 것으로, 관객과의 ‘소통’에 대한 고민을 시도한다. 감독은 그것을 통해 관객에게 “소통의 어려움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641 이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한국의 다큐멘터리의 미래를 점쳐본다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형식적으로 새로운 정치적인 다큐멘터리를 통해 비교적 많은 관객을 동원해온 대중적인 두 감독의 신작을 통해 바라보는 한국의 다큐멘터리에 대한 상상에는 빛과 그림자가 교차한다.
미학적인 다큐멘터리와 정치적인 다큐멘터리를 이분법적으로 분리해온 90년대 한국 다큐멘터리의 모순에서 벗어나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새로운 형식적 틀 속에 담아내는 다양한 시도들이 시작되고 있다.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들이 양산되고 있다는 점에 희망이 있고, 그 형식적인 실험들이 감독 개인의 주관적인 스타일, 소위 ‘작품’으로 머물고 있다는 점에 안타까움이 있다.
* 두 편의 다큐멘터리는 11월의 인디다큐페스티벌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강준상 기자(alt6mm@promethe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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