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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가는 뚜벅이

이태리-아홉째날; 유럽이여 안녕 ( 유럽 이태리 )

[ 유럽배낭 여행기 ] 이태리-아홉째날; 유럽이여 안녕 ( 유럽 이태리 ) 이종원

(아홉 번째날 : 콜로세옷-포로로마노-진실의 입-판테온-나보나 광장-귀국)

1. 콜로세옷

오후 2시 비행기니까 12시까지는 마지막 로마를 둘러 볼 수 있으리라. 새벽에 일어나 골로세옷에 갔다. 거기까지는 지하철이 있지만 걷기로 했다. 로마엔 지하철노선이 두 개 밖에 없다. 결코 이 도시가 가난하거나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로마의 지하에 유물이 산재해 있어 공사를 하면 미처 발굴하지 못한 고대의 값진 유물들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함부로 건물을 세운다든지 건물을 부수는 것은 허용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건물들이 거의 낡아 보이지만 그걸가지고 생활수준을 논해서는 안된다. 인사동의 한옥마을을 생가하면 된다.

상쾌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시내를 가로지른다. 전차에는 출근하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공원에는 야자수 나무가 즐비하고 가지사이로 거대한 석조물이 나타난다. 우리네 서울운동장 만한 커다란 건물이 딱 버티고 있는 것이다.
발걸음이 빨라졌다.
호흡도 가파로와졌다.
심호흡을 하고 2천년 전의 최고 최대의 문화유산을 접했다.

기원전 72년 황제의 명으로 짓기 시작해 기원전 80년 아들대에서야 완공된 고대 로마의 원형 경기장인 것이다. 완공기념식에 5000마리의 야수를 죽이는 백일간의 대 혈투가 밤낮으로 벌어졌다고 한다. 전체 수용인원은 약 9만명에 이르는데 문이 사방으로 분산되어 있어 경기장에 드나들기 쉽게 설계되었다.
'글레디에디터' 영화에서 보듯이 네로시대 이후 폭정과 대 화재로 인한 로마시민의 불만을 풀어주기 위해 경기장에서 검투사끼리의 대결이나 인간과 맹수의 혈투등 피비린내가 나는 경기가 이루어 졌다고 한다. 더욱이 경기장 전체에 물을 채워 모의 해전을 벌이기도 했다. 요사이도 이곳에서 수 만명을 대상으로 야외 오페라 공연도 열린다.

9시부터 개장을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동안 건물 외관을 둘러보았다. 나이키를 신은 젊은 사람들이 그 앞에서 무슨 옷을 갈아입는데 자세히 보니 로마병사와 장군복장이다. 기념촬영을 같이 하고 돈을 받는 사람들이다. 주로 동양인들이 사진을 찍는다. 경복궁에도 한복에 화관을 쓰고 촬영하는 사람을 종종 본 것 같다.

거금 1만원을 내고 콜로세오 안에 들어갔다. 그리고 나타난 전경...

와... 규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잠실운동장을 보았을 때의 충격이랄까? 이러한 거대한 석조물이 오늘날까지 지탱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검투사들이 명예를 위해 싸웠던 그곳....
단지 아쉬운 점은 콜로세오 둘레에 도로가 나 있어 자동차가 다닌다는 것이다. 매년 자동차 매연 때문에 문화재 손상이 크다고 한다. 지금도 벽 한쪽을 보수하고 있었다. 자동차 통행을 막아야한다. 콜로세오가 로마의 유적지가 아니라 인류의 유적지이기 때문이다.

2. 포로 로마노

콜로세오 앞엔 포로로마노가 자리잡고 있다. 이 곳은 고대 로마제국의 중심지였던 곳으로 단순히 정치뿐 아니라 종교의 중심지이자 시민들의 대화의 장이며, 번화한 상점가이기도 했던 곳이다. 봄페이에서 고대 건물을 원 없이 보았기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캄피톨리오 광장 언덕 뒷편에 오르면 포로 로마노가 한눈에 들어온다. 돈 아끼려면 이곳에 올라 내려다보면 포로 로마노의 전경이 보인다.
포로로마노 옆에는 개선문이 있는데 파리의 개선문은 이것을 본 땄다고 한다.
그럼 개선문의 원조.

3. 마차경기장

개선문을 지나 개천가 근처에 이르렀다. 도저히 지도에는 나오는데 마차경기장을 찾을 수 없었다. 주변엔 예쁜 여인이 강아지와 놀고 있다. 그 여인에게 " 마차경기장이 어디예요?" 그 여자가 막 웃는다." 여기예요" 단지 황량한 들판뿐이었다. 둔덕에 올라가 보니 확연히 경기장의 윤곽을 볼 수 있었다.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벤허의 마차경기가 이곳에서 열렸다는데...벤허 영화의 '옥의 티'는 고대 로마시대 배경인데 빨간 폭스바겐이 스쳤다고 하는데... 나는 못 보다.

4. 진실의 입

기원전 4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고대 로마의 하수관 뚜껑이었다고 한다. 산타마리아 성당 입구에 있는 것으로 로마의 휴일 때문에 오늘날에도 인파로 가득 찬다. 정작 성당에 들어가는 사람은 별로 없다.
거짓말쟁이가 손을 넣으면 손이 잘리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5. 로물루스와 레무스

우리의 조상은 곰인데 로마의 조상은 늑대다. 팔라티노 언덕은 로마 건국의 언덕인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쌍둥이 형제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강물로 떠내려가는 것을 늑대가 구해줘 동굴에서 키웠고 이 두사람은 후에 팔라티노 언덕에 마을을 건설하였는데 이것이 로마의 시초라고 한다.'로마' 이름도 로물루스의 이름에서 나왔다. 베네치아 광장 왼쪽에 이 조각을 볼 수 있다.

6. 판테온

고대 로마시대 건축물 중 가장 보존상태가 좋은 것이 바로 판테온이다. 이 건물은 기원전 27년에 각 행성의 신들에게 바쳐진 것이며 우리네 첨성대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이 판테온의 돔의 높이가 무려 43.3미터로 성베드로 성당과 피렌체의 두오모보다 커서 세계 최대의 석조 건축물이라 불린다. 거대한 둥근 천장 중앙에 구멍으로부터 일정한 시간에 햇빛이 비추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이 구멍으로 비가 새어 들어오지 않는 것은 내부의 대류현상을 염두 해 둔 과학적인 설계덕분이다.
이 거대한 석조물은 기둥이 없이 반원형 지붕을 이용해서 6센티 두께의 벽만으로 지탱하고 있다, 미켈란젤로가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건축물이다.
현재 대화가 라파엘로 무덤과 이태리 최초 왕인 엠마누엘레 2세의 무덤이 있는 납골당 구실을 한다. 참배하는 이태리 사람으로 가득찼다. 광장에는 노천 까페가 즐비하다. 그러나 커피 마실 시간조차 없었다.

7. 나보나 광장

로마에는 분수가 많다. 도시 외곽의 수원지에서 로마시내까지 순수한 자연낙차를 이용하여 물을 운반했는데, 그 수도관을 아직까지도 쓰고 있다고 한다. 어쨌든 로마분수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수를 꼽으라면 당연히 이 나보나 광장의 분수이다. 세 개의 분수가 있는데 이중 베르니니 작품인 4대가의 샘이라는 '파우미 분수'이다.

8. 로마여 안녕

버스표 파는 곳도 없어 버스 타고 운전사에게 돈을 주었더니 받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무임승차를 했는데 기분이 묘해서 테르미니역 한 정거장 전에 내렸다. 그랬더니 검표원이 버스에 타 검표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로마의 무임승차 벌금은 3만원이고 여권을 제시받고 대사관에 통보 된다고 하니 얼마나 쪽팔린 일인가? 등골이 오싹했다.

마지막으로 고풍스런 로마시내를 거닐고 민박집에 들러 짐을 찾고 공항행 기차에 올랐다. 마지막 유로패스를 사용한 것이다. 로마를 떠난다. 아니 유럽을 떠나는 것이다. 언제 다시 이 곳에 올까? 트레비 분수에서 동전을 한 개만 던졌으니 다시 오리라 확신한다.

다빈치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이름을 이렇게 붙인 것은 그가 르네상스시절 모형비행기를 제작했기에 이곳을 그렇게 부른다.
방콕까지 10시간을 갈려면 자리가 편해야 한다. 꼬리부분에 2좌석이 앉는 자리를 티켓팅 했다. 그거 설명 하는라고 얼마나 힘들었는지...공항면세점에서 아이쇼핑하고 기내에 올랐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로마시가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는지... 안녕. 로마여 안녕

기내식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거친 빵과 콜라에서 벗어나 근사한 정찬을 접했다. 돌아갈 때도 역시 스튜어디스가 귀찮을 정도로 괴롭혔다. 배 터지게 먹었다. 이해해 주셔...
우리 유럽에서 거지 생활 했거든...

방콕에서 양주와 담배를 구입했다. 여기서 베네치아에서 만난 여자들을 또 보았다. 그들은 그날 베네치아 민박집에서 현금과 한국에 가져갈 선물 등을 도둑 맞았다고 한다.
쯧쯧.. 다음 여행부터는 해외여행보험 꼭 가입하라고 얘기해 주었다. 그리고 국제화재에 보험 가입하라는 말과 함께...한국에 가까이 갈수록 직업병이 도짐.

태국을 들리고 잠시 홍콩을 거쳤다. 이곳에 확 내려 버릴까?
드디어 서울에 도착했다. 공항에 부모님과 나의 사랑하는 딸 정수가 나왔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가? 그러나 정수는 못 본체 한다. 열흘동안 부모를 보지 못했기에 아기가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본가에 6일 처가집에 5일동안 있었던 정수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다음 여행엔 정수도 데려가야지... 2-3일 지나니까 정상으로 돌아왔다.

마치는 말

비록 짧은 여정이지만 유럽문화를 접한 것에 그저 만족한다.
단지 시간에 제약을 받아 피상적으로 유적지를 탐방하는데 그쳤다.
그리스, 로마신화와 성경 그리고 이원복 교수의 '먼 나라 이웃 나라'를 한 번 읽고 간다면 문화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게 있어서 미술책에 나와 있는 그림과 조각품을 접하는데도 힘에 부쳤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15년후 우리 딸 정수가 유럽 순례의 길을 나섰을 때 부모가 느꼈던 감동을 같이 나누기 위해서다. 시간을 초월한 부녀의 만남... 생각만 해도 얼마나 멋있는 일이던가?
시간이 허락한다면 영국과 스페인 독일을 돌아보고 싶다. 곧 그 꿈이 실현되리라 기대 한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이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