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미래로 미래로]<8>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해안선을 바꾸는 인공섬… “세계 8대
불가사의” 두바이는 사막과 바다라는 극단적 대조를 이루는 자연조건을 오히려 장점으로 살려 최고급 리조트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인공섬 팜 주메이라 인근에 세계 최고 수준의 인테리어를 갖춘 주메이라 비치 호텔(오른편 돛 모양)의 앞쪽에는 고객 전용 요트장과 개인 비치가
있다. 버즈 알 아랍 호텔 27층에서 내려다본 두바이 전경. 두바이=조인직 기자 |
| ‘사막의
달러박스’… 신기루가 현실로
사막의 모래바람 한가운데서 신기루가 현실이 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토후국인 두바이의 수도 두바이 시가 세계 최고, 세계 최대의 엄청난
개발 현장으로 변모한 것이다. 두바이 시는 중동 지역에서 부동산, 금융, 무역, 관광, 레저, 쇼핑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화려한 등장 뒤에는 석유 고갈 이후 이 도시의 생존을 앞서 준비한 왕, 셰이흐 모하메드가 있다. 그가 왕세자 시절 자신의 싱크탱크와
함께 계획한 두바이 미래 마스터플랜 ‘비전 2010’과 ‘비전 2020’이 오늘날 두바이 붐의 촉진제가 됐다.
두 마스터플랜은 두바이 경제구조를 석유산업 대신 관광과 무역으로 다각화하려는 것이었다. 다년간에 걸친 전략적 개발사업 덕분에
국내총생산(GDP)의 석유 의존도는 이미 6%대로 떨어졌다. 1990년대 말 ‘비전 2010’이 발표될 당시 터무니없어 보였던 ‘2010년까지
연 관광객 수 1500만 명 달성’이라는 목표 역시 현실이 되었다.
○ 지도를 바꾸는 간척사업
대규모 간척사업을 통한 리조트시설과 주거단지 개발은 두바이 발전계획의 핵이다. 두바이 시와 잇닿은 페르시아 만에 땅을 새로 만드는 이
사업은 ‘세계 8대 불가사의’로 불린다. 2001년부터 시작된 ‘팜 주메이라’와 ‘팜 제벨 알리’, 그리고 ‘더 월드’는 한창 건설 중이고,
이들이 채 완공되기도 전에 연이어 ‘팜 데이라’과 ‘워터프런트’ 계획이 발표됐다.
간척으로 만들어지는 인공섬 ‘팜아일랜드’는 두바이의 해안선을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다. 규모도 규모지만 디자인의 직설적인 과감함은 가히
메가톤급이다. 바다 위에 52.5km²에 이르는 커다란 야자수 잎이 드러누운 형상의 인공섬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300개 섬을 모아 놓은
형상인 45km²의 ‘더 월드’는 세계 지도 모양으로 각 섬이 각국 영토를 상징한다. ‘팜아일랜드’와 ‘더 월드’는 모두 개인에게 분양 중이다.
2004년 공사가 시작된 ‘두바이랜드’는 사막 가운데 테마파크와 스포츠시설, 자동차 경주를 즐길 수 있는 레저, 휴양 시설을 조성하는
것이다. 쇼핑센터와 함께 중동 최초의 실내스키장이 지어진 ‘에미리트 몰’은 스키장 개장 후 성황을 이루고 있다.
○
도시를 지탱하는 세금-교통 정책
두바이 개발사업은 정부와 민간개발업체 간의 밀접한 협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나힐(Nakheel)과 에마르(Emmar),
두바이홀딩스(Dubai Holdings)로 대표되는 3개의 개발업체는 국유지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개발한다. 팜아일랜드 등의 인공섬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나힐 사의 제임스 윌슨 사장은 “개발사업에 외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두바이의 법령을 국제적 기준에 맞게 바꾸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도시의 건설은 법 이외 무형의 영역에서도 진행된다. 항구에는 관세가 면제되는 자유무역지구가 있어 두바이를 다른 중동지역과 아프리카로
드나드는 관문도시로 만들고 있다. 1998년 에마르 사가 확장한 두바이 국제공항에서는 국적항공사인 아랍에미리트 항공의 비행기들이 두바이를 전
세계와 직항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여기에 9·11테러 이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자금이 대거 유입됐고, 유럽 등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과 외국인 거주자의 비율도 급증했다. 이제 두바이 시는 어디서든 영어가 통하고, 달러가 아랍에미리트 기축통화인
디르함과 동등하게 거래되는 코즈모폴리턴 도시가 되었다.
최고급을 지향하는 리조트시설, 사막 최고 최대 규모의 마천루 건설, 불가능할 것 같은 간척사업의 실현, 쇼핑축제 등의 이벤트 개최,
해외투자자를 위한 거리낌 없는 정책…. 이 모든 것은 수요가 낳은 건설이 아니라, 개발이 거꾸로 수요를 만들어내는 두바이식 도시개발 모델의 한
부분이다.
물론 과도한 성장과 지나친 도시 확장으로 실제 거주자들이 겪는 인플레이션과 생태계 교란 등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두바이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살아 움직이는 도시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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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정현아 DIA건축연구소 대표
▼명품 호텔-별장 세계부호들 유혹▼
두바이가 비즈니스 요충지를 넘어서 동남아시아와 유럽의 휴양지 못지않은 ‘리조트 도시’로 부상하기까지는 몇 개의 ‘명품 호텔’들이 선도적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이 역할을 바다가 보이는 주상복합아파트 등 ‘리조트 부동산’들이 이어받아 전 세계 부호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름이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개장 6년밖에 안 됐지만 전 세계적으로 ‘7성(星)호텔’이라는 별칭으로 통하는 ‘버즈 알 아랍’ 호텔이다.
객실 202개가 모두 2층 복층형의 스위트룸이며 페르시아산 카펫, 모로코 귀금속으로 만든 샹들리에 등 초호화판 인테리어로 꾸며졌다. 객실 면적도
모두 50평 이상이다. 뤽 델라포즈 총지배인은 “스페인의 ‘휴양 리조트’에 지루해진 부유한 유럽 관광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 것이 이 호텔이
단기간에 명성을 얻게 된 주 요인”이라고 말했다.
해변을 끼고 있는 총면적 11만6000평의 마디나 주메이라 비치 리조트는 호텔과 빌라, 개인 별장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쇼핑, 여흥,
숙박을 모두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했으며 바닷물을 끌어들여 물길을 조성해 나룻배로 이동하도록 했다. 두 호텔의 최고 객실이나 빌라의 하룻밤
숙박료는 모두 8000달러(약 770만 원) 선이지만 평균 기온이 20도 안팎인 11월∼이듬해 2월의 성수기 예약은 늘 밀려 있다.
두바이에서는 2002년부터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가 가능해져 상업용 부동산 이상으로 리조트형 부동산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집을 사면 주거
비자가 나오고, 다른 세금 없이 거래가의 2%만 등록세로 내면 되는 것이 두바이 부동산 투자의 장점. 두바이 토지주택국에 따르면 2004년
6월부터 최근 1년 반 동안 두바이 전체 부동산 가격은 175%나 상승했으며, 2005년 총 부동산 거래액은 2003년에 비해 2.93배나
늘었다.
두바이 부동산 중개회사 ‘고웰시닷컴’의 피터 펜헬 대표는 “현재는 공급 과잉 상태라 단기 조정이 예상된다”며 “그래도 바닷가나 인공섬
근처에 분양되는 50층 이상 리조트형 주상복합아파트들은 분양가만 최소 300만 달러(약 3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두바이=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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