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 카우보이의 동성애를 다룬 영화로 2006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브로크백 마운틴’. 비록 상을 타
진 못했으나 이 영화는 미국 사회에 ‘아 유 레디(Are you ready·준비됐는가)’의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미국 사회에서도 동성애를 주제로 내세운 영화가 공공연히 거론되는 일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동성애는 21세기 초 세계를 관통하는 문화 코드인 동시에 뉴욕을 이해하는 코드 중 하나다.》
뉴욕은 인종의 용광로라고 불리는 미국에서도 가장 뜨겁고 개방적인 곳이다. 다양한 피부와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모여 흉내낼 수 없는 개방의 문화와 열린 공간을 만들어 낸다.
동성애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주 목요일 밤, 미드타운의 게이바 ‘포시’. 이곳의 문을 열면 보통의 게이바에서 연상되는 폐쇄성과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인종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만난 여학생 레이철 록센버그(20·패션 전공)는 게이 친구들과 이곳을 자주 찾는다. 자신은 동성애자가 아니지만 귀찮게 구는 남자가 없어 편하다고 했다. 그녀는 “뉴욕의 게이바는 동성애자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고 말했다. 패션을 전공하는 그녀는 게이 바는 디자인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뉴욕의 패션 마켓은 어느 분야보다 동성애자에게 열려 있다. 1970년대 미국을 휘어잡은 패션 디자이너 할스턴도 게이였다. 요즘 주목받는 디자이너나 촉망받는 젊은 디자이너가 게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세계의 동성애자들이 패션을 향한 꿈을 품고 뉴욕을 찾는다. 독일 출신으로 패션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안드레 본애슈(26)는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남자 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뉴욕은 동성애에 대해 열려 있으며 뉴요커들은 자신에게 피해가 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뉴욕은 패션의 도시답게 정장을 즐기는 곳이다. 잘 차려입은 젊은 남성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다운타운의 ‘크리스토퍼 스트릿’과 ‘첼시’ 지역이다. 이 중 첼시는 동성애자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거리마다 동성애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내건 상점들이 많다. 동성애자가 아니라면 이곳을 꺼릴 듯하지만, 첼시는 뉴욕에서 집값이 가장 비싸며 뉴요커들이 살고 싶어하는 동네 중 하나다.
동성애자들은 자신을 향한 열린 공간을 찾아 첼시로 모여든다. 자신과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진 동성애자들과 함께 살기를 마다하지 않는 젊은이들도 첼시의 자유로움을 찾아 이곳에 모여든다. 진취적이며 전위적인 작품을 전시하는 ‘젊은’ 아트 갤러리들이 첼시에 모여 있는 사실도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젊음 예술 자유 개방성이 섞여 첼시를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매년 6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 ‘게이 퍼레이드’(공식 명칭은 헤리티지 오브 프라이드 퍼레이드·Heritage of Pride Parade)는 뉴욕의 대표적인 축제다. 이 행사는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들을 위한 것으로 세계에서 25만 여명이 참여하며 35만여 명의 관광객들이 몰린다.
아카데미 작품상은 ‘크래시’가 받았다. 그러나 아카데미 시상식이 로스앤젤레스가 아니라 뉴욕에서 열렸다면 ‘브로크백 마운틴’이 수상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뉴욕=박새나 통신원·패션디자이너 saena.park@gma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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