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결혼이민자 정책, ‘우리 핏줄’만 챙겨주기? |
혈통주의 못 벗은 혼혈인 대책...타민족 여성-자녀는 방치 |
강 별 기자 , 2006-04-28 오후 7:21:11 |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는 26일 대통령 주제로 국무총리,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 장관, 빈부격차 차별시정위원회 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혼혈인 및 이주자의 사회통합 기본방향과 여성결혼이민자 가족의 사회통합 지원대책’을 확정했다. 여성결혼이민자 지원대책, 타민족 여성과 자녀는 방치 ‘여성결혼이민자 사회통합 지원대책’에 따르면 2007년까지 국제결혼중개업을 관리하는 법률을 제정, 국제결혼 중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막겠다고 한다. 또 가정폭력 피해자의 안정적 체류를 지원하기 위해 외국인전용쉼터를 확대하고 한국사회에 조기 정착하도록 교육방송을 통해 언어문화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2005년 전체 결혼자 3십1만6천375명 중 국제결혼 건수는 4만3천121명으로 전체의 13.6%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은 3만1천180명으로 전체 국제 결혼의 72%가 넘는다. 이처럼 국제결혼이 늘면서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6개월 쯤 살다가 갈아치워도 됩니다” 등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광고가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25일 국내에 있는 베트남 유학생들은 이런 광고를 그대로 전달한 기사를 게재한 국내의 한 언론사에 대해 항의시위까지 벌였다. 또 결혼을 통해 한국에 오더라도 남편의 신원보증이 있어야만 한국에 체류할 수 있다. 결혼생활 2년이 지나기 전에 가정폭력 등으로 이혼하는 이주여성은 이혼의 귀책사유가 남편에게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가 되어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추방될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증명하기 어려운 가정폭력을 말도, 문화도 다른 이주여성에게 요구해온 것이다. 이 때문에 결혼이주여성 지원단체들은 이들에 대한 별도의 전문상담과, 쉼터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대책은 하인스 워드 열풍에 힘입어 이들 지원단체들의 일부 의견만을 반영, 잠재적인 ‘혼혈 한국인’의 어머니에 대한 지원대책일 뿐이다. 한국내에 결혼 이외의 이유로 이주한 타민족 이주여성과 이주자는 한국의 다문화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
정부의 혈통주의는 ‘여성결혼이민자 가족 지원대책’과 함께 발표한 ‘혼혈인 및 이주자의 사회통합 기본방향’을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혈통주의 고집하는 ‘다문화 인권국가’ 정부는 ‘아시아를 선도하는 다문화 인권국가 구현’을 위해 혼혈인이라는 용어 대신 사용할 용어를 공모하고, ‘외국인의 날’을 지정하는 등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맞춤형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국내혼혈인에 대해서는 의료, 취업, 생계, 교육 등 분야별 생활안정대책을 마련하고 국외혼혈인(베트남 전쟁 혼혈인 라이따이한, 외국주재 현지2세 혼혈인 등)에 대해서는 국적취득을 지원하고, 고용허가제 인력 선발시 한국계 혼혈인을 우대하는 방안, 현지 진출기업에 대한 취업기회 확대 등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한국에 살고, 한국경제의 구성원으로서 일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위한 대책은 전혀 없다. 결과적으로 ‘한국인 남성’의 피가 섞인 ‘혼혈인’과 그들을 낳은 여성만을 보호한다는 혈통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 정책을 순혈주의를 벗어나고 다문화 감수성을 함양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죽음보다 무서운 단속, 합법적 체류인정해야 활동가들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글말을 가르치고, 의료지원을 하고, 한국인과 어울리도록 문화행사를 마련하는 것이 ‘죽음’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고용허가제가 실시 이후 지금까지 ‘미등록 이주 노동자’ 신분이 된 이들은 약 20만명. 이 가운데 산재로 죽거나 단속을 피하다 사망한 이주노동자들은 지금까지 약 100여명에 이른다. 죽음보다 무서운 추방에 쫓기는 그들에게 한국말은 전혀 아름답지 못한 언어인 것이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은 정부가 결혼이주여성을 포함한 타민족 이주자들의 체류를 합법화하는 것이 진정한 다문화를 인정하는 인권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한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활동가는 “본인이 원하고 한국사회가 그 사람을 필요로 할 경우 더 긴 기간 동안 한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비자 연장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년간의 구금 끝에 25일 석방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아르아노 노조위원장 역시 고용허가제 대신 ‘노동비자’를 발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미 한국사회의 일부가 된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국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 한국에서 일을 하길 바랄 뿐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서 일하는 ‘합법적’인 이주노동자는 2년간 산업연수생, 1년간 고용허가제로 일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노동자다. 2003년 고용허가제를 실시하면서 정부는 3년 이상 4년 미만 한국에 거주한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동을 할 수 있는 E9 비자를 발행했다. 이 1년짜리 단기간 비자가 만료되면서 지금까지 20만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됐다. 그 결과 한국정부는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주노동자들을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숙련된 노동력은 강제추방하고 있다. 반면, 생산현장에서는 숙련된 이주노동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고용주들은 불법임을 알면서도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
지난 4월17일 정부는 미등록 상태로 있는 ‘고려인’, ‘조선족’에 대해 재입국을 허용하고 방문취업을 할 수 있는 H2 비자를 주어 전면 합법화했다. 조선족 동포 역시 지금의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마찬가지로 강제추방에 항의하며 농성과 단식투쟁을 벌인 것이 불과 3년 전이다. 그때 정부는 그들의 ‘피’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인스 워드의 방문을 계기로 정부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피부색과 인종’이 다른 타민족 이주노동자들에 의한 차별은 여전히 계속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지금도 한국경제의 한 부분에서 생산을 담당하고 한국이 아시아의 다문화를 경험하는데 이바지 하고 있지만 은행도, 병원도, 학교도 가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자녀는 부모와 함께 살 권리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피가 섞이지 않는 한 ‘아시아를 선도하는 다문화 인권국가 한국’에 그들은 없기 때문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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