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시절
그녀와 헤어졌던 삼청동 가는 길로 다시 떠났습니다.<8절지 이야기에서>
일제시대에 경복궁 담장을 헐어 길을 내면서 경복궁 동쪽 망루인
동십자각은 길 사이에 내 팽겨쳐 진 외딴 섬이 되었습니다.
동십자각을 지나 경복궁 담장을 따라 삼청동 길로 들어서면
좁디 좁은 2차선 길을 사이로 여덟 판서가 살았다는 팔판동과
삼청전의 제사를 주관하던 소격서가 있었던 소격동으로 나뉘어 집니다.
이 곳 三淸洞은 도교의 삼청성신께 제사 올리는 삼청전이 있었던 곳이라 하니
그야말로 산맑고(山淸) 물맑으니(水淸) 사람마저 맑은(人淸) 삼청이 되었군요.
흔히 차가운 방을 일컬어 삼청냉돌이니 삼청냉방같다느니 하는 말을 쓰지만
이 때의 三廳은 임금을 호위하던 금위삼청(내금위,겸사복,우림위)을 일컫는 바,
행여 따뜻하면 호위군이 졸까 싶어 금위삼청에서는 아무리 추워도 불을 때지 않았으니
그 방바닥이 얼마나 차가웠으면 삼청냉돌 또는 삼청냉방이란 말이 생겼을까!
그 많던 기와집들이 헐리고 난 자리에는
연립주택들이 들어서고 겨우 남은 기와집들은
흉칙한 모양새를 하고 카페니 음식점으로 변신하였습니다.
더 가고 싶은 마음을 잃고 총리공관 앞 삼거리에서
팔판동을 끼고 경복궁 북문인 신무문앞으로 걸었습니다.
수십년 동안 닫혔던 문이 최근 개방되었습니다.
경복궁의 동문은 건춘문
서문은 영추문
남문은 광화문
북문은 신무문
담쟁이 덩쿨이 곱게 물들어 문루아래 홍예까지 뒤덮고 있으니 잘 어울리네요.
북문 신무문 천정에 그려진 북방 수호신 玄武의 모습입니다.
동문 건춘문에는 靑龍이
서문 영추문에는 白虎일테고
남문 광화문에는 朱雀이 그려져 있을테죠.
다시 가서 꼼꼼히 들여다 보아야 겠군요.
가실 분들 모이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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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 지하철 타고 경복궁 역으로 나오셔서
광화문-동십자각-건춘문-삼청동-신무문-청와대-영추문으로 한 바퀴 돌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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