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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e a feeling

산만한 아이들-ADHD가 뭘까?

 

[싸이코트래블로지]는 여행과 정신심리를 접목시키는 기사입니다. 

미국에서 정신과 상담 일을 하고 있는 작가에 의해 시도되는 이 연재는 작가가 여행지에서 혹은 자신의 작업을 통해서 만난 사람들과 상담 사례들을 통해 우리 모두의 내면 여행에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상담이 필요한 아이들

 

 

오늘 신문을 보니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었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 관한 기사였는데
서울시학교보건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 초.중.고생 네 명 중 한 명꼴로 행동장애가 있고 행동장애 중에는 ADHD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해보자.

 

 

 


상담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대상 중의 하나는 어린아이나 청소년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해, 그들이 힘든 것이 아니라 부모님과의 상담이 더 힘들다.

 

대부분의 부모는 공통적인 특징을 갖는다. 하나는, 자기 아이의 문제에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전문가에게 마술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아이의 심각한 행동에 대해, 약간 평범하지 않을 뿐이야라고 생각하거나 곧 나아지겠지라고 반응하다 보니 전문가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 심지어는 과민반응을 보이고 화를 내기도 한다.

 

" 그런 건 시키지마세요. 내 아이가 진짜 환자처럼 들리는군요!".

 

전문가의 과제를 무시하면서도 자신의 아이가 왜 좋아지지 않는지, 테라피스트가 왜 이런 정도를 금방 치료하지 못하는지를 항의한다.

 

물론, 부모의 협조 덕에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경우가 더 많았으니 내가 계속 아이들을 클라이언트로 받을 수 있는 것이지만 나도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부모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알다 보니 상담에 비협조적인 부모를 무조건 탓할 수만은 없어 더 괴로운 것이다.

 

 아이를 상담하면서 느끼는 또 하나의 감정은 미국 시스템에 대한 부러움이다. 아이의 정신상담 분야에 있어 이들은 정말 좋은 정부 시스템과 학교 상담 시스템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한국을 떠나있어 더 애국자가 되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점점 더 내 조국 한국이 가지고 있는 역동적인 에너지에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그 힘이 많은 분야에서 미국이라는 거인을 따라잡고 있다. 그러나 학교상담 분야에서 여전히 우리는 후진적이다. 한국에서 보낸 내 학창시절의 기억 속에서도, 세심한 관심과 치료가 필요한 급우들이 참 많았다. 그러나 그들은 오히려 미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 환경이 지금이라고 특별히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

 

 

 

 ADHD란?

 

 

오늘의 토픽은 어린 아이들과 십대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정신적인 병, ADD/ADHD에 관한 것이다. ADD(Attention Deficit Disorder )는 주의력 결핍증으로,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는 주의력 행동장애로 해석할 수 있다.

 

오늘 이야기는 실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큰 관심을 끌 내용이지만 조카가 있거나 이후 부모가 될 젊은이도 알아두면 좋을 것들이다. 그리고 다음번에 등장할 두 아이, 라파엘과 새미어, 그리고 그 부모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사를 잘 읽어두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요즘 한국의 티브이에서도 아이의 행동장애를 자주 다루는 것 같다.  '내 아이가 변했어요' 나 ' 긴급출동 SOS 24' 등에서 폭력적인 아이들을 본 적이 있고 이 중 일부는 ADHD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ADD와 ADHD는 많은 전문가도 혼동한다. 보통 ADD는 주의집중을 아주 심할 정도로 못하는 증상이 있고 ADHD는 주의력 산만에다가 충동적 행동까지 함께 있는 증상으로 알고 있다. ADHD는 1994년에 ADD에서 좀 더 세분화된 개념으로 분리가 된 것이다.

 

ADD는 ADHD보다 진단이 어렵다. 일반적으로 어린 아이는 집중력이 떨어진다. 거기다가 성격차이에 따라 그 강도 또한 천차만별이다. 도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 임상적으로 ADD라고 할 수 있는지 모호하다. 나는 지금도 ADD만을 정확히 진단할 자신이 없다.

 

그런데 ADHD는 다르다. 몇 번만 상담해 보면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눈으로 보이는 이상행동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치료하는 대부분의 아이는 ADHD 쪽이다.

 

 

 

 ADHD의 증세

 

 

이야기했듯이 집중력결여와 한곳에 잘 머물러있지를 못하고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게 ADHD의 주 증상이다. 그런데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아이들이 다 그렇지 뭐…'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좀 더 구체적으로 증세를 살펴보면서 이 병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알아보자.

 

 

1. 학교에서 항상 집중을 못 하고 실수를 하거나 문제를 일으킨다.

 

2. 직접 대놓고 이야기하는데도 자주 딴 짓을 한다 - 상대방을 무시해서 그러는게 아니다. 집중을 할 수 없거나 이야기를 듣지 않기 때문이다. 눈을 정확히 마주치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이런 일이 자주 생긴다.

 

3.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대부분은 하지 않는다 - 방 청소나 심부름, 학교숙제 등등…

 

4. 어떤 책임이나 의무같은것을 피하거나 싫어한다 - 예를 들어 '동생 좀 잠깐 봐라' 하면 그것도 책임이나 의무와 관련된 중압감이 되어버린다.

 

5. 항상 뭘 자주 잃어 버린다 - 연필, 책, 장난감, 핸드폰, 돈, 가방, 노트… 잃어 버릴 것은 무궁무진하다.

 

6. 자주 잊는다 - 마치 무슨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불과 며칠 정도 지난 일조차 제대로 기억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기억력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7. 특히 학교 등에서 너무 많이 말하고 떠든다 - 수업시간이고 아니고를 가리지 않으니 항상 선생님들에게 요주의 인물이 되어 버리고 만다.

 

8. 제자리에 앉아 있지를 못한다.

 

9. 자신의 순서를 기다릴 만큼의 참을성이 없다.

 

10. 다른 사람들을 괴롭힌다 - 학급생과 자주 싸운다든지 말로써 괴롭힌다든지 하는데,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않아도 ADHD인 아이들 많으니 '내 아이는 학급에서 인기가 많으니까 아니야'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기 바란다.

 

11.안절부절한다.

 

 

 

이 항목은 우리가 환자를 진단할 때 쓰는 DSM이라는 책에서 뽑아온 것인데 18 여가지 증상 중에서 11개씩이나 나열하고 말았다.

 

책에서는 '주의력 결핍' 부분의 9가지 중에서 6가지 이상, ' 충동과 과잉행동' 부분의 9가지중에서 또 6가지 이상 해당이 있어야 ADHD로 진단된다고  나와 있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 6가지 이상이라는 숫자가 의미 있는 게 아니라 해당사항이 많으면 많을수록 ADHD의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더 정확한 것 같다.

 

결국, 정확한 진단은 경험있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독자들은 위의 추려놓은 리스트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내 아이나 주변의 아이를 떠올려보기 바란다.

 

그런데 ADHD의 진단에 있어서 또 중요한 조건이 네 가지가 있다.

 

1. 만 7세 전에 위의 증상들을 보여야 한다.

2. 위에 나열한 증상들이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과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정도가 심하다.

3. 그런 증상들이 6개월 이상 되었다.

4.아이가 관여하는 모든 곳과 사람들- 집, 학교, 친구들, 학원 등등-중  최소한 두 군데에서 아이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ADHD의 원인

 

 

어떤 통계에 의하면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생까지 아이들 10명 중에 한 명꼴로 ADHD증상이 있다고 한다. 어떤 통계는 10%가 아니라 5%라 하기도 하고 12%라고까지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요점은 ADHD야말로 아이들이 가장 많이 겪는 일반적 장애라는 말이다.

 

그리고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이 장애를 겪을 확률이 2-3배가량 높다. ADHD의 원인 또한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고 여러 가지 추측만 있을 뿐이다. 물론 그 추측은 임상에 기초한 통계에서 나오는 것이니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도 추측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게 그 이유다'라고 어느 누구도 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추측들을 한번 나열해 보자.

 

 

1. 유전적인 연관성- ADHD를 겪고 있는 아이들의 부모나 가까운 친척 중에 누군가가 또 ADHD를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2. 이 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 뇌의 어느 부분이 일반 아이들보다 5-10% 작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3. 임신중 흡연과의 연관성도 높게 나타났다.

 

4. 너무 일찍 태어나는 아이들 (조산아)과의 높은 연관성은 사무실에 찾아오는 아이들을 통해서도 여러 번 확인 했다.

 

5. 태어났을 때 너무 몸무게가 작게 나왔다든지 실수나 사고로 태어날 때 뇌를 다쳤다든지 하는 것도 높은 연관성이 있다고 한다.

 

6. 최근의 연구에서는 아이들이 너무 어릴 때부터 TV에 자주 노출되는 게 미래의 ADHD와 높은 연관성을 보인다는 결과가 있다. 이 연구는 너무나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서 아예 웬만한 소아과 계통의 전문가들은 비슷한 가이드라인을 학회로부터 듣고 이렇게 말한다.

 '2살 미만의 아이들을 절대로 스크린에 노출시키지 말 것. TV는 물론 컴퓨터, DVD, 비디오게임도 절대 아기들 있는데서는 금지',

' 2살 이상의 아이들에게는 필요한 내용을 정해서 1-2시간 정도 스크린에 노출 가능'.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육아를 친정이나 시댁에서 책임지는 경우, 이런 의사의 권유가 때때로 모녀간 혹은 고부간의 갈등원인이 되곤 한다. 손주 키우는 것도 힘든데 티브이도 못 보게 하는 것을 노인들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ADHD와 동반되는 증상들 그리고 알아둬야 할 일들

 

 

ADHD에는 적대적 반항성 장애 (Oppositional Defiant Disorder)나 행동장애 (conduct Disorder), 우울증이나 조울증, 불안장애, 학습장애 같은 증상이 동반되는 탓에 진단이 무척 헷갈릴 수있다.

 

도대체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하는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이럴 때는 ADHD를 더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이런 부수적 증상들은 ADHD가 있는 아이들에게 흔하게 동반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동반 증상들이 없다고 하더라도 꼭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 치료를 소홀히 할 경우 성인이 되어서 위에 이야기한 동반증상들이 오히려 더 큰 이슈가 되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ADHD는 꼭 아이들만의 증상이 아니다. 성인들도 ADHD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릴 때부터 치료를 잘 받고 성인이 되는 사람들은 이 증상을 아예 떨쳐버리고 잘 사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보통은 충동과 과잉행동부분만을 극복하고 주의력 결핍 부분이 남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ADHD로 고생하는 성인이라고 해서 꼭 뒤처지는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다행스럽다. 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어느 곳에 집중하게 되면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어딘가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발명왕 에디슨, 천재과학자 아인슈타인,  유명한 사업가 월트디즈니 등도 전형적인 ADHD로 고생했다고 한다.  월트디즈니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에디슨과 아인슈타인은 다른 정신병력으로도 원래 유명하다.

 

 


이 사람도.
 

 

ADHD에 대해서 알아둬야 할 중요한 게 또 있다.

 

바로 아이들의 거짓말이다.

 

보통의 경우에도 부모는 사랑이라는 이유로 아이의 거짓말을 진실로 믿고 아이는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ADHD가 있는 아이의 거짓말 습관은 완전히 양상이 다르다.  많은 경우 부모가 아예 자신의 아이를 신뢰하지 않는다. 때로는 진실을 이야기해도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다.

 

이 아이들은 계속 혼나고 지적을 받아도 거짓말 습관은 끝이 없다. 그런데 이들의 거짓말 습관에는 남다른 배경이 있다.

 

위에서 이야기했지만 ADHD의 증상 중의 하나가 바로 기억을 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말한 대로 기억능력 자체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 기억을 잘하지 못하니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뭘 물어보면 대충 둘러대야 하고 혼나기라도 하면 왜 혼나는지 황당하게 생각할 때가 많다. 사춘기 때라면 그 시기의 반항심리와 겹쳐서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표현력에 한계가 있는 더 어린아이들의 경우는 누가 주변에서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소리를 지른다던지 자신을 때리면서 학대한다던지하는 반응을 보이다가 오줌을 옷에 싸버리는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도 보았다. 10대가 오줌을 옷에 싸는 아이들도  허다하다 (가끔 그러는 것 말고 반복적으로 자주 그런 현상을 보이는게 문제다). 물론 꼭 반항심리가 아니라도 그런 현상을 보이는 아이들 또한 많다.

 


 

다음 글에서는 라파엘과 새미어 두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서 ADHD로 고생하는 아이들과 그 가족의 생활상을 엿보고  어떤 치료를 받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유목민 마음여행' 커뮤니티가 예쁘게 탄생해서 기쁘다. 그 커뮤니티를 통해 기사에서 소개된 토픽을 함께 토론하기도 하고, 개인적인 바램이지만 '한국의 정신 장애인들을 위한 학교의 교육시스템'에 대해서도 논의해봤으면 좋겠다.

 

 

 

심리커뮤니티, 유마여 가기

 

 

이야기가 있는 명랑여행, 노매드(www.nomad21.com) 심리테라피스트 권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