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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국 현대시 100년 10대 시인 대표작

한국 현대시 100년 10대 시인 [글 · 사진정리  한국의산천] 
올해는 육당 최남선이 신시 ' 해에게서 소년에게 '(1908년)를 발표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한국시인협회는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는 국문과 교수 10명이 뽑은 '10대 시인과 대표작'을 2007년 12월 14일 발표했다.

 

10대 시인(괄호 안의 대표작)은 김소월(진달래꽃), 한용운(님의 침묵), 서정주(동천), 정지용(유리창), 백석(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김수영(풀), 김춘수(꽃을 위한 서시), 이상(오감도), 윤동주(또 다른 고향), 박목월(나그네)이다. 이 중 김소월과 한용운, 서정주는 만장일치로 뽑혔다.

선정 작업은 평론가들이 각자 한국 현대시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고 생각하는 시인 10명과 시인별 대표작을 추천하고, 이들 후보군에서 추천을 많이 받은 순서대로 10대 시인과 대표작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생존 작가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국 현대시 100년 10대 시인 대표작  

 


 

진달래꽃 - 김소월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님의 침묵(沈默) - 한용운(韓龍雲)

 

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黃金)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盟誓)는 차디찬 티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追憶)은 나의 운명(運命)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러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습니다.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沈默)을 휩싸고 돕니다.
                                                       

 

동천(冬天) - 서정주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유리창(琉璃窓) - 정지용(鄭芝溶)

 

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山)ㅅ새처럼 날아갔구나!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南新義州柳洞朴時逢方) - 백석(白石)

 

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 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른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풀 - 김수영(金洙暎)

 

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꽃을 위한 서시(序詩) - 김춘수(金春洙)


는 시방 위험(危險)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未知)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存在)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 드는 이 무명(無名)의 어둠에
추억(追憶)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塔)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金)이 될 것이다.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新婦)여.

 

 

오감도(烏瞰圖)-시 제 1호 - 이상(李箱)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또 다른 고향 - 윤동주


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白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 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 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짓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으로 가자.

 

 

 

나그네 - 박목월


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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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나’”

 

한국 현대시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가다', '이', '하다', '없다' 등의 단어도 시어로 많이 쓰였다.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은 1923년에서 1950년 사이에 창작된 한국 현대시 작품을 대상으로 시어를 분석한 '한국 현대시어 빈도사전'(한국문화사 펴냄)을 2일 출간했다.


김병선 한중연 교수의 책임 연구로 나온 이 책은 한중연이 지난 10년간 수행해온 '한국 현대시 텍스트 말뭉치 구축사업'의 결과물 가운데 하나다.
이 시기에 창작된 8천200여 편의 현대시 작품으로부터 약 61만2천65개의 어휘를추출해 기본형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대명사 '나'가 총 1만1천343회 쓰여 가장 높은 빈도를 나타냈다.


이는 현대시가 대부분 화자의 정서를 읊은 서정시의 범주에 들기 때문이라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이와 함께 '가다'(5천91회), 관사 '이'(4천652회), '하다'(4천444회), '없다'(4천405회), 의존명사 '것'(4천167회), 관사 '그'(4천95회), 대명사 '너'(3천915회)순으로 뒤를 이었다.
명사 가운데는 '밤'(3천90회), '속'(2천618회), '소리'(2천615회), '때'(2천582회), '마음'(2천485회) 등이 자주 등장했다.
명사 '사랑'과 동사 '사랑하다'는 각각 1천205회, 661회 사용돼 59위와 123위에올랐다.


이 사전에서는 또 수록된 시어들을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과 일일이 대조, 분석해 사전에 수록되지 않은 많은 숨겨진 우리 말들도 발굴해 실었다.
한중연은 "최초의 현대시어 빈도 사전인 이 사전은 현대시에서 시어의 쓰임새에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자와 문인은 물론 우리말 표현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에게도유용한 사전"이라고 말했다. 1천51쪽. 6만원. (서울=연합뉴스)  

출처 : 한국의산천
글쓴이 : 한국의산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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