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일은 왜 점점 어려워질까,
왜, 이러저러한 고난에 시달리며 고단해야 할까,
그리고 왜, 때때로 행복하지 못하다는
비감한 생각에 잠겨야 하는 겔까,
꼭 한 번뿐인 삶,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음악 한 곡을 감상하는
그 순간과 같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는 일인데
왜, 우리는 그다지 아파야만 하고..
삶의 보너스라도 받은 양
슬픔과 고통..절망..상실감 따위를 앓으며
왜, 누구나 일생에 한번은 미친 세월을 모질게 살아내는
사랑에 목을 매야만 할까,
그리고는 삶에 눈떠간다는 것이
고작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 하게 되고..
내일의 약속 따위는 차라리 없는 편이 나을 만큼
왜, 점점 작아지는 희망 대신 포기와 체념에 익숙해져야 하며..
한 해, 두 해, 삶과 함께 나이를 더해가면서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익혀야만
삶이 가벼워지는 겔까,
예전 두 사내가
오지 않는 고도를 끈질기게 기다리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으면서
작가가 끝내 밝히지 않은 그 고도가 무엇일까,
골똘히 생각한 적이 있다.
나는 아직도 그들의 '고도'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모르지만
꼭 알아야 할 이유도 없고 궁금할 필요도 없다.
그 것이 바로 고도이기 때문이며,
어느 삶에나..누구의 가슴속에나 저마다
나름의 고도가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품 속 두 사내는 막장 인생처럼 남루하고
그동안의 인생 여정이 어떠할지 단번에 가늠할 수 있을 만큼
말과 행동이 무식하고 껄렁하기까지 하다.
하여, 그들에게는 인격과 교양이 밥 한 그릇만도 못 하고,
어떤 목표나 목적이 뚜렷해 뵈지도 않으며,
그들끼리 사이가 썩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두 사내는 옳거니 그르거니 티격태격 다투다가도
고도를 기다리는 일에서는
合心이 된다.
자신만의 고도가 있던 없던,
우리는 일생의 상당 시간을 크고 작은 기다림에
소비하거나 바치면서 살아가는 셈이다.
그 기다림의 대상은 다양하고 또 많기도 하여
때론, 내가 정말 기다렸을까..하고 기억조차 의심스러울 만큼
사소하고 하찮은 것도 있지만..
누구나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간절했던
기다림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허나, 기다림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적어지게 된다.
어려서는 명절이나 소풍,
별 것도 아닌 주전부리 때문에
장에 가신 엄마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하루의 대부분이 기다림이라 할 수 있지만,
점점 자랄수록 그 기다림은
현실적으로 중대한 목표와 목적으로 하여
나름대로 힘들어지기 시작하고..
어른이 된 후의 기다림에는
욕심의 무게가 실리면서 기다림 자체가
고통이 되기도 하는데,
현명하지 못 하고 어리석을수록
그 깊이만큼 기다림의 고통은 커지게 마련이다.
허나, 그 기다림의 속이 희망으로 채워져 있을 때는
고통스러워도 행복하고..
힘들어도 기쁘다..
말하자면 기다리는 고도는 아직 오지 않았고,
온다는 약속이나 계약 따위도 없으며
한 편으론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힘들게 해도
꼭 와줬으면 하는 간절한 기대감과
꼭 올 것이란 믿음이 더 클 때 그 기다림은
곧 희망이 되기 때문이다.
고도는 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올 수도 있는 것이 고도이다.
그 것이 또 삶이고 인생이다.
하여, 고도를 기다리거나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해도 좋을 것이며..그것이 곧 슬기로운 삶이리라.
나의 '고도'는 이것이다 설명하지 않으면 어떠랴,
남들이 시시하게 여기는 '고도'면 또 어떠랴,
나만이 알고 있는 고도,
내 가슴속에 은밀히 품고 있는 고도,
불행하게도 그 고도가 영영 오지 않은 채 죽을 수도 있고..
고도를 간절히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서
오지 않을 것이란 확실한 판단이 설 수도 있지만,
인생이란, 수학적인 것 외에는
확실한 것보다 불확실한 것이 더 많고
자신의 당장 내일도 모르는 게 인간 아니던가.
나만의 어떤 고도가 있다는 것..
나만이 기다릴 수 있는 고도가 있다는 것..
그 것은 다름 아닌 아름다운 꿈이고 희망이다.
모든 아름다움의 생명력은 영원하고,
꿈과 희망은 행복을 짜는 베틀과도 같다.
사람은 누구나
고도의 힘으로 살아가는 셈이다.
인생은 풍부하나 헤프지 않게 즐거워야 하고
내가 즐거워야 남도 즐거울 수 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오랜 세월 함께 늙은 주름 깊은 친구를 바라보듯
편안하고 구수한 삶, 좀 더 행복하려면
상대보다 조금 더 착하면 된다.
또한 어떤 희망도 없는 삶은 죽은 것과 다를 바 없고,
각박하고 삭막하기 그지없는 이 거친 세상,
고도를 기다리는 일마저 그만 둔다면
살아갈 힘이 없는 것은 물론 너무 외롭고 쓸쓸할 터이니
설령 끝끝내 오지 않을 것이라 믿어져도
그대도, 나도, 우리 모두 다 함께
자신만의 유일무이한 고도..그 고도를
기다려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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