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장보고 후예, 다시 해상왕국을 꿈꾸다 | ||||
[뉴스메이커 2005-05-26 14:51] | ||||
역사상 세계를 지배했던 나라는 한결같이 바다를 지배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식량·자원·환경문제를 속시원히 해결할 수 있는 인류 최후의 보루가 바다라는 점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세계 각국은 앞다퉈 바다를 개발하고 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도 나섰다. 해상왕국을 건설했던 ‘장보고의 영광’을 되살릴 수 있을까.
중앙집권적 통치체제가 무너지고 지방 토호들이 독자적 세력을 형성, 지방분권적 체제로 변해가던 8~9세기의 동북아시아. 당에 대한 조공무역은 점차 쇠퇴하고 대신 각지에서 일어난 상업집단간의 사무역이 성행했다. 이런 틈을 타 해상에서는 해적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해적들이 신라인을 노예로 팔아넘기는 일이 기승을 부렸다. 바로 이런 시기에 해상왕 장보고가 등장했다. 790년 전라도 완도 지방에서 태어난 장보고는 20대 후반에 당나라로 건너가 무장으로 출세했다. 그러던 중 신라인이 해적에 납치돼 노예로 인신매매되는 참상을 목격했다. 울분을 참지 못한 그는 828년 귀국, 신라 흥덕왕을 만난 자리에서 신라인이 해적에 잡혀가는 일이 없게 하려고 귀국했다며 군사 1만을 주어 청해진을 건설하도록 허락해줄 것을 요청했다. 동북아 해상 무역권 거머쥔 장보고 해적과 노예상을 소탕한 그는 청해진을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에 있는 신라인과 힘을 모아 신라·당·일본의 국제적인 삼각해상무역망을 구축했다. 일본이나 중국과의 1대1 무역 형태를 탈피, 사상 처음으로 동남아시아나 아랍으로부터 수입품을 재수출하는 중계무역도 실현했다. 군사력까지 보유한 그는 동북아의 해상교통권과 무역권을 완전히 거머쥔 명실상부 ‘해상왕국의 건설자’가 된다. 그러나 그의 세력확대를 우려한 중앙귀족의 견제로 846년 피살되었고, 해상왕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찬란하게 역사를 장식했던 장보고의 해상왕국은 청해진이 해체된 뒤 역사에 등장하지 못했다. 만약 장보고와 같은 능력과 기상을 가진 인물이 고려나 조선 시대에 등장했더라면 우리의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역사를 지배했던 세계의 강국은 한결같이 바다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항해를 지원한 스페인은 아즈텍 왕국과 잉카제국을 정복, 막대한 부를 축적, 대서양시대를 개막했다. 포르투갈도 아프리카 대륙의 희망봉 발견을 시작으로 상아·노예무역, 인도와의 무역을 독점했다. 네덜란드는 16~17세기에 동인도회사를 설립해 아프리카, 동남아, 일본과 해상교역을 했고 인도네시아 등에 해외영토를 확보했다. 스페인의 무적함대와 프랑스 함대를 제압, 해상권을 장악한 영국은 해상무역으로 값싼 원료와 판매시장을 확보해 산업혁명이 발생할 근거를 마련했다. 미국 역시 남북전쟁 뒤 해군력 증강을 통한 해외진출을 모색한 결과 10년 만에 세계의 주요 수출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바다의 가치는 지금도 다르지 않다. 다만 당시의 바다가 무역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무역 뿐 아니라 식량문제, 자원문제, 환경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인류 최후의 보루라는 점이다.
바다에는 총 30여만 종의 생물이 살고 있다. 이는 지구 전체 동식물의 80%에 해당하며 육지에 비해 7배나 많다. 뿐만 아니다. 육지에서는 50g의 달걀이 5개월이 지나면 1.5㎏의 닭이 되어 30배의 성장을 보이지만, 바다에서는 0.01g의 물고기알이 5개월이 지나면 0.5㎏의 물고기가 된다. 생산성이 무려 5만배에 달하는 것이다. ‘네이처’지는 해양생태계의 총가치를 연간 22조6000여억 달러로 추산했는데 육상생태계의 2배가 넘는 수치다. 해양산업은 제3의 물결 주도할 산업 자원고갈 문제도 바다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구리나 망간 니켈 등 전략금속의 육지매장량은 40~110년이 지나면 고갈되지만, 해양매장량은 200~1만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온도차, 염도차, 파력, 조력, 해류 등 바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발전량도 150억㎾에 달한다. 정화능력도 탁월하다. 갯벌 10㎢의 오염정화능력은 인구 10만명의 도시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하수처리장과 같다. 게다가 바다에는 육지에 없는 자원이 있다. 일례로 고래기름은 우주선이 대기권을 통과할 때 발생하는 고열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윤활유다. 수산과 조선, 해운 등 전통적인 해양산업 뿐 아니라 해양관광산업, 해양광물, 생물, 에너지 등을 개발하고 이용하는 해양산업은 1995년 기준 약 1조 달러로 세계 GNP의 4%를 차지했지만 2010년에는 GNP의 10%를 점유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내다보기라도 한 듯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해앙산업을 정보통신, 우주개발, 생명공학과 함께 제3의 물결을 주도할 4대 핵심산업의 하나로 꼽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앞을 다퉈 바다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9월 해양 연구 및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 일본은 2003년 10월 이용에 중점을 두었던 해양정책을 재검토, ‘지속가능한 해양 이용’을 주내용으로 하는 장기해양정책안을 마련했다.
이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가 관할하고 있는 바다의 넓이는 대한민국 육지 면적의 4.5배에 달한다. 바다 개발의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5월 31일 제10회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과거 장보고의 영광을 되새기며 앞으로의 해양강국 1000년에 대한 의지를 천명할 방침이다.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 도약 ▲안정적인 수산물 공급 ▲해양과학기술 개발 ▲쾌적하고 아름다운 바다 제공이 중심 정책이다. <정재용 기자 jjy@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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