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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어촌 살리기

[커버스토리]침체 늪 빠진 어촌을 살려라
[뉴스메이커 2005-05-26 14:51]

어장 급격히 줄면서 어획량 감소… 체험마을·바다목장 조성으로 위기 타개

“어민은 낙지나 조개가 살고 있는 장소를 잘 압니다. 관광객에게 이를 알려주고, 직접 잡아볼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 벌스키(갯벌에서 타는 스키)를 여러대 만들어서 조개 채취 체험에 이용하거나, 가족끼리 타고 즐길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이렇게 잡은 굴이나 바지락 등은 바로 앞에 있는 슬로 푸드 식당에서 조리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여기서 영양굴밥, 바지락칼국수 등을 만들어 먹거나 젓갈 등으로 만들어 가져갈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자본이 모이면 밀물에 밀려온 물고기가 나갈 수 없게 그물을 친 뒤, 관광객이 고기를 잡을 수 있는 체험관광상품도 만들 생각입니다. 이 모든 사업은 어민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고, 여기서 얻은 소득은 어민에게 돌아갑니다.”

“어민 중 빚없는 사람이 없어요”

경기 화성시 궁포리 어촌체험마을에서 만난 정승만 어촌계장(44)은 바빴다. 5월 31일 바다의 날을 맞아 어촌체험마을 개장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홍보가 잘돼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면 어촌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어촌체험마을이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민의 소득 증대에 도움을 주고자 해양수산부가 2002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곳 어민들은 최근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다. 고기가 잡히지 않아서다. 이곳에서 주로 잡는 어종은 꽃게와 우럭, 놀래미 등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어획고가 급격히 줄었다. 수협 서신지점에 따르면 이 지역 어획고는 2002년 445t에서 지난해 257t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특히 올해의 경우 5월 18일 현재 47t인데, 이는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이라고 한다. 이런 까닭에 이곳 어민 중 빚이 없는 사람이 없고 5000~6000만원의 빚을 안고 있는 이들도 있다.

궁포리 어촌계 선단장 이경우씨(48)도 마찬가지다. 그는 날씨만 좋으면 바다로 향하지만 대부분 빈손으로 돌아온다. 며칠 전에도 바다로 나갔으나 잡은 물고기는 총 30만원어치였다. 하루 배를 움직이는데 기름이 약 50만원어치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20만원의 적자를 본 셈이다. 그렇다고 바다에 나가지 않을 수는 없다. 어장 관리도 해야 하고, ‘오늘 나가면 더 잡힐까. 어제보단 낫겠지’라는 생각에 그냥 있을 수 없어서다. 이렇게 해서 진 빚이 수천만원이다. 상황이 점점 악화되면서 이곳을 등질 생각을 하는 어민도 상당수에 달한다.

어촌의 어려움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이는 국내외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우선 어장의 감소를 들 수 있다. 한·중·일의 어업협정 체결로 연근해 어장 94만㎢의 53%인 52만㎢의 어장이 감소했다. 각국이 해안선으로부터 200해리 안의 배타적경제수역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모두 배타적경제수역을 선포할 경우 주요 어장의 90%가 연안국에 속해 침체일로인 우리의 원양어업에도 큰 타격을 준다.

새끼 물고기까지 불법어업 성행


어장이 줄어들면서 한정된 공간에서 경쟁을 벌이게 됐다. 자연스레 남획이 성행한다. 현재 연근해 어선은 모두 6만7000여척. 현 수산자원량으로 추산되는 780만t에 비해 터무니없이 많다는 것이 해양수산부의 판단이다. 정부의 분석에 따르면 1999년 우리나라 배타적경제수역 내의 적정 어획량은 125만t이었지만 어획량은 160만t이었다. 이런 상황은 한·중·일 주변 수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적정어획량은 800만t이었으나 실제 어획량은 1178만t이었다. 생산량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1975년 120만t이었던 생산량은 1985년 150만여t으로 최고점에 도달했다가 2000년 119만여t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도 108만여t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 불법어업이 성행, 새끼 물고기까지 잡아들이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현재와 같은 어획고가 유지될 경우 2015년에는 자원이 현재의 절반인 390만t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어획고 감소는 어촌의 침체와 직결된다. 2004년 어촌소득은 2616여만원으로 농가소득의 90%, 도시근로자소득의 70%에 불과했다. 이런 까닭에 어촌을 등지는 사람도 늘어나 어촌인구는 1990년 50여만명에서 2004년 21만여명으로 줄어들었다. 심각한 점은 65세 이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65세 이상은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50세 이상 어업종사자는 1990년에 40%였지만 2003년에는 60%로 늘어났다.

이에 정부는 ‘잘 사는 수산업인, 살기좋은 어촌’이라는 구호 아래 어촌 살리기에 나섰다. 일단 어촌에 어업 외 소득을 증대시켜 어촌경제를 활성화할 생각이다. 대표적인 것이 궁평리에 조성된 것과 같은 어촌체험마을이다. 아직 개장하지 않아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궁평리 어민들은 어촌체험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2003년 문을 연 강원도 삼척시 장호마을 어촌체험마을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장호 어촌체험마을은 노련한 어부를 따라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낚시를 하는 배낚시 체험, 가두리 양식장에 찾아가 물고기 밥을 주거나 홍합을 따는 체험 등 다양한 체험관광을 제공하고 있다. 이곳을 다녀간 관광객은 어촌체험마을 조성 전에 비해 4300여명이 늘어난 7000여명이었다. 당연히 어가소득도 늘어났다. 체험마을이 조성되기 전보다 가구당 수입이 1000만원 정도 늘어났다. 강영구 어촌계장은 “최근 물고기가 줄어들면서 어획량이 줄었는데, 이를 어촌체험마을을 통한 관광수입으로 보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2013년까지 전국에 총 103개 체험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밖에 교육과 정보통신, 복지 등 여러 분야에 대한 지원도 병행한다.

“2013년 어가 소득 4500만원 예상”

어촌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어촌의 존재이유인 어업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큰 줄기는 ‘지속가능한 어업’으로 바꾸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바다목장을 들 수 있다. 바다목장이란 울타리없는 양식이다. 청정지역에 인공어초를 설치하고 물고기가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새끼 물고기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특수한 음파를 보낸다. 반복되면 물고기는 특수한 음파를 먹이 신호로 여겨 인공어초에 정착한다. 이런 바다목장은 수온조절이나 오염 측정 등 과학적으로 관리돼 지속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이미 노르웨이는 1960년대에 대서양 연어를 대상으로 목장화 사업을 실시했으며 1980년대에는 대구와 바닷가재로 대상을 확대했다. 가까운 일본은 1970년대부터 바다목장 사업을 실시해 참돔과 넙치 등의 증산효과를 거두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경상남도 통영시에서 처음으로 시작했으며 모두 5군데에 대규모 바다목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외의 지역에는 고기 아파트인 인공어초 설치를 확대하고 새끼물고기 방류량을 지금보다 3배 많은 1억8900만마리로 늘린다.


아무리 바다목장을 운영하고 새끼물고기를 방류해도 남획이 계속된다면 위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미 추진중인 어선 감척도 강화된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총 3280척의 어선이 감척됐는데, 앞으로 2008년까지 노후어선을 중심으로 연안어선의 10% 수준인 6300척을 줄일 계획이다. 이런 계획이 성공한다면 2015년에는 우리나라의 수산자원량을 1000만t 수준으로 회복하고 이후에는 연간 150만t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양수산부 선원표 수산정책과장은 “해양수산부는 어촌관광 활성화와 수산자원 회복정책이라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면서 “2013년쯤이 되면 어가 소득이 4500만원 정도로 늘어나 도시 근로자 소득의 86% 수준까지는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격 더러운 참조기 생포하기

지난해 8월 12일 오전 5시쯤 전라남도 영광군 칠산포 어장 근처 갯벌. 국립수산원 서해수산연구소 양식연구팀 조기채 연구관 등 5명이 갑자기 바빠졌다. 저마다 양동이를 들고 조심스레 바닷물을 떠서 특수개조된 트랙터에 마련된 수조에 담았다. 조기채 연구관은 “성공했다”는 외마디를 지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산 채로 잡기 힘들기로 유명한 참조기(굴비)를 잡은 것이다. 2003년 한해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했으나 실패한 터라 기쁨은 더욱 컸다.

성격이 무척 급한 참조기는 체조직과 비늘도 약해 조금만 스트레스를 주면 금방 죽어버린다. 게다가 공기 중에 노출되면 부레가 입밖으로 튀어나와 터져버린다. 이런 까닭에 참조기 양식에 관한 연구는 성과가 별로 없었다. 생포하는 것부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포에 성공했으니 이제 참조기 양식기술 연구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참조기는 우리나라의 특산 어종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영광 굴비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1990년대 2만~3만t 잡히다가 2000년도에 접어들면서 1만t 정도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동중국해에서 대부분 잡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국에서 잡은 참조기가 연간 1만t 정도(약 250억원) 수입돼 국내가공을 거쳐 국산으로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에서 조 연구관 등 양식연구팀은 참조기 양식기술 연구를 시작했다. 우선 중요한 것은 참조기를 생포하는 것. 처음 생각은 바다에 5m 깊이와 운동장 크기의 구덩이를 파는 것이었다. 밀물 때 구덩이에 들어온 참조기가 썰물 때 구덩이 안에 갇히는 것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 때문에 ‘계획’으로 끝났다.

대안이 필요했다. 연구 첫해인 2003년 연구팀은 갖가지 그물을 사용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대부분 죽은 채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머리를 짜냈다. 불법어업에 사용되는 개막이 시설(길이 2㎞, 높이 1.2m의 그물)을 사용했다. 밀물 때 그물을 쳐서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바닷물이 무릎 높이로 빠졌을 때, 양동이를 이용해 한두마리씩 조심스럽게 잡아 참조기를 죽이지 않고 수조에 넣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두달 동안 5600여 마리를 잡았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하루평균 2시간밖에 자지 못했고, 죽을 고비도 몇번이나 넘겼다.

양식에서 중요한 것은 먹이로 길들이는 일이다. 참조기의 배를 갈라본 연구팀은 위장 속에 새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 새우를 1시간 간격으로 공급해 먹이 순치를 시작했다. 성격이 급해 견디지 못한 참조기는 죽고, 1100여마리가 살아남았다. 참조기의 월동이 끝나고 산란기인 5·6월을 맞아 연구팀은 자연산란을 유도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연구팀은 올해 내에 인공종묘생산기술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인공수정기술을 연구할 계획이다. 왜냐하면 해가 지날수록 참조기 수컷의 비율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염도에 민감한 참조기를 염도가 서해안보다 높은 동해나 남해에서도 양식할 수 있게 하고, 가두리양식이나 버려진 염전을 이용한 대량양식기술도 개발할 생각이다. 조기채 연구관은 “참조기를 양식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다면 수입대체 뿐 아니라 수출도 가능하다”며 “참조기 양식은 어민의 소득 증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용 기자 jjy@kyunghyang.com>





 
출처 : 블로그 > 닥터상떼 | 글쓴이 : 닥터상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