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축제(2)
축제를 뜻하는 영어의 '페스티발'(festival)이나 독일어의 '페스트'(Fest)는 라틴어 '페스투스'(festus)에서 유래한 말이다. '페스투스'는 종교적인 의식에 들어간다는 의미이다. 또 축제를 뜻하는 독일어 '파이어'(Feier)는 라틴어 '페리에'(feriae)에서 파생된 말인데, 이는 일을 하지 않는 날을 뜻한다 한다. 이 두 말에서 축제란 일상적인 일에서 벗어나 종교적 의식에 들어가는 것이라는 축제의 기본적인 의미를 읽을 수 있다.
독일의 대문호 볼프강 폰 괴테의 "낮에는 노동, 저녁에는 친구들! 바빠지는 일주일, 흥겨운 축제!"(Tages Arbeit, abends Gäste! Saure Wochen, frohe Feste!)라는 말처럼 축제는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일상과 대비된다는 점, 즉 일상에서의 탈피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물론 유럽의 축제를 모두 같은 잣대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유럽은 한편으론 많은 부분에서 공통성을 갖고 있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나라마다 각기 다른 문화와 전통을 발전시켜 왔기 때문에, 축제 또한 공통성과 상이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보여준다.
가장 큰 공통성이라 하면 역시 기독교 문화일 것이다. 유럽의 축제를 이해하려면 역시 기독교 문화와 그와 관련된 종교 축제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 과제일 것이다(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기본적 지식은 독일의 축제 편을 참조). 유럽은 역사적으로 볼 때 기독교의 세례를 받은 지역으로, 기독교가 이 지역 문화 곳곳에 깊숙이 자취를 남겨 놓았다. 유럽 어느 나라에나 크게 성탄절과 부활절, 성령 강림절을 중심으로 한 교회력상의 절기가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종교 축제는 현재 유럽의 축제의 근간을 이룬다 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나라마다 그리고 지역마다 다른 전통과 풍습으로 생긴 많은 민속축제들이 있다. 이들 축제 역시 살아 숨쉬는 유럽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들이다.
유럽의 문화를 소개하고자 하는 본 강의는 우선 제1장과 제2장에서 유럽의 축제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중요한 몇 나라를 선택하고자 한다. 제1장(제1주 강의) 독일과 이태리의 축제에 이어 제2장(제2주 강의)에서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축제 및 기타 다른 나라의 축제를 소개할 것이다. 이번 주에 소개할 나라들에서는 그 나라 특유의 축제들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종교 축제는 기독교를 근간으로 하는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거의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이미 첫째 주 강의에서 충분히 설명되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프랑스편
프랑스의 축제 역시 다른 나라의 축제와 많은 공통점이 있지만, 아직도 그들만의 민족적·지역적 특색을 간직하고 있음은 여느 나라의 경우와 다를 바 없다. 프랑스는 라틴문화와 게르만 문화가 융합되어 서유럽 문화의 집산지라고 할만큼 다양한 문화가 모여있는 나라인데 기실 예전에는 축제가 많았다. 그러나 반 종교개혁 운동과 오랜 중앙집권에 의해 많은 지방문화가 말살되었다. 그러나 1980년 지방자치법의 변화로 인해 각 지방에서 정체성 살리기의 한 방편으로 많은 축제들이 신설 혹은 부활되었다. 프랑스 변방으로는 브르따뉴(Bretagne), 알자스(Alsace), 플랑드르(Flandre), 랑그독(Langue d'oc), 루씨옹(Roussillon) 지방과 프로방스(Provence) 지방이 있는데 각 지방마다 특색있는 축제가 있다. 그럼, 프랑스의 대표적 축제를 보러가자.
■ 앙굴렘(ANGOULEME)의 국제만화페스티벌
프랑스 ‘앙굴렘 국제 만화페스티벌’은 세계 출판 만화계의 최대 축제 가운데 하나이다. ‘앙굴렘 페스티벌’은 지난 1972년 창설됐으며, 대중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장 권위있고 영향력 있는 만화축제로 꼽힌다. 앙굴렘(인구 6만 명)은 프랑스 남부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지방의 중소도시였으나, 이 페스티벌로 인해 세계만화의 메카가되었다고 한다. 2002년의 경우 세계 39개국이 참여했으며, 전 세계 630여명에 이르는 취재진과 20만여명의 관객이 몰렸다.
30주년을 맞은 2003년의 경우 1월 23일부터 26일까지 열렸는데, 특히 기억할 만한 것은 '올해의 주빈국(Guest of Honor)'으로 한국이 초청받았다는 점이다(2001년 일본, 2002년 미국). 따라서 한국만화 특별전시회가 열렸다(조직위원회 장마르크 테브네(J-M Thevenet) 위원장). 한국은 지난 84년부터 일부 만화작가들이 개인적으로 참여하다가 올해부터 정부 지원으로 참여했다. ‘앙굴렘 페스티벌’ 30주년을 맞는 2003년에, 조직위원회가 한국을 주빈국으로 선정한 것은 한국 출판 만화시장의 역동성에 후한 점수를 주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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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제30회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의 포스터 |
주요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각 해마다 그랑프리 작가를 한명씩 선정하는데 그 작가가 공식 포스터도 함께 작성한다. 페스티벌 참가는 전적으로 전체 입장권을 구입하는데 1일권, 2일권, 3일권, 4일권이 있다. 전문가 모임외의 거의 모든 전시를 구경할수 있다. 전시내용도 앙굴렘시 어린이 만화공모, 신진작가 작품전, 만화벼룩 시장, 고등학교의 멀티미디어 전시, 해외초청작가전, 작가와의 만남, 출판사별 홍보전시장, 유명 만화의 이미지 전시관 등 다양하다. (http://www.bdangouleme.com/)
앙굴렘에는 만화 전문 대학과 박물관도 있다. 프랑스 만화로 알고있는 TIN TIN은 벨기에 작가의 작품임. 앙굴렘 만화페스티벌은 지방자치정부, 만화산업전문가, 시민단체, 문화지원 기업과 정부의 협력으로 이루어졌다.
◀ 해마다 1월이 되면 프랑스 중부의 소도시 앙굴렘은 만화 천국으로 변한다.빌딩은 만화로 뒤덮이고,사람들의 표정도 익살스러워진다. 2003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이 열릴 앙굴렘의 거리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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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니발(Carnaval)
프랑스에서 카니발은 보통 낡은 옷에 짚, 또 어떤 때는 폭죽을 채워 만든 인형을 통해 하나의 인격으로 표현된다. 프랑스도 중세 및 르네상스 시대에는 카니발과 광인의 축제(FÊTE DES FOUS)들이 전국에 있었는데 반 종교개혁 운동 이후 많이 사라지고 현재에는 남쪽 랑그독 지방, 플랑드르 지방(북쪽)과 알사스 로렌 지방에 카니발이 남아있고 니스(Nice) 지방 등에는 현대식 관광용 카니발이 남아있다. 특히 북쪽지역은 2차 대전사에서 중요한 도시인 덩케르크(Dunkerques)의 카니발은 매우 광란적으로 활기있고 남쪽 뚤루즈(Toulouse) 근처의 리무(Limoux)의 카니발(1월 초에서 3월 초까지)은 전통 그대로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트라스부르그(Strasbourg)와 보르도(Bordeaux)의 카니발은 현대 도시에서의 빈민 청소년 문화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특이한 카니발로 유명하다.
(니스 지방의 카니발) (덩께르끄의 카니발)
■ 남부 지방의 투우
남부 아끼뗀느(Aquitaine) 지방의 아름다운 님에서 로마시대의 경기장에서 투우를 하면서 페레이드, 술판, 장터개장, 프로방스 춤, 음식, 문화를 구경할 수 있는 프랑스에서 제일 화려한 축제중(님(Nîmes)의 페리아 축제)의 하나이다. 랑드(Landes) 지방에서는 마을 광장이나 투우장에서 암소만을 상대로 대결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그 이유는 투우를 할 때마다 늘 목숨을 걸어야 하는 투우사의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랑드식 코스(Course landais)'는 주로 바이욘(Bayonne), 닥스(Dax), 몽드마르상(Mont-de-Marsan) 등지에서 행해지는 스페인식 투우 만큼 유명하지 않지만 꽤 인기 있는 종목이다. 이 코스에서는 소를 죽이는데, 프랑스에서 이런 관행을 둘러싼 논란이 많았다.
■ 음악 축제(Fête de la Musique - 6월 21일)
프랑스는
1년에 한 번씩 음악축제의 날을 정하고 있다. 이는 어느 특정 장르의 음악에 관한 구체적인 축제가 아니라 인간이 귀로 듣고 즐길 수 있는 모든
소리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전문적인 음악인이든 취미생활삼아 음악을 하는 사람이든 관계없이 아무 곳에서나 연주를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 날은 프랑스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연장이 되고 만다.
이
축제는 1982년 6월 21일(유럽에서 해가 가장 긴 날 - 하지) 처음으로 개최되었고 이후 국제적인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이 날은 모두가
악기 하나씩을 가지고 거리로 튀쳐나가 불어대는 날인데, 바로크·낭만주의 음악과 현재의 음악, 서양 음악과 동양 음악 및 아프리카 음악, 그리고
고대 음악과 고전 음악 및 민속 음악, 종교 음악 및 군대 음악, 대중 음악, 선율적인 음악과 리듬이 강한 음악, 물리적인 음악 등 모든 장르를
포괄하는 음악 축제이다.
컨서트장
혹은 지하철이나 일반 길거리에서 조차 온갖 종류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평상시에는 유료로 입장해야 하는 모든 음악회장도 이 날에 한해서만큼은
무료이다. 이런 장점을 살려 음악을 사랑하지만 주머니 사정상 평소에 자주 음악회를 관람하지 못했던 일반인들이 오페라 바스티유 등의 고급스러운
장소를 찾아보는 날이기도 하다. 하루 종일 온갖 무료공연이 벌어지는 관계로 음악애호가들에게는 연중 가장 바쁜 날이다. 클래식공연을 듣다가는
장소를 바꾸어 재즈를 듣고 또 그런가하면 또 록음악을 들으러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게 된다.
하루종일 음악속에서 축제를 즐기는 것이 부러웠던지 지금은 세계 각국에서 이를 본딴 음악축제가 열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베를린, 영국, 이탈리의 나폴리, 로마, 토리노 그리고 동구권에서는 부타페스트, 프라하 등을 들 수 있으며 아프리카의 몇몇 국가들과 인도, 네팔 등지에서도 열린다고 한다. (http://fetedelamusique.culture.fr/)
(음악 축제 포스터)
■ 아비뇽 축제(Fête d'Avignon)
사실 축제는 아니고 연극 페스티벌이지만 연극말고도 거리에 볼거리가 많다. 특히 연극을 광고하는 거리 공연과 각 개인들의 공연, 음악 등으로 여름의 프로방스 지방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다.
(아비뇽 연극제)
■ 혁명 기념일(Fête Nationale)
1789년 7월 14일 감행된 바스띠유(Bastille) 감옥 습격 사건이 시발이 된 프랑스 민중 혁명을 기리는 날이다. 매년 7월 14일에 치러지는 축제는 혁명이 이루어낸 업적들, 특히 민주주의와 인권 선언을 기리고, 국가를 신화로까지 격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에펠탑 앞의 샹드마르스(Champs de Mars)는 일년에 한번 발디딜 틈이 없어지는데 바로 이 7월 14일 불꽃놀이 때문이다. 또한 샹젤리제(Champs-Elysées) 거리에서는 모든 병과가 다 참가하는 호화찬란한 행렬이 펼져진다. 그리고 곳곳에서 무도회가 열리는데 이날만은 모두 무료이다.
(7월 14일 샹젤리제 거리에서 펼쳐지는 군사 퍼레이드)
■ 포도주 축제
디죵(Dijon) 근교에서는 포도즙의 발효 정도를 시험하는 따뜨-뱅(Tate-vin)이 기사들이 모인다. 이들의 회합과 따뜨뱅 기사단 가입 의식에는 항상 포도주 감정가들의 향연이 따르는데, 이 향연은 프랑스 전역에 소문이 자자하다. 보졸레(Beaujolais)에서는 포도밭 주인들이 포도 수확이 시작 될 무렵, 그러니까 9월 8일 풍작을 비는 마음에서 브루유(Brouilly) 산을 순례한다. 이곳은 바로 포도주 경작 지역 최남단의 향이 짙은 포도가 수확되는 지역이다. 매년 11월 셋째 목요일은 프랑스 전역에서 햇 보졸레, 즉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x)를 맛 볼 수 있는 날이다. 가을에 열리는 축제 외에 알사스, 로렌 지방의 7-8월 여름은 백포도주가 익는 계절. 특히 콜마르(Colmar)와 Riquewhir(알사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민속촌 같은 마을)지역에서 포도주 박람회가 열린다. 그밖에 유일하게 파리에서 포도주 축제를 볼 수 있는 10월 초 몽마르트 포도 수확제가 있다. 사실 몽마르트르 주변은 이전 포도 밭이였는데(포도주 질은 시원찮음) 아직도 포도 수확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 북쪽 도시 릴(Lille)의 벼룩시장 축제(Braderie)
이 축제는 9월 말에 한 3일 열리는데 역사는 플랑드르 지방의 장에서 유래하는 오래된 축제로 온 도시가 음악, 음식, 술(특히 플랑드르 맥주)와 각종 쓰던 물건으로 넘친다.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온 관광객 및 주민들이 살거리를 구경하느라 정신 없다.(http://www.braderie-lille.com/)
(릴 지방의 벼룩시장 전경)
기타 축제 이야기 - ◆ 프랑스의 돼지 축제(Fête du cochon)
프랑스에서는 돼지에 대한 생각이 우리와 같이 좋은 의미를 갖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는 탐욕스럽고 성질이 사납고 음흉스러운 사람에게 곧잘 돼지 같다는 비유를 든다. 그들에게 돼지가 이렇듯 부정적 이미지로 굳어 있지만 이들의 식생활에서는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 또한 돼지다.
해마다 7월 중순경 유럽에서는 유일하게 유럽 돼지 챔피언을 뽑는 축제가 열린다. 프랑스와 스페인을 가로지른 천혜의 국경선인 피레네산맥, 그 중에서도 대서양쪽 피레네 지방을 흔히 오뜨 피레네(Hautes Pyrénées 높은 피레네)라 부르는데 이곳에 있는 트리수르베즈란 마을이 바로 돼지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이 마을엔 주민 3000여명이 모여 산다. 마을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철도역에서 유일하게 하루 두 차례 다니는 국영 철도 회사의 버스가 이 산골 마을의 대중 교통 수단의 전부다.
아직 이른 오전이었지만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몰려오고 돼지와 관련된 장사치들은 판을 버리느라 분주했다. 정오경 마을 주민들과 다른 지역에서 참가한 내방객들의 점심 식사 자리가 마련되었다. 1인당 40프랑(약6500원)이라는 싼값에 제공된 식사는 돼지를 재료로 한 푸짐한 요리였다. 순대, 햄, 바비큐, 돼지찜 요리가 나오고 맥주와 포도주도 곁들여졌다. 주최측의 배려로 밴드까지 가세되어 흥겨운 식사시간이 끝날 무렵 돼지 축제 운영 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돼지 축제의 역사와 의의, 축제 순서와 곧 이어질 돼지 흉내내기 콘테스트 심사 위원들을 소개하면서 본격적인 축제 행사는 막이 올랐다.
우선 마을 사람들과 프랑스 전역에서 모여든 돼지 애호가들의 시선을 모으며 펼쳐진 돼지 흉내내기 경연 대회는 전년도 챔피언이 앙코르 공연으로 녹슬지 않은 솜씨를 보여주어 한껏 분위기를 돋웠다. 그리고 올해의 신인들이 차례로 등장하여 불꽃 튀기는 경합에 들어갔다.
아이디어도 기발해서 단순한 돼지 흉내가 아니라 돼지 구애 작전, 교배 장면, 돼지 부부 싸움, 돼지 멱따는 소리 묘사등 기상 천외한 연출로 장내는 폭소가 끊이지 않는다. 배를 움켜쥐고 눈물까지 흘리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사람들의 환호 속에 돼지 흉내내기가 끝나고 심사 위원장의 심사평과 투표에 의해 그 해의 돼지 흉내내기 챔피언이 탄생하면 챔피언의 앙코르 공연으로 장내는 또 한번 웃음바다가 된다.
이어지는 행사는 아기 돼지 달리기 대회로, 출전하는 돼지들 등에는 푸른 물감으로 번호가 씌어 있다. 이때 경마 대회처럼 경주권을 파는데, 예상 우승 돼지를 맞히면 상품을 받게 된다. 상품이래봐야 10프랑 짜리의 돼지햄 한 덩어리가 고작인 다분히 장난기가 섞인 경주권이다.
경주권이 어느 정도 팔리자 두 차례에 걸쳐 경주가 벌어졌다. 응원하는 사람들의 고함 소리에 놀란 아기 돼지들은 우왕좌왕 어쩔 줄을 모른다. 꽥꽥거리며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아기 돼지를 그 돼지 번호를 산 꼬마가 뛰어들어 방향을 바로잡는 반칙을 범하자 구경꾼들이 폭소를 터뜨린다. 아기 돼지 다리기가 끝나면 이제 가장 중요한 행사인 전유럽 돼지 챔피언이 열린다.
거창한 이름에 비해 참가한 돼지는 인근 지역에서 트럭에 실려온 몇십 마리의 돼지가 고작이다. 이중에서 한 마리의 우량 돼지를 뽑는 것이다. 이렇게 뽑힌 돼지는 이 작은 마을에서 1년 내내 주인의 어깨를 펴게 하고 영원한 자랑거리로 남게 되는 것이다.
오후의 휴식시간에도 이 축제의 참관객들은 거의 쉴 수가 없다. 돼지를 테마로 한 각종 물건을 파는 가판대를 구경하기 위해서다. 우스꽝스럽게 의인화한 돼지 장난감과 T셔츠등 기념품과 이곳의 특산물인 돼지 가공 식품이 불티나게 팔린다.
한쪽 공터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놀이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칸칸이 예쁜 돼지 모습으로된 돼지 열차, 돼지 모양의 자동차 등이 동심을 즐겁게 한다. 또 돼지와 함께 찍는 즉석 기념 사진관도 재미를 더한다. 또 한켠에서는 인근도시에서 원정나온 돼지 요리 전문 레스토랑이 돼지를 재료로 한 각종 요리를 소개하며 자기네들만의 비법으로 요리했다고 선전에 열을 올린다.
이윽고 다시 시작된 돼지 축제는 멀리 파리에서 초청된 가수가 외설스런 몸짓을 섞어 돼지에 관하 노래들을 부르며 박수 갈채를 받는다. 손바닥만한 산골 마을이라 그런지 마을 젊은 남녀들은 스스럼없이 어울려 노래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춘다.
새로 굽기 시작한 통돼지구이의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면서 구수한 냄새를 풍길 때쯤 점심의 요리방법과는 다르게 요리한 돼지 요리가 선을 뵌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막바로 밴드에 맞추어 동네 댄스 파티가 열린다. 댄스 파티는 낮 동안 내내 식사 준비를 돌봐온 자원 봉사자인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가세하여 마을의 화합을 도모한다.
적당히 취기가 오르자 즉석 장기 자랑과 노래 자랑이 벌어지고 흥이 오른 젊은이들은 어깨동무를 한채 마을 대로로 진출해간다. 밤이 깊도록 마을의 여기저기서는 사람들의 괴성과 요란한 음악소리가 넘쳐 축제의 열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이 돼지 축제가 이곳 트리수르베즈에서 열리게 된 데는 사실상 별다른 이유는 없다. 우리와는 달리 일찍 지방 자치제가 자리잡은 프랑스의 경우 어느 지방을 가든 자기 지망의 고유의 것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자기네들만의 독창적인 지역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다른 지방에 비해 내세울 만한 것이 있으면 축제 형식이든 카니발이든 주민 전체를 끌어들일수 있는 화합의 장을 만든다.
이것을 통해 자기 고장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하며 외지 관광객들의 방문을 유도하기도 한다. 오트피레네 지방의 트리수르베즈는 양돈 농가와 돼지 가공 식품이 발달되어 있기도 하지만 이 축제의 저변에는 그런 의도가 깔린 것이다.
다음날 축제는 끝이 나고 다시 평온한 산골 마을로 돌아갔다. 지루할 정도로 이렇다할 것이 없는 이 트리수르베즈의 주민들은 이 돼지 축제 기간에 외지 사람들과 마음껏 어울리며 삶의 활기를 가져보는 것이다. - Morning Calm October 1995
스페인편
축제가 가장 풍성한 나라
몇 년에 걸쳐 이 축제 저 축제 찾아다녀도 똑같은 축제를 두 번 보는 일없이 여행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세상에서 축제가 가장 풍성한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한해 줄잡아 10만 개의 축제가 열린다. 스페인 사람들은 축제를 즐길 기회를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않는 듯 보인다. 만일 법정 휴일, 예컨대 설날이나 노동절이 일요일이면 1월 2일이나 5월 2일에도 일을 하지 않는다. 축제일이 화요일인 경우에는 월요일도 노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경우를 스페인 사람들은 '뿌엔떼(puente)' , 즉 징검다리 휴일, 긴 주말이라고 부른다. 이 곳의 축제는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정열적이다. 한마디로 스페인 사람들은 축제에 미친 것 같다. 그런 그들의 모습은 정말 매혹적이다. 스페인 전역의 축제를 다 합하면 한 해에 줄잡아 10만가량 될 것이다. 악마와 신화적인 인물들이 옛날 카니발의 풍속대로 가장행렬을 펼치는 사모라(Zamora) 지방의 아베헤라(Abejera)의 설날부터 시작해서 광장에 나무를 세우고 장작더미에 불을 붙이고 귀가 먹을 정도로 요란하게 폭죽을 터트리는 바르셀로나(Barcelona) 센뗄예스(Centelles)의 섣달 그믐에 이르기까지, 바스크(Basque) 지방과 카나리아 군도, 갈리시아(Galicia)와 발레아레스(Baleares)를 잇는 스페인에서 축제가 열리지 않는 날은 단 하루도 없다. 그러나 이들 축제의 특성은 지역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 발렌시아나 카탈루냐에서는 불꽃놀이와 모닥불을 많이 사용하고, 남쪽의 안달루시아에서는 물방울 무늬의 옷을 입고 기타외 캐스터넷츠의 소리에 맞춰 춤을 춘다. 특히 카톨릭이 우세한 나라로 카톨릭과 연관된 축제로는 성주간의 행렬(KKK 가면 같은 것 쓰고 도시를 행렬하는 것), 4월의 투우와 연결된 세빌리아의 페리아(FERIA), 카탈로니아와 바스크지방의 독특한 축제 등이 알려져 있다. 특히 스페인은 각 지역마다 다른 언어와 문화가 존재하는 재미있는 나라로 각 지방마다 독특한 축제를 준비하고 있고 또 서유럽에서 가장 축제가 많기로 유명한 나라다.
(신성 주간 - 회개자 행렬)
(플라멩코 춤 - 헤레스에 있는 페리아데카벨로에서 화려한
의상을 입은 무희들이 짚시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1. 발렌시아의 불꽃 축제
발렌시아에서 열리는 '불꽃 축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매년 3월 12일부터 3월 19일까지 일주일간 행해지는 불꽃 축제는 중세시대부터 전해진 오래된 전통을 가지고 있다. 봄이 되면 이 지방 목수들은 겨울이 끝나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 나무잔재들을 태웠는데, 나중에 발렌시아 사람들은 풀먹인 딱딱한 마분지와 천조각, 유리 섬유, 폴리에스테르 등으로 만든 거대하고 화려하며 이해하기 힘든 조형물들을 비롯하여 그 지방 사람을 상징하는 인형을 만들어 오래된 가구들과 함께 불에 태우게 되었다. 그것이 지금의 불꽃 축제의 유래라고 한다.
축제 기간 중에는 매일 밤 불꽃놀이와 댄스 파티가 벌어진다. 광장에 세워진 세태를 풍자한 우스꽝스러운 600여 개의 조형물은 축제의 마지막 날 그러니까 3월 19일 밤(이 지방 목수들의 수호성인 산 호세의 날) 모두 불태워진다. 불 태워지는 조형물 중에는 높이가 수십 미터에 이르는 것들도 있어 축제의 마지막 날은 도시전체가 커다란 불꽃에 휩싸인다. 이것은 모든 것을 불의 신에게 바치는 집단적인 속죄 의식이다.
그전에 한낮과 밤의 불꽃놀이에서는 말 그대로 폭죽 수백만 개가 불꽃으로 사라지고, 발렌시아의 수호 성인들에게는 이틀 오후에 걸친 행렬을 통해 50톤의 꽃이 바쳐진다. 이러한 행사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파야(Falla) 단체에 조직되어 있는 15만 명의 발렌시아 사람들인데, 이들의 예복 비용 역시 작은 개인 주택 정도의 값이 나가기도 한다. 그러니까 발렌시아는 매년 불과 며칠도 채 안되는 사이에 인구 2만인 도시의 1년 예산을 꽃내음과 연기, 재로 흩어버리는 사치를 부리는 셈이다. 이처럼 스페인의 축제는 대부분 유례 없는 낭비벽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불꽃 축제에 사용되는 조형물들을 만드는 데만 꼬박 일년이 걸리며, 가장 큰 조형물들은 만드는 비용이 중간 정도 크기의 주택 값인 경우도 있다 한다.
2. 무어인과 기독교도 축제
무어인과 기독교도 축제 '레꼰끼스따(Reconquista, 국토 재정복 운동)'가 수백 년에 걸친 무어인과 기독교도 사이의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행사이듯, '전투' 가운데 몇몇은 인접해 있는 두 지역간의 역사적인 대항 관계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아로와 부르고스(Burgos)지방 미란다 데 에브로(Miranda de Ebro) 사이의 분쟁처럼 성모 마리아 상을 둘러싼 싸움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또 토지를 농경지로 이용할 것이냐 목초지로 이용할 것이냐의 문제를 둘러싸고 하란디야에서 농민과 목장주들 사이에 벌어졌던 싸움처럼 한 마을에 사는 두 집단간의 싸움일 수도 있다. 그런 것이 아니면 '싸움' 은 그저 야생 그대로의 쾌락에 대한 세속적인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것일 뿐이다. 쾌락, 그것은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매우 신성한 것이다.
3. 죽음이 뒤따르는 아슬아슬한 유희, 소몰이 축제
보다 거칠고 우악스런 팜플로나(Pamplona)의 산페르민 소몰이 축제(San Fermin, 7월 6일부터 14일까지) 역시 삶의 환희가 폭발하는 현장이다. 이 축제는 어니스트 헤밍웨이(Ernst Hemingway)의 소설 "태양은 도 다시 떠오른다"에 등장한 덕분에 가장 유명한 스페인 축제가 되었는데, 특히 하루 밤낮을 끊임 없이 먹고 마셔댄다. 또 이 축제는 황소들의 축제이기도 하다. 매일 아침 여덟시에 황소와 젊은 남자, 중장년 남자들이 구시가지를 통과해 투우장까지 달리는 경주 '엔씨에로(Encierro)' 는 아무 사고사 없으면 채 3분도 안 걸린다.
이 경주에서는 황소와 뿔과 가까운 거리에서 오래 달릴수록 잘 하는 것이다. '투우몰이(Correr los toros)' 는 용기의 시험이자 이성 앞에서 자신의 남성다움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그것은 또 일종의 유희, 당연히 위헙과 죽음이 따르는 일종의 유희로,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최고조로 흥분된 감정을 불러일으켜 그러한 상태를 낱낱이 맛보게 해준다. 스페인 사람들은 아마 삶의 환희에서 이렇듯 '강렬한 감정 상태'를 구하는 것 같다.
(2002년 팜플로나 산페르민 소몰이 축제 포스터)
4. 풍요를 기원하는 5월 축제
로마의 마야(Maya)에 해당하는 그리스 성장의 여신 마이아(Maia), 고대 이탈리아의 봄의 여신 플로라(Flora), 소아시아의 생산의 여신 시벨레스(Cibeles) 등을 기리는 생산과 사랑, 식물의 성장에 대한 숭배 의식에서 유래한 스페인의 5월 축제에서는 이교적인 신들의 성상이 기독교화 과정에서 '마야스(mayas)', 즉 오늘날 마드리드에서 볼 수 있듯이 몇 시간 동안 꼼짝고 않고 서 있어야 하는 소녀들로 대체되었다.
음경의 상징으로 태양을 마주 보게 세우는 5월주 '마요스(mayos)' 는 카탈루냐 지방에서는 주로 5월에 세우지만 꼭 5월에만 세워지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 사람들은 5월주의 비옥한 재를 밭에 뿌렸다. 이슬람과 유대의 영향을 가장 오랜 세월 동안 받았던 스페인 여러 지방에서 5월주는 5월의 십자가로 탈바꿈했다.
라 만차(La Mancha), 특히 시우다드 레알(Ciudad Real) 지방과 바다호스(Badajoz)의 남부 에스트레마드라(Estremadura), 안달루시아 전역, 테네리페 섬과 라 팔마(La Palma) 섬에는 5월의 십자가가 널리 퍼져 있고, 어떤 곳에서는 그 아래에서 5월의 노래를 부르고 세비야나스를 춘다. 코르도바와 그라나다에서는 '십자가의 날'(5월 3일)이 일주일 동안 계속 되고, 대규모 도시 축제들로 세속화되었다.
5월에 내리는 비는 특별히 생장과 수화을 촉진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기우제에서도 마리아 상과 성인상이 옛날의 숭배물들을 몰아냈지만, 의식 자체는 옛날과 똑같다. 스페인의 많은 지역에서 특히 사뭄이 든 해에는 예나 지금이나 행렬을 이루어 밭을 누비고, 특별한 숭배 장소를 순례한다. 두 마을의 두 인물이 가느다란 강줄기에서 만나는 시우다드 레알의 티르테아푸에라(Tirteafuera) 순례와 테루엘 지방 카스테요테(Castellote) 출신의 '사랑스런 물의 여인'의 '비를 내리는 사람의 암자' 순례 등은 5월 1일에 올리는 정기적인 기우제이다.
5. 토마토 축제
스페인 동부의 작은 도시 브뇰(발렌시아 바로 아래에 위치)은 매년 8월의 마지막 주 수요일이 되면 흥분의 도가니가 된다. 마을 주민과 그 주민의 수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들이 토마토로 뒤범벅이 되는 말그대로 토마토의 난장판인 토마토 축제가 벌어지는 것이다. 축제를 즐기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하다. 그저 트럭 가득히 실어온 토마토를 마구 던지고 맞는 것 외에는 없다. 토마토 축제는 1944년 토마토 값 폴락에 분노한 농부들이 분풀이로 시의회 의원들에게 토마토를 던지며 항의한 것에서 유래했다. 그래서인지 토마토 축제에선 어느 축제보다 서민적이고 향토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고 주민들의 참여 또한 어느 축제보다 뜨겁다. 토마토 축제는 스페인 사람들의 기질이 잘 드러나는 축제이다. 그러나 프랑코 총통의 독재기간 중에는 종교행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금지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 마을 사람들에 의해 재개되었다.
축제는 이미 말한 바와 같이 매년 8월의 마지막 수요일이다. 물론 그 이전에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주민들은 며칠 전부터 마을의 건물과 창문을 비닐과 천으로 감싸는 작업으로 분주하게 보낸다. 토마토 전투가 시작되면 마을은 온통 사람이고 건물이고 간에 토마토 범벅이 되기 때문이다. 또 시청에선 축제에서 사용할 토마토를 여러 지역에서 구입하게 되는데, 무려 12만kg, 갯수로는 100만 개가 넘는 엄청난 양이다.
축제는 오전 11시경 주민들과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마을 중앙에 있는 대광장과 주변 거리에 모여들면서 시작된다. 이 전투에 참가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준비물이 있는데 바로 물안경과 낡은 옷이다. 산이 가득한 토마토 파편이 눈에 들어갔을 경우 피눈물(?)을 피하려면 반드시 물안경이나 스키용 고글을 착용해야 한다. 그리고 빨아도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토마토 물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낡은 옷도 필요하다. 그리고 카메라도 조심!! 토마토 폭탄의 집중사격이 되는 것이 바로 카메라이기 때문이다.
축제를 시작하려면 우선 광장 중앙에 기름을 바른 큰 기둥 꼭대기에 매달린 햄을 누군가가 따야만 한다. 젊은이들이 여러번 햄을 따내려고 시도하지만 미끄러운 기름 때문에 계속 미끄러진다. 결코 쉽지 않는 햄따기! 그러나 참가자들은 혼연일체가 되어 인간탑을 쌓기도 하고 원숭이처럼 기둥을 기어오르며 햄따기에 도전한다. 얼마 후 이 햄따기에 누군가가 성공하면 폭죽이 터지며 사람들은 모두 "토마토, 토마토"를 외치며 토마토 트럭을 기다린다.
토마토를 가득 실은 대형 트럭이 등장하여 100만여 개에 이르는 토마토를 광장에 쏟아 붓는다. 그러면 2시간에 걸친 즐거운 전투가 시작된다. 잘 익은 토마토가 여기저기서 날라 오고 ,사람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던져도 웃고 맞아도 웃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통쾌한 비명소리가 난무한다. 어느새 마을은 토마토 케첩 속에 푹 잠겨 버린다. 발코니에선 더위를 식혀주는 물세례가 폭포처럼 이어지고 거리는 토마토 바다를 이루어 수영을 즐기기도 한다. 그곳에 있는 어떤 누구도 토마토 세례를 피할 수 없고 빠져나올 수도 없다. 그저 끝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는…
2시간이 지나면 이 즐거운 전쟁의 끝을 알리는 폭죽이 터지게 되고 그 이후에는 아무도 토마토를 던져서는 안 된다. 규칙을 어기면 벌금을 물어야 하므로.
비록 축제는 끝났어도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여전히 이어지고 몸은 지쳐있어도 얼굴엔 만족과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 짧은 축제가 주었던 그 무한한 재미와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토마토와 함께 일상의 스트레스도 함께 날려 보낼 수 있으므로....
축제가 끝나면 모든 주민들이 청소에 나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든 것을 불과 몇 시간만에 원상태로 되돌려 놓는다. 관광객들이 샤워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에 불과 얼마 전까지 토마토를 온통 뒤집어 썼던 광장과 거리는 어느새 거짓말처럼 정상으로 돌아와 있는 것이다.
소모적인
축제 같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가 되어 매년 토마토 전투에 참가하려는 관광객들로 도시 전체가 만원이 된다.
5. 축제라는 의미있는 삶
스페인 축제의 거대한 만화경은 말하자면 수많은 색깔의 점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어딘가 특별하고 웅장한 동화 속 같은 축제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몇 날 밤이 걸릴 것이다. 이러한 축제를 꼽으라면 남부 카탈루냐 지방의 변방 캄피 데 타라고나(Campi de Tarragona)와 페네데스(Pened s)의 9층 인간 탑 쌓기, 갈리시아 지방 폰테베드라(Pontevedra)의 마을 세 곳에서 펼쳐지는 오싹한 관 행렬이나 라 리오하의 앙기아노(Anguiano)의 동냥 중이 추는 대말춤 등이 있다.
(카탈로니아 축제때의 '인간의 성' 만들기 - 불꽃놀이,
거대한 인형 그리고 카탈로니아의 음악과 춤이 어우러짐)
코르도바
지방 까브라(Cabra)로 가는 집시들의 민족적인 순례, 마리아 승천제 때 알리칸테 지방 엘체(Elche)에서 열리는 비밀스런 제의, 야생마를
산에서 우리로 몰아넣은 뒤 낙인을 찍고 갈기와 꼬리를 자르는 갈리시아의 쿠로스(Curros)등도 언급할 만하다.
또 7월 16일 스페인의 모든 해안 지역에서 펼쳐지는 비르헨 델 까르멘(Virgen del Carmen), 즉 '카르멘 산 성처녀'의 바다 행렬, 톨레도 지방 꼰수에그라(Consuegra)의 사프란 축제나 아스투리아스(Asturias) 지방 나바(Nava)의 사과주 축제 같은 추수감사제, 그리고 카탈루냐 전역에서 악마와 용, 거인들이 등장하는 바르셀로나의 가장 큰 축제 라메르세(Lamerc )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스페인 사람들은 그들의 축제를 즐긴다. 그들에게 휴일은 빈둥거리는 날이 아니며, 축제의 날은 도피와 소풍의 기회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정반대이다. 다시 말해 일 때문에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가능하다면 어떻게든 축제라는 '삶을 살기 위해' 고향 마을로 되돌아온다.
"비비르 라 피에스타(Vivir la fiesta, 축제 속에 산다)"는 스페인 사람들의 삶의 원칙 가운데 하나다. 그도 그럴 것이 삶은 축제가 아니지만, 때때로 축제의 기회가 있어야 삶이 삶다워지기 때문이다. 그런 기회를 통해 스페인 사람들은 자신을 잊고 삶을 잊는다. 그리고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기타
국가편
영국축제
영국에서 열리는 축제들은 기원전부터 유래된 고대의 민속 놀이에서부터 글라인드본의 오페라 축제처럼 비교적 최근에 시작된 축제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영국에서는 특히 페스티벌과 농산물 야외시장으로 유명한데 각 지방마다의 농산물의 홍보 축제가 많고 또한 꽃으로 장식하는 것을 좋아하는 민족이라 정원 및 화훼전이 많다. 또한 영국의 각종 원주민들의 문화가 축제로 남아 있어 켈트족, 바이킹족, 색슨족의 전통을 흉내낸 축제 등이 스코틀랜드 및 웨일즈지방에 많다. 예를 들면 패드스토우 목마 행렬, 더비셔 의상축제, 혹은 셰틀랜드 섬 주민의 업헬리아 같은 유서 깊은 지방 축제에서부터 더비 경마일이나 화약 음모사건의 기념일처럼 가끔있는 국가적인 축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영국의 축제들을 살펴보면, 국가적이거나 애국적인 성격의 축제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잉글랜드 인들이 더욱 그렇다. 웨일스인들은 시인대회를 통해서 그리고 스코틀랜드 인들은 고원 경기를 통해서 각각 그들 민족의 문화를 찬양한다. 그 반면, 잉글랜드 인들은 공동의 문화 의식이나 역사 의식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 드물다.
1. 성 발렌타인제
전세계 곳곳에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매년 2월 14일 성 발렌타인제(Valtentine's Day)를 치른다. 또 아주 오랜 옛날부터 시인들은 이날을 기리는 작품을 써왔다. 이렇듯 경의를 표해온 지도 1,600년이나 넘었다. 영어에서 '발렌타인'이라는 말 자체는 익명으로 보내온 선물이나 카드를 뜻하기도 하고 '보배' 내지 '연인'을 뜻하기도 한다. 터니(Terni)의 발렌타인은 사제이자 순교자였다. 그는 4세기부터 로마에서 숭배의 대상이 되어왔다. '건강한 자, 힘센 사람'의 말뜻을 갖고 있는 발렌타인은 아마도 2월 14일에 새들이 짝을 지었다는 옛 민간 신앙 때문에 연인들의 수호 성인이 된 것 같다. 자기 애인을 발렌타인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는데, 세익스피어의 "햄릿"이나 새뮤열 페피스의 일기에서 그런 예를 볼 수 있다. 새뮤얼 페피스는 마사 배튼을 자신의 발렌타인으로 택하고, 그녀를 위해 또 그녀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막대한 지출을 했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마음속의 여인이나 꿈속의 왕자에게 노골적이고 외설적인 시구가 담긴 발렌타인 카드를 보내는데, 이러한 카드는 당연히 익명이다. 처음에는 대량 생산된 카드가 없었기 때문에 손수 카드를 만들었다. 19세기에 와서야 비로소 팔기 위해 만든 카드가 선보였고 이러한 카드들은 가장자리의 레이스 장식, 생화와 진짜 깃털, 이끼 등으로 정교하게 치장되어 있었다. 1페니 우편 제도가 도입되면서 그런 카드를 보내는 일도 엄청 쉬워졌다.
2. 만우절(4월 1일)
이날은 영어로 '에이프릴 풀즈 데이(April Fools Day)' 또는 '얼 풀즈 데이(All Fools Day)'라고 한다. 이날은 배반자 유다가 태어나거나 죽은 날로 여겨지며, 그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흉일로 생각한다. 거짓말이나 실행에 옮길 수 없는 주문 따위로 누군가를 '골탕먹이는' 풍습은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 널리 퍼져 있고 영국과 미국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만우절은 정오에 끝난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사람들에게 골탕을 먹이는 사람을 뻐꾸기를 뜻하는 '가우크(gowk)'라고 부르고, 이런 행위 자체를 '뻐꾸기 사냥을 한다(hunting the gowk)'라고 한다. 또 사람들에게 속아넘어간 사람을 프랑스 말로는 '푸아송 다브릴(un poisson d Avril, 4월의 물고기, 만우절에 속아넘어간 사람)'이라 부르고 영어로는 '바보 같은 고등어 녀석 (you silly mackerel)'이라고 표현한다.
3. 할로윈 - 사탕을 대가로 받는 오싹한 광경
할로윈(Halloween)또는 '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 전날은 과거 켈트족의 새해 첫날이었다. 그래서 해마다 10월 31일이 되면 영국에서는 할로윈 풍습을 지킨다. 스코틀랜드 미신에 따르면 이날은 바로 마녀나 악마, 요정, 기타 땅과 공기의 정령들이 매년 휴가를 갖는 때이다. 스코틀랜드의 국민시인 로버트 번스는 할로윈을 다룬 유명한 시 "할로윈"을 썼다. 이 시에서 번스는 종을 치고 화톳불을 피우는 드루이드교 사제(Druid, 고대 고울족 및 켈트족의 드루이드교 사제, 예언자이자 시인, 재판관, 마법사)들에게서 시작된 축제 광경들을 묘사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할로윈은 '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 전야이다. 고대 영어에서는 모든 성인의 날 대축을을 '얼 핼러스(All-Hallows)' 또는 '핼러마스(Hallowmas)'라고도 했었다. 할로윈이라는 명칭은 '얼 핼러스 이븐(All-Hallows-Even, 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 전야)'이라는 말의 축약이다. 이날은 모든 아이들이 가장을 하고 몇 명씩 떼를 지어 봉투를 들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주로 달콤한 샅아이나 과자를 달라고 한다. 이날은 어디를 가나 대문 앞에서 속을 파낸 호박의 흉측한 몰골을 볼 수 있는데, 소름 끼치는 호박 얼굴들은 안에 넣은 촛불로 빛이 환하다.
애스콧 : 왕립 애스콧 경마 경주(6월) 배드민턴 : 경마 경기(4월) 발모랄 : 왕립 스코틀랜드 고지 경연 대회(9월) 브라이턴 : 예술제(5월) 케임브리지 : 왕립 대학 캐롤제(12월) 애프솜 : 더비 경마(6월) 에든버러 : 에든버러 축제(8월) 판버러 : 판버러 항공쇼(9월) 글래스턴베리 : 글래스턴베리 박람회(8월) |
글라인드본(서섹스) : 오페라 철이 시작됨(5월) 헨리(버크셔) : 국제 조정 경기 대회(7월) 패드스토우(콘월) : 패드스토우 회전 목마 축제(5월) 셰틀랜드 제도 : 업헬리아 축제(1월) 런던 : 첼시 꽃 축제(5월), 시장행렬(11월), 노팅힐 축제(8월), 군기 분열식(6월) 스트래트퍼드 : 국립 셰익스피어 연극제(3월) 리버풀 : 국립 장애물 경마(4월) 웨일스 : 국립 시인 낭송 대회(8월) |
스위스축제
스위스의 모든 민속 축제 중에서 가장 다채롭고 재미있는 축제는 아마도 바젤 시의 축제일 것이다. 바젤의 쉬로우브타이드 축제(사순절 전 3일간의 축제)는 이 도시 너머에서도 펼쳐진다. 이러한 전통축제의 기원은 중세 초기까지 거슬러올라간다. 그러나 유명한 모르겐슈트라이히(아침놀이) 축제는 그 전통이 150년을 넘지 못한다. 이 축제는 월요일 새벽 4시에 3일 동안의 흥청대는 축제의 막을 올린다.
축제 참가자들은 다양한 가면을 쓰고 가면 무도회의 옷을 골라 입는다. 또 집단을 이룬 사람들은 오후의 행렬에 참가하기 위해 단체복을 입는다. 이 복장은 그 해의 특별한 주제를 표현할 수 있도록 특별히 고안된 것으로, 해마다 바뀐다. 주요 주제는 수많은 밝은 색상의 제등에 의해 강조된다. 행진하는 사람들은 길가에 늘어선 구경꾼들에게 전단을 던지기도 한다.
(바젤의 축제 모습 - 이 축제는 재의 수요일 직후의 월요일에 시작해서
3일간 밤낮으로 계속된다)
벨기에축제
이퍼르의 고양이 제물
동플랑드르에 위치한 이퍼르에서는 5월 두 번째 일요일이 되면 고색창연한 종루와 양복 상회 앞에 고양이들이 나타나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국경 도시 이퍼른의 이러한 행사는 1817년 고양이를 제물로 바쳤던 의식을 되새기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이 의식에서 벨벳 천 고양이들이 진짜 고양이를 대신한다. 민간 신앙과 미신이 한데 뒤섞여서 나타나는 현상도 있다. 이를테면 플랑드르 지방의 벳셀라레나 아르덴 산맥의 작은 도시 필살름에서는 날씨 청명한 한 여름이 되면 마녀들의 행렬들이 펼쳐져 옛날 처형식의 잔혹함을 상기시킨다. 또 여름에는 마스 강 너머 뤼티히의 옛 직조공 거주 구역에서 흐드러진 방종의 축제가 열린다. 이곳에서는 성모 승천제가 되면 '오트르뫼제 자유공화국'에서 무정부적인 돌출 행동이 이어진다.
엄숙한 행렬과 왈론어 설교가 있고 나서 '불타는 도시'는 시간이 지날수록 페켓 화주로 더욱 달구어져 광란의 상태로 몰입해 들어간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곳 출신 작가 조르주 시메논의 한 동료가 빗장쇠에 목을 매 자살한 센트 폴리아 교회 주위로 새벽 미명이 에워싸일 때에야 비로소 잦아들기 시작한다. 시네몬의 목매 죽은 동료는 유명한 소설의 제목이 되기도 했다.
(이퍼르의 고양이 행렬)
오스트리아 축제
맥주에 빠져 죽기
3년마다 오버른도르프(Oberndorf, 잘츠부르크 지방)에서는 7월의 마지막 일요일에 잘차하(Salzach) 산 위에서 '역사적인 해적들의 전투'가 벌어진다. '강도들의 진지'는 슈타츠 교 아래 있고 여기서 강도들 수령의 '결혼식'이 열린다.
이때 '소금 배'가 습격을 당하고 털린다. 바이에른 지방의 도시 라우펜은 집중 사격을 받고 점령당한다. 싸움에서 진 강도들은 급기야 '강도들의 배'로 달아나려고 시도하지만 이내 잡히고 이들에게는 '맥주에 빠져 죽기'라는 사형이 언도된다. 그러고 나면 민중 축제를 벌이는 데 방해되는 것은 더 이상 없다. 이 풍습은 19세기 이전에 있었다는 증거는 없고, 아마도 역사적 과거를 되돌아보는 낭만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버른도르프의 잘차하 산에서는 불규칙한 간격으로(매년이 아니다!) 7월과 8월의 일요일에 선장 사수대의 '선장 찌르기'가 열린다. 이 '찌르기 행위'에서 제일 잘한 세 사람에게는 우승 배가 주어진다. 이어 '한즐과 그레틀 게임(Hansl-Gretl-Spiel)'과 '소시지 터뜨리기(Wurstspringen)'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 축제'가 열린다.
(과거를 재현한 해적 싸움에서 패한 해적들은 맥주에
빠지기로 '벌'을 받는다)
출처: 오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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