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비영리 미디어연구단체 미디어센터가 4월 제시한 미래 뉴스 시나리오의 키워드다. ‘끊임없이 떠돌고, 즉각적이며 영상을 선호하고 양방향의 참여를 추구하면서 신뢰받는 존재’라고 설명한다. 이들의 무기는 개인이 미디어 생산의 주체인 개인미디어다. 즉 휴대전화와 블로그다. 시민이 직접 뉴스를 생산하는 ‘시티즌 저널리즘’은 이를 기반으로 한다. 요컨대 C세대는 개인미디어의 이야기꾼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꾼의 탄생 신화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블로그에 주목하자. 지난해 웹스터사전 인터넷사이트의 검색 순위 1위에 올라선 블로그는 앞으로의 미디어 판도를 가늠할 기준이 될 것이다. 국내 포털사이트는 주력 전략상품으로 블로그를 내세우고 있다. 블로그는 개인 신변잡기를 담아내는 사적 담론의 장과, 공동체의 일들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공적 담론의 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주로 전자가 활성화되어 있지만 사회적 의미는 후자에서 찾을 수 있다. 시티즌 저널리즘은 후자의 대표적 예다. 전통적으로 저널리스트만의 영역이었던 의제설정기능을 보통사람들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개인이 프로페셔널 저널리스트들의 경쟁자로 나서는 것이다. 동시에 풀뿌리 저널리즘으로 주류 저널리즘에 뉴스 원재료를 제공하며, 보도된 뉴스에 대한 감시자로 기능하기도 한다. 신문과 방송이 차지하고 있던 저널리즘 생태계는 시티즌 저널리즘을 포괄하면서 그 경계를 넓혀갈 것이다. 신화의 밝은 쪽이다.
그러나 밝음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미국 로즈대 멀티미디어학과의 빈센트 메이허 교수는 최근 영국 가디언 지에 기고한 ‘시티즌 저널리즘은 죽었다’에서 신화의 어두운 구석을 들추어냈다. 시티즌 저널리즘이라고 명명한 것조차 잘못이라는 것이다. 윤리적으로 이기적이고 무책임하고 주관적이며 정확성이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블로그는 굳이 정확성을 챙길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는 주장은 흘려 넘기기 힘든 심각한 문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시티즌 저널리즘이 돈에 얽매일 수 있다는 경고다. 구글의 ‘애드센스’는 블로그의 콘텐츠와 관련 있는 광고를 게재해 콘텐츠 작성자가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해준다. 최소원고료(micro-payment) 제도는 시티즌 저널리스트에게 콘텐츠 값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둘 다 뉴스조직의 규범적 통제에서 벗어난 개인이 돈을 쫓아다니도록 부추길 우려를 자아낸다. 기존 저널리즘의 상업성 폐해가 여기서도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뉴욕테러’ ‘이라크전’ ‘쓰나미’ ‘런던테러’때 위력을 발휘한 블로그. 그 주체인 이야기꾼 C세대의 시티즌 저널리즘은 자칫 부정적 신화의 존재로 함몰될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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