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문화방송과 한국방송의 다큐멘터리 경쟁이 뜨겁다. 최근 들어서는 1회 방송으로 끝나는 단편 다큐보다, 3~10부작 등의 대형 다큐 기획이
부쩍 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문화방송은 50부작 대하 다큐 시리즈 ‘세계를 뒤흔든 순간’을 12월4일부터 2009년까지 방송한다. 이 시리즈를 기획한 정호식 책임피디는
“‘세계를 뒤흔든 순간’은 세계사에 깊은 흔적을 남긴 대사건들의 기원과 그 전개과정을 설명하고, 인류 전체에 끼친 영향을 심도있게 분석하는
다큐”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세계사의 대사건들이 우리 민족의 운명에 끼친 영향을 재조명해 한국사가 세계사 전체 구도 속에 어떤 모습으로
포섭돼 있는지를 드러내려고 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문화방송은 1차로 2009년까지 ‘20세기의 대사건’을 중심으로 모두 50편의 시리즈를 제작하고, 그 뒤 세계사의 새로운 영역으로 시리즈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세계를 뒤흔든 순간’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는 ‘난징 대학살’(연출 조준묵) 3부작이 12월4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2006년
시리즈로는 러시아 혁명 7부작, 중국 혁명 3부작이 준비 중이며, 2007년엔 1차 세계대전 3부작과 2차 세계대전 7부작이, 2008년에는
한국 전쟁 5부작과 베트남 전쟁 3부작, 쿠바 혁명 3부작 등이 기획돼 있다.
한국방송의 경우 1텔레비전의 이 주로 중장기 기획 다큐를 준비하고 있다. 먼저 21세기 황금 대륙으로 떠오르고 있는 동아시아
역동의 현장을 취재해 그 속에 숨은 공동체 정신 등 아시아적 가치를 재발견하려는 ‘아시아 대기획’ 6부작을 내년 1월3~6일 밤 10시,
7~8일 저녁 8시 내보낸다. 은 동아시아 문명의 핵심인 유교를 현대 세계의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동아시아 문명기획 ‘마음의
습성들, 유교’도 2007년 방송 예정으로 준비하고 있다.
또 한국방송은 내년 2·4·6·8·10월에 각 두 편씩 문화 관련 10부작 다큐도 선보인다. 허진 교육문화팀장은 “2006년 문화
프로젝트로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맞아 문화의 틀로 한국을 디자인해 본다는 취지에서 ‘코리아를 디자인하라!’라는 다큐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허
팀장은 “미래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문화산업과 문화상품을 글로벌화하는 데 성공한 나라들의 사례와 문화 창조의 배경, 문화 소비 트렌드
등을 조명하는 실험적인 다큐를 보여 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한국방송은 마음이 몸을 어떻게 지배하는지를 규명하는 특별기획 다큐 ‘마음’(연출 이영돈·김윤환) 5부작을 2년에 걸쳐 제작해 내년
1월22일부터 5주간 일요일 저녁 8시 방영한다.
한편 에스비에스는 에서 일제 말기 나라 잃은 민초가 20세기 전쟁의 광기 속에 휘말려 겪은 유랑의 길을 더듬은 2부작 다큐
‘노르망디의 코리안’(연출 신언훈)을 12월11·18일 밤 10시55분 방송한다. 제작진은 1938년 일본군에 징집돼 노몬한 전투에서 소련군의
포로가 되었다가 다시 소련군에 편입돼 41년 독-소 전쟁에 참가한 뒤 모스크바 전투에서 독일군의 포로가 되고, 이후 독일군으로 44년 6월6일
노르망디 상륙잔전 때 미군의 포로가 된 한국인들의 유랑의 흔적을 찾아 2만㎞ 대장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노몬한 전투에서 포로가 된
한국인 명단과 독소전쟁에 참가한 161명의 고려인 명단, 미군 포로수용소에 억류된 일본군 소속의 한국인 포로 등 미국 위주의 2차대전사에서 묻혀
있던 역사적 사실들을 발굴해 내는 성과를 거뒀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난징대학살 진실과 거짓
‘세계를 뒤흔든 순간’ 첫 작품
문화방송의 3부작 다큐멘터리 ‘난징대학살’(연출 조준묵)은 96년 난징대학살을 고발한 책 <난징의 강간>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아이리스 장의 의문의 죽음을 연결고리로 해 대학살의 진상을 추적한 작품이다.
난징대학살은 1937년 12월 중국 수도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이 6주에 걸쳐 중국군과 민간인 30여만 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다.
수천, 수만 명의 중국인이 기관총 세례를 받거나 목이 베인 뒤 양쯔강에 던져졌고, 산 채로 태워졌다. 여성은 노소를 막론하고 강간당한 뒤
무참하게 죽임을 당했다. 40여 일 동안 난징 인구의 절반이 넘는 30여만 명이 학살당했다.
연출을 맡은 조준묵 피디는 “올해로 68주년을 맞는 난징대학살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달리 실체적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최근 심해지고 있는 일본의 우경화와도 연관이 있어 ‘세계를 뒤흔든 순간’의 첫 기획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난징대학살’ 다큐는 ‘20세기 전반에 발생한 동아시아 최대의 전쟁 범죄를 재조명한다’는 주제로 12월4일부터 3주간 일요일 오후
11시25분 ‘잊혀진 홀로코스트’, ‘진실게임’, ‘증언’ 등 3부작으로 방송된다.
1부 ‘잊혀진 홀로코스트’(4일)는 2004년에 일어난 아이리스 장의 자살사건을 다루고, 난징대학살 당시 난징의 선교사였던 존 마기의
기록영상 등을 통해 학살의 현장을 되돌아 봄으로써 끔찍한 만행이 희생자들의 강요된 침묵 속에 묻혀져야 했던 까닭을 추적한다. 2부
‘진실게임’(11일)에서는 난징대학살을 ‘20세기 최고의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는 일본 우익들의 움직임, 진실공방의 현주소와 의미를 짚어 본다.
또 3부 ‘증언’(18일)에서는 난징전쟁에 참가한 일본군 102명의 증언을 모아 책을 펴낸 마쓰오카를 비롯해 난징전에 동원된 몇명 남지 않은
일본군 생존자들을 만나 난징에서 일본군이 자행한 살육에 대해 생생한 증언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