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에서 동치미 국물에 국수를 말아 먹는 것에서 유래한 탓에 냉면은 겨울에 제격이라는 정설이 있지만 그래도 더운 여름이 되어야 냉면을 찾게 되는 게 사실이다.
여름만 되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냉면에의 끌림. 과연 어느 집에서 먹어야 그 끌림을 한 방에 해갈 시켜 줄 것인가의 고민도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기에, 각종 매스컴에서는 "여기가 맛있단다." " 저기가 끝내준단다" 라는 식의 냉면 기사도 넘쳐난다.
이런 기사를 보고 슬그머니 드는 생각, 진짜 맛있긴 맛있는 거야? 혹은, 이거 돈 받고 광고해주는 짓거리 아냐?
그런 생각 들었다면 지금부터 본 기사를 필독하시라. 업소에 땡전 한 푼 안 받고, 노매드 명랑 식도락 커뮤니티 때깔단원과 함께 그 유명하다는 맛집 9곳을 직접 체험한 결과물을 지금부터 공개한다. 그런데 때깔단이 머냐구?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 좋다는 그 때깔단이다. 즉 온라인 먹고 죽자 동우회. ( 자기도 가입하고 싶어? 그럼 클릭해 보아)
잠깐만!
본 기사에 앞서 평양식과 함흥식으로 대표되는 냉면에 대한 기초지식부터 짚고 넘어가보자. 다 안다고? 그럼 건너 뛰시던가.
평양식 냉면은 메밀을 반죽해 압착식으로 뽑은 면에 꿩이나 닭, 소고기 등을 우린 육수에 시원한 동치미를 섞어 말아 먹는다. 메밀의 고소한 맛과 육수와 시원한 동치미 맛의 어우러짐이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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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산봉水냉면
지금의 롯데백화점 강남점이 그랜드백화점이던 시절. 지하 식품매장에서 시작해 서울 전역에 그 명성을 떨친 냉면집이 있었으니, 그 이름 산봉냉면...이라고 한다.
지금은 지상(?)으로 올라와 백화점 옆 건물에 터를 잡고, 최근엔 5곳의 지점을 퍼뜨릴 정도로 인기가 좋은 곳. 특히 무교동 파이낸스센터 지하의 산봉냉면에선 점심시간만 되면 길고 긴 직장인들의 줄서기 행렬을 볼 수 있다나.
우선 주전자에 담아나오는 뜨끈한 육수. 기름지고
고소한 맛을 기대한 육수에 독특하게도 진한 마늘향이 뒤덮여 있다.
이런 맛은 처음이야. 고개를 갸웃대며 조금씩 홀짝거리는데, 동행한
때깔단원께서는 아마도 육수에서 나는 노린내를 감추려는 수작이 아니겠냐고, 한 말씀 하신다.
물냉면이나 비빔/회냉면 어느 한쪽의 인기가 높게
마련인 여느 냉면집과 달리 둘 다 맛있다고 소문이 난 터라 물냉면과 회냉면을 모두 주문해 보기로 한다.
육수와 섞는 동치미국물을 맑게 쓰는 것이 보통인데 이곳은
약간의 고추가루 양념이 섞여 있다.
백화점이나 호텔 식당가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대접에 깔끔해 보이도록 장식한 회냉면. 고급스럽지만
양이 적어 보인다.
우선 물냉면의 육수 맛부터 시식. 육수는 적당히 시원하고 달며 고소했지만 면을 씹는 순간 앞서 맛본 뜨거운 육수에서보다 훨씬 더 진한 마늘향이 코와 입을 '습격'했다. 그 마늘 향은 회냉면쪽의 면에서는 느낄 수 없어서 혹시 비빔용과 물냉면용 면을 따로 반죽하는가 싶어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그건 아니란다. 물냉면을 씹을 때 육수에 포함된 마늘향이 살아나는 모양이다.
면발은 보기에 그렇듯 역시 전형적인 '강남 스타일'의 대형 냉면집처럼 절반 이상이 투명해보일 정도로 윤기가 나고 가늘었다. 씹히는 맛 역시. 회냉면에 뿌린 참기름은 지나치다 싶다. 매운 맛을 압도하는 달달한 양념에 참기름까지 더하니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냉면에서 기대하는 산뜻함은 얻을 수 없을뿐더러 속이 니글거리기까지 한다.
갈 수록 참기름이나 설탕따위를 멀리하는 건 기자의
개인적인 입맛일 수 있으므로 딱히 단점이라고 지적하긴 어렵겠다. 회 역시 너무 부드럽게 숙성을 시킨 데다 칼집까지 낸 탓인지 거의
씹히는 맛이 없어 실망스러웠다.
냉면은 역시 회 냉면이어야만 한다는 강력한 취향을
주장하시던 때깔단원께선 '이게 무슨 회냉면이냐'고까지 불평.
계산을 하면서 지배인에게 얻은 대답. 육수에서 나는 냄새는 마늘보다 생강 냄새일 것이고 참기름은 면이 붙지 않게 하고 고소하게 하기 위한 것이며 회는 간재미가 아니라 진짜 홍어를 쓴다고.
어쨌든 회냉면을 먹고 속이 니글거리긴 처음일 정도로
달고 미끌거리는 이 맛이 왜 인기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결론.
다녀온 적 있는 독자 여러분 의견은 어떠신지.
매스컴 평가에 대한 코멘트 :: 작년 비슷한 시기에 레이디경향과 세계일보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공통적으로 '시원한 육수','시원한 동치미 육수'를 강조한다. |
때깔단 한 마디 :: 홍어가 진짜든 아니든 맛은 없다. |
산봉水냉면 :: 02-556-5015 : 지하철 분당선 한티역 1번 출구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끼고 골목 안 30m 문화센터 주차장 진입로 맞은 편. |
안국동 북촌 평양냉면
메밀제분공장을 운영하기도 하는 이곳 사장님은 70년대 유명했던 평래옥의 냉면 주방장이었단다. 여느 동네 고깃집같은 평범한 식당 안쪽에 자리하면 메밀과 냉면에 대한 정보와 자부심이 물씬 풍기는 액자를 볼 수 있다.
평범한 식당풍경만큼이나 소박해 보이는 냉면들.
비빔냉면에 살짝 깔린 육수가 면을 비비기 좋게 해
준다.
액자에 그렇게 써 있다.
평양식 물냉면을 먹을 때는 반드시 육수 맛부터 봐야 한단다. 그리고 면을 씹을 때에도 육수와 함께 입안 가득 머금고 그 향과 감촉을 음미하는 것이 포인트란다. 그리고 면은 가위로 자르지 말고 반드시 앞니로 끊어 먹어야 좋다고.
그래서 그렇게 해 보았다.
한우로만 우려냈다는 육수와 메밀면 치고는 상당히 부드럽고 차진 면이 씹을 때마다 뒤섞이면서 강한 메밀 향을 채운다.
비교적 유명세 면에서 소외된다 싶을 정도로 취재리스트 중에서는 가장 약소하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리고 가격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발견이다' 싶을 정도로 소박하면서도 저력이 있는 맛이다.
비빔냉면도 그렇다. 고추가루나 양념 입자가 거칠고 면발은 굵지만 맵거나 짜거나 달지 않으면서 은은한 메밀향을 전한다. 보통 비빔냉면으로는 평양식보다는 함흥식의 매력이 압도적인데 북촌냉면의 평양식이라면 한 번 맛볼 가치가 있겠다.
갈비나 삼겹살, 각종 탕류까지 함께 취급하는 탓인지
김치도 냉면집치고는 좀 센 맛이고, 특이한 건 무우초절임이 살짝 발효된 짠지 맛이 난다는 것. 편육 맛으로 미루어 고기 맛도 상당할
듯 하다.
매스컴 평가에 대한 코멘트 : |
때깔단 한 마디 :: 가격에 비해 훌륭한 맛. 맛 좋은 편육이 한 점 뿐인 게 아쉽다. |
북촌 평양냉면 :: 02-720-7110 |
우래옥
비싸기로는 대한민국 최고로 악명높은 이곳의 냉면 맛은 과연 어떨까. 인쇄소며 각종 영세한 공장들이 가득한 을지로 4가 골목 안에 자리잡은 본점의 위용부터 부조화스러운 것이 위화감을 느끼게 만든다.
유니폼을 차려입은 종업원들은 친절하지만 괜히 트집을
잡고 싶어지는데,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자 선불이란다. 먹어보기도 전에 돈부터 내는 거, 기분 나쁘다.
옳다구나, 어디 한 번 보자 하는 심정이 된다.
무슨 냉면을 8천 5백원이나 받아야 하는지, 얄밉다.(이집 등심 가격은 150g에
32,000원이다!)
메뉴판에는 없지만 메밀 함량이 더 높은 전통하고도 더 전통평양냉면 맛을 보려면 '순면 주세요' 해야 한다는 동행 때깔단원의 귀띔. 나중에 알고 보니 순면이 5백원 더 비싸더라.
순면과 함께 비빔냉면 대신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는 김치말이 국수를 추가했다.
없는 트집도 잡아낼 기세로 육수 한 모금에 이어 면발을 끊어 씹다가 삼킨 기자와 때깔단원은 그러나, 젓가락을 놀려 계속 먹기만 했다. 뭐라 할 말이 없도록 맛있다. '입 닥치게 만드는 맛'이라고 해야 하나.
전통이라고는 하지만 분명히 대중화된 맛이다. 외국인들이나 '대접해야 할 손님'을 '모시고'갔을 때 나오는 고급스러운 대중화된 맛 말이다. 분명히 내 취향이 아닌 맛이었음에도 설득당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순면이라고 부를 정도로 메밀 함량이 높은 면은 조금도
거친 맛이 없었고, 육수도 진하면서도 동치미와의 조화에서 튀지 않도록 잘 조율되어 있었다. 고명으로 올린 편육이며 오이지나
무절임까지, 모든 선수들이 스타플레이어면서도 팀워크까지 세계 최고를 과시하는 것 같다. 대형화되고 기업화되었으면서도 어떤 경지를 느끼게 하는
맛이었다.
김치말이 바닥에는 밥이 깔려있다 / 밑접시에 그림과 같이 덜어 한 번에 들이마시듯
먹어보시라.
김치말이 국수는 참기름 맛이 조금 더 느껴져서 순면에
비해서는 그렇지만 역시 고개를 끄덕거리게 하는 맛을 보여준다.
트집을 잡고 싶었는데 잡을 수 없게 만드니 더 얄미워지는 이런 심정, 여러분은 느껴본 적 있으신지.
자신감의 상징인 듯 보이는 액자의 저 영롱함이라니. 다시 오라고 하지만, 너무 비싸잖아?
매스컴 평가에 대한 코멘트 :: 블루리본 서베이가 평가한 서울의 레스토랑 중에 최고 등급 블루리본을 받은 30곳 중에 하나라고 보도한 한겨레, 역시나 막연하게 맛있다고만 쓴 레이디경향, 평양 옥류관의 냉면과 비교한 4대 냉면집에 포함된 조선일보 기사가 있다. 모두 맛이 아니라 비싸다는 것이 이슈다. |
때깔단 한 마디 :: 아무리 맛있어도 비싸다. 하지만 잘 먹이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데려오고 싶어지겠다. |
우래옥 :: 02-2265-0151 |
평양면옥
역시 역사가 오랜 전통 평양식 냉면집이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밍밍해서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주인장께서 10번은 먹어봐야 진맛을 알게 될거라고 서슴없이 매스컴에 말씀하시던 이 곳.
새로 세운 주차타워보다도 궁색해보이는 입구. 한창 공사중이다.
거의 맹물에 가까울 정도로 투명한 육수를 보면 과연 밍밍하기 그지없을 듯 하다.
한 그릇만 시키고 덜어먹을 대접을 청하니 육수와 오이 무절임을 채워 갖다 주신다. 나눴더니 그냥 두 그릇이 되어버릴만큼 양이 많다.
과연 맛이 밍밍할까? 그렇지 않았다. 맛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아예 동치미를 넣지 않는다는 이곳의 독특한 육수는 놀랄만큼 진했고 그 육수와 함께 씹는 거칠고 투박한 메밀면은 고소하기 이를 데가 없다. 메밀향이 입안을 채우다 못해 코 밖으로 뿜어 나오는 듯 했다. 만약 메밀로도 마약을 만들 수 있다면 이런 기분에 들뜨게 만들지 않을까 싶도록.
그렇다고 해서 기자가 이곳의 냉면을 10번 먹어본 건 아니다. 4-5년 전에 딱 한 번, 그것도 우연히 들렀던 적이 있는데 그땐 밍밍하고 아무 맛도 안 난다고 느꼈더랬다. 그때와 맛이 크게 달라진 건 아닐테니 분명 평양식 물냉면은 먹는 방법에 따라 맛이 180도 달라질 수 있다.
평양냉면이 처음이라면 여러분도 북촌냉면집의 액자가
말씀하신 것처럼 해 보시라. 평양식 물냉면을 먹을 때는 면 따로 육수 따로가 아니다. 면을 적당히 빨아들여 앞니로 끊으면서 육수를
머금고, 꼭꼭 씹어보시라. 냉면의 새로운 차원이 열릴 것이니.
한 가지 더. 이 곳의 아주머니들은 모두 무심한 듯
보이지만 겉으로가 아니라 손님을 배려하는,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는 친절함이 돋보인다.
매스컴 평가에 대한 코멘트 :: '옥류관과 비슷하지만 짜고 국수는 굵고 투박하며 국물과 조화도 떨어진다'는 조선일보. 역시 옥류관과의 비교기사다. |
때깔단 한 마디 :: 글루텐을 섞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메밀면치고 찰기가 있다. 을지면옥과 흡사한 맛이지만 이쪽이 훨씬 진하다. 사리가 5천원이라니 충격이다. |
평양면옥 :: 02-2267-7784 |
평래옥
예전의 명성에 비해 최근 들어서는 우래옥이나 을지/필동면옥 등에 비해 잘 언급되지 않는 곳이지만 굳이 평래옥을 찾은 건 특이하게 닭육수에 꿩고기를 쓴다는 사실 때문이다. 평양 음식은 지역적 특성 때문에 냉면도 그렇지만 꿩고기를 많이 썼으니, 그 맛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식전에 내오는 육수마저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기름진 닭육수다. 특유의 느끼한 냄새를 없애진 못했지만(그닥 없애려고 애쓰지도 않는 것 같다) 나름대로 구수하다.
딸려나오는 닭무침이 푸짐하다. 둘이서 한 그릇을
시켰더니 고명에 얹은 계란을 반쪽으로 잘라주는 센스!
경단처럼 뭉친 고기고명이 꿩이다. 통째로 삶아 뼈째 다져 뭉쳐놓아 딱딱한 뼈가 씹히니 염두에 둘 것.
분명히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맛은 아니다. 뜨거운 육수에 비해 놀랄만큼 깔끔하게 걸러내 진하면서도 달고 시원하긴 하지만, 닭 육수의 굴레라고나 할까. 기자는 전혀 거슬리지 않았지만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면 미세하게나마 닭 국물 특유의 비린내를 맡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느 냉면과 뚜렷하게 차별화되는, 어쩌면 이북
음식 정서에 가장 가깝지 않겠나 짐작되는 토속적인 맛이 있으니 한 번쯤 가 보시길.
불고기나 등심을 같이하는 냉면집은 많지만 이 곳은
닭육수를 쓰는 집 답게 초계탕이 유명하다고.
매스컴 평가에 대한 코멘트 :: 거의 매스컴의 언급이 없다. 메뉴 소개에 그치는 작년 8월 서울신문이 유일하다. |
때깔단 한 마디 :: 냉면 먹자고 일부러 오진 않겠지만 술 먹기에 좋을 곳. |
평래옥 :: 02-2267-5892 : 명동성당 입구 중앙시네마 바로 맞은 편. 2/4주 일요일, 국경일 휴무 |
강서면옥
이 곳의 냉면을 평양식이라고도, 개성식이라고도 한다. 미국에 지사를 4곳이나 가지고 있고 각종 매스컴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등 유명세에 있어서는 우래옥 못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가격도 우래옥 못지 않다. '수십근의 한우를 우려 만든 육수와 구수한 메밀면의 맛이 어우러진 최고의 평양식 물냉면'이 8천5백원이다.
평양냉면의 정석을 보여준다는 둥, 밸런스 잘 잡힌 맛이라는 둥 온갖 호평에 기대한 바가 컸다. 당연히 우래옥과 같은 수준의 맛을 보게될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슴다.' 올시다.
자태는 썩 고와 보인다.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딱 한번의 젓가락질로 우리는 충격에 휩싸였다.
함흥식 전분면발이 가늘고 질긴 방면의 끈기있는 맛이
매력이라면 평양식 메밀면발은 툭툭 끊어지긴 해도 깔깔한 특유의 찰기가 있어 고소한 맛이 매력이다.
그런데 강서면옥의 평양냉면에는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이상한 불쾌감을 맛보게 해준다. 다소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퉁퉁 불은 쫄면 사리를 씹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육수만 마셨을 때는 괜찮다 싶다가도 면과 함께
씹으면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놀며 미끌거린다. 아무 맛없는 맹탕이다. 심지어 따라나온 백김치를 넣어보기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쇼킹한 맛. 설마 하필
오늘만 면발 뽑는 과정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빗물이 섞였던 걸까? 저 앞에 보이는 건물이 삼성 본관과 삼성생명 빌딩.
매스컴 평가에 대한 코멘트 :: 찬사 일색이다. '맛 보장'이니 '정통'이니 '미국 지사'를 강조하면서 국내 유일의 정통 평양냉면이라는 식이다. |
때깔단 한마디 :: 잔뜩 얼었다가 녹은 국물을 마시는 기분. 심플함이 아닌 성의없는 고명. |
강서면옥
:: 02-752-1945 |
오장동 흥남집
어릴 적부터 20대 초반까지는 옆에 옆 건물인
'오장동 함흥냉면'을 뻔질나게 들락거렸다. 산뜻하게 매우면서도 달콤하니 실처럼 가느다랗고 질긴 면발이 좋았다. 그런데 서른을 넘기고
보니 일부러 찾아가서 먹을 만큼 땡기지가 않는 것이다.
하필이면 쉬는 수요일에 찾아가 한 번 헛걸음하고, 다음 날 다시 찾아가야 했다.
그전 같았음 그 곳에 비해 투박하고 굵은 고추가루가
씹히는 흥남집 함흥냉면을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 역시 20대 이전과 30대 이후의 입맛은 달라지는 모양이다.
우래옥에서 받는 선불은 기분나쁜데, 이곳에선 왠지 정겹다. 아주머니 손에서 묻어난 양념이 그릇에 찍혀 따라오는 건 아직 찝찝해도.
위에 함흥식 물냉면은 별로 매력이 없다고 썼다. 그런데 흥남집의 물냉면은 예외로 해야겠다. 전분면임에도 국물 안에서 미끌거리지 않고 잘 어울린다.
하지만 비교적 굵은 면발은 빨리 불어버리는 듯했고 간장으로 간한 육수는 다소 강한 맛을 낸다. 흥남집의 육수에서 바로 마늘과 양파 향이 어슴프레 풍겨왔는데, 산봉냉면의 그것과는 수준을 달리한다.
회냉면은 여느 고급/대형 냉면집과 극명하게 비교될
정도로 투박하다. 곰곰히 씹다보면 썰어넣은 양념들을 다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입자가 굵은 편.
신림동에 있는 분점에 자주 가곤 했다는 때깔단원께서는
그 집에 비해 육수가 진하다는 말씀.
매스컴 평가에 대한 코멘트 :: |
때깔단 한마디 :: 강하고 달다. 너무 진하다. 회냉면은 그냥 무난하다. |
흥남집 :: 02-2266-0735 |
필동면옥
메밀을 많이 쓰는 평양식 냉면집에서는 식전에 육수가 아닌 면수(메밀 삶아 우린 물)을 내준다. 낯선 분을 위해 알려드리자면 아주 가볍고 산뜻한 숭늉 맛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마 평양냉면에 맛을 들이기 시작하면 덩달아 이 면수 맛에도 빠져들게 될 거다.
주택가와 낮은 사무건물이 한적하고 조용한 거리 한 편에 자리잡은 필동면옥의 식당 분위기가 일단 마음에 든다. 오래된 건물이면서 처음부터 그랬던 듯한 고즈넉함이 잘 간직된 분위기.
한 번에 몰아서 냉면집 투어를 해서인지 평양식 냉면이야말로 집집마다 모두 독특한 스타일과 맛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필동면옥의 육수는 평양면옥처럼 투명한데, 면은 투명할 정도로 밝은 빛깔에 반질거리지 않으면서도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윤기를 띤다.
그리고 이곳은 정말 특이하게도 고명으로 얹는 편육이
소고기 한 조각, 돼지고기 두 조각이다. 소고기는 오밀조밀하게 씹히는 탄력이 있었고, 돼지고기는 닭처럼 부드럽고 고소했다.
결정적으로 특이한 것은 육수맛이다. 역시 투명하면서도 진한 육수이면서도 시원한데 그 맛이 마치 냉장고에 차게 넣어두었다가 밥을 말아먹는 콩나물 국 맛과 같았다. 살짝 뿌려나오는 고추가루와 얇게 저며 띄운 청양고추가 더 그 맛을 연상케 하는지도 모르겠다.
면은 함흥면처럼 끈기가 있으면서도 메밀의 향은
고스란히 간직한다. 이전에 먹어 본 평양식 냉면의 패턴을 생각하자면 일견 신비스럽기까지 한 맛이다.
이 곳의 면수가 아직도 떠오르는 건
바로 육수와 전혀 상반된 맛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고추가루에서 풍겨오는 톡 쏘는 향긋함이라는 느낌.
매스컴 평가에 대한 코멘트 :: |
때깔단 한마디 :: 을지면옥에 비해 진한데 뒷맛이 다소 부담스럽다. 고기 맛을 보니 술이 땡긴다. |
필동면옥 :: 02-2266-2611 :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 1번출구 - 행복예식장 옆 2차선 도로 따라 150m가다 삼거리에서 좌회전 50m. 2/4주 일요일
휴무 |
마포 을밀대
이곳의 냉면이야말로 정통 평양 옥류관 스타일이라는 등 주로 미식가와 최근 블로거들 사이에 극찬이 오가는 을밀대.
그런데 이미 평양면옥에 매료된 탓인지 기자 입맛에는
상당히 낯설고 특색없는 맛이었다. 지금까지 냉면집에서 최고의 굵기를 자랑하는 면은 메밀도 전분면도 아닌 중국집 수타면을 연상시켰고,
얼려 갈아 나오는 육수는 차도 너무 차서 맛을 느끼기도 전에 입 안이 얼어버린다.
(얼음 빼고 달라고
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기자는 몰랐다)
면 스타일이 그래서인지 육수 맛마저 국물이 많은 중국식 냉면을 떠올리게 한다. 얼었던 입안을 진정시킨 후 찬찬히 맛 보아도 육수는 별 특색이 없었다.
어쨌든 막연한 예상과 기대를 뒤엎은 을밀대의 냉면. 앞서 말했듯 평양 냉면은 백면백색이라 이 을밀대의 냉면도 을밀대 스타일이라 명명해도 좋을 듯 하다.
매스컴 평가에 대한 코멘트 :: 대부분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얼얼하다는 '차가움'에 집중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사엔 '이것이 냉면이다','러브레터를 읽고 나서 가진 여운과 처럼' 등의 표현이 띈다. |
때깔단 한마디 :: 기름지고 고소한 순수한 육수맛이 좋다. 가격대비로 치자면 최고로 꼽겠다. |
을밀대 :: 02-717-1922 : 지하철 6호선 대흥역 2번 출구 - 공덕사거리 방향으로 가다 축협지나 염리동 사무소 골목 진입 = 동사무소 지나 약 200m.
구정/추석 제외 연중무휴 |
이상 때깔단과 함께한 소문난 냉면집 1차 순례를 마쳤다.
2차 순례는 정통이니 진맛이니 하는 쪽이 아닌 싸고도 나름 일가를 이루기 시작한 변방(?)의 냉면집을 다뤄볼까 하는데, 며칠 연속 냉면만 먹다 보니 속이 불편한 탓에 망설여진다....만, 여러분이 원하면 해야지 뭐.
맛에 대한 평가는 어느 수준까지는 일반화할 수 있으나 결코 절대적일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하시기 바라며, 여러분의 맛 평가가 이어져 뒤따르는 사람들이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냉면 순례에 함께한 때깔단원들께 감사드리며, 가장 많은 냉면 집을 함께 한 知眞我님과 기자가 뽑은 베스트 3를 정리하면서 이만, 줄인다.
知眞我 |
모호 |
1. 우래옥 |
1. 평양면옥 |
신개념 여행 미디어 그룹 노매드 (www.nomad21.com) 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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