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오논강 |
『해가 뜨는 곳부터 해가 지는 곳까지 하늘이 우리에게 주셨으니 우리는 그것을 정복하리라』
몽골군대가 이렇듯 세계를 제패하고 경영할 수 있었던 힘은 과연 어디서 나왔는가. 몽골군대의 기마병은 10만이 채 되지 않았다. 그 적은 수로 현대 미국도 하기 힘든 중국과 중동―유럽에서 동시에 전쟁을 벌이는 「윈윈(Win & Win)」전략을 수행한 것은 불가사의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동안 많은 학자들의 연구는 몽골의 군사력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동에 편한 가벼운 그물갑옷, 도망가면서도 뒤로 화살을 쏘아대는 전술, 가족 가축과 함께 이동해 보급로가 따로 필요없는 전선 형성 등 독특한 전술운영을 했던 몽골군은 당시로서는 가공할 만한 전투력을 갖추었었다.
칭기즈칸 군대는 또 공포를 이용한 심리전과 정보전을 자주 활용하였다. 호레즘왕국의 변방 오트라르에서 몽골 상인들이 학살당했을 때 칭기즈칸은 『그들의 머리에 달려 있는 머리카락 숫자만큼 보복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항복하지 않고 저항을 시도했던 사마르칸드 닛샤푸르 메르브 우르겐치 등에서는 사상 유례없는 대학살이 벌어졌고 이러한 무시무시한 학살의 소문은 다른 전투에서 적의 군사들로 하여금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가게 만들었다.
바그다드를 칠 때는 아르메니아 그루지야의 기독교도를 이용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전술을 사용하는 등 직접 싸우지 않고 이기는 다양한 병법도 십분 활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군사력의 특성만으로는 몽골이 유라시아대륙에 걸친 대제국을 근 1백50년간 경영한 사실을 다 설명할 수 없다. 몽골비사(秘史)는 칭기즈칸의 총신 야율초재(耶律楚材)도 「말(馬)로써 세상을 정복할 수는 있어도 다스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드넓은 초원에서 정처없이 흩어져 살던 유목민들의 내부 힘을 한데 모아 폭발시켜 「팍스 몽골리카」(몽골 아래의 평화)를 이뤄낸 것은 칭기즈칸의 탁월한 지도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칭기즈칸이 이전의 유수한 정복자와 달랐던 것은 모든 민족과 종교를 인정하는 개방적인 리더십을 갖춘 점이었다. 요즘 말로 「세계화」의 시각을 갖춘 리더십이었던 것.
둘째, 칭기즈칸의 「자유무역주의」정책은 파괴됐던 실크로드 도시를 다시 번성하게 했고 몽골제국에 엄청난 부의 축적을 가져왔다. 14세기 초의 원(元)제국과 베네치아공화국의 상인 보호에 대한 통상조약을 보면 「캐러밴(낙타대상)의 도난에 대해선 원이 변상한다. 세금은 일률적인 매상세 3.3%만 내고 관세는 물리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셋째, 칭기즈칸이 세운 「역참(驛站)제도」라는 독특한 통신망은 광대한 제국의 통치를 매우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역참제도는 대칸의 명령과 각종 정보가 빨리 전해질 수 있도록 40㎞마다 「참」이라는 역을 두고 숙박시설 식료 말을 구비해 놓은 것. 전령들은 릴레이식으로 하루에 5백㎞씩 주파, 카라코룸에서 유럽까지 보름이면 도착했다고 한다.
이 통신로는 20세기 초까지 가장 빠른 길이었고 그 후 유라시아 횡단철도가 건설되어 군사로 겸 통상로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칭기즈칸의 아들 오고데이가 죽은 후 후계자 자리를 두고 분쟁이 일어나면서 몽골제국은 차츰 몇개의 한국(汗國)으로 분열되어갔다. 특히 1259년 일한국의 카잔칸이 이슬람교로 개종하자 종교를 두고 심각한 갈등이 빚어졌다. 일한국에서는 기독교도들이 몰살당했고 쿠빌라이칸은 이슬람신도들을 탄압, 중국에서 추방해 버렸다.
종교에 관용하라던 칭기즈칸의 충고를 듣지 않은 몽골인들은 분열했고 잇단 경제 정치적인 갈등으로 결국은 제국의 몰락을 가져오고 말았다. 또 전쟁을 통해 건설된 몽골제국은 정복이 끝나고 전리품의 유입이 중지되자 정복된 정주민들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되고 말았다.
몽골은 1921년 소련의 도움으로 세계에서 두번째의 사회주의혁명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독립했으나 2백50여년간 몽골인에게 지배를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던 러시아인들은 칭기즈칸을 입에도 올리지 못하게 하는 등 민족주의를 철저히 탄압, 영웅은 서서히 잊혀져 갔다.
그러나 구소련 붕괴 후 자주성을 되찾은 몽골은「칭기즈칸의 부활」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워 민족의 정체성(正體性)을 세우는 구심점으로 삼고 있다. 「칭기즈칸의 신화」가 강요된 오랜 침묵을 깨고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몽골인들은 다시 「모든 것을 세울」 수 있게 될까.
〈전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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