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도 웃음도 담장을 넘는다
▲ 찻상을 사이에 두고 담소를 즐기는 주부들.
서울 삼청동이 고즈넉한 동네라는 것도
옛말이다. 수많은 레스토랑이 생기면서 인파로 북적인다. 요즘 멋쟁이 주부들은 휴식을 위한 서울 삼청동 공간을 새로 찾아냈다. 번잡한 대로에서
방향을 틀어 안쪽으로 1, 2분만 걸어 들어가면 골목길 곳곳에 보물창고 같은 장소들이 그곳이다.
다도 배우고 음악 듣고 ‘올물’
5월 1일 오후
2시. 정갈한 담장과 나무대문이 눈길을 잡아 끄는 ‘올물’(02-738-2154)에서 세 명의 주부가 모여 차를 마시고 있다. 큰 간판이 없어
일반 가정집과 다름없어 보이지만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 다실(茶室)이다.
사람들이 많은 시끌벅적한 장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목이 아프다 못해 쉬어버리기까지 한 경험은 누구나 있을 듯. 하지만 방 하나가 온전히 자신들의 장소가 되는 이곳에서는 친구들끼리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다리를 뻗고 앉아 쉴 수 있다. 또한 차 외에도 한과와 화전 등의 다식, 나물과 전 등 사찰음식과 궁중음식을 접목시킨
요리 또한 맛볼 수 있다.
원한다면 거문고와 가야금, 해금 등 전통음악 연주자들을 초청해 음악을 듣는 코스 또한 마련되어 있다.
때문에 서너 명의 친구 모임에서부터 가족모임은 물론 결혼기념일이나 특별한 손님을 모시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다.
미국에서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는 신나숙씨는 “온돌방에 앉아 정원의 꽃을 보고 흙냄새를 맡으며 차 한 잔을 마시면 제대로 휴식을 취한 느낌”이라고 했다. 올물을
운영하는 다도인 김현숙씨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접하면서도 방해받지 않고 휴식을 취할 수 있어 많이 찾고들 있다. 한옥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소중한 대접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어 사람들이 만족스러워한다”고 말한다. 가장 기본인 차와 한과가 1인당 1만원부터 시작, 가격대가 다양하다.
염색 배우며 향기로운 차 한 잔 ‘가회동
31-60번지’
가회동
31-60번지 역시 전통 문화를 맛보며 여유로운 오후를 보낼 수 있는 한옥이다. 딱히 이름도, 간판도 없다. 전통문화와 예술에 조예가 깊은
집주인 신순자씨는 한옥의 매력에 빠져 집을 마련한 후, 천연염색을 하는 공방과 다양한 모임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 삼청동 한옥‘올물’의 다실에선 창만 열면 바로 정원의 꽃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온 이들과 함께 클래식이며 미술, 건축, 역사 공부 등을 하고 있다. 때때로 강사를 초청해 강의도 듣고, 주변사람들에게 천연염색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 집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신씨가 외국인들을 비롯해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통문화를 가까이 접하게 하고자
일반인들에게 개방하면서부터.
이렇게 결단을 내린 신순자씨의 마음이 더욱 아름답다. 북촌 문화센터(02-3707-8270)에
예약·신청하면 집 구경을 하면서 향기로운 차 한 잔을 맛볼 수 있지만, 문제는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는 것.
멋스런 한옥 독방? 예약해
봐!
한옥 마니아 윤혜진씨는 ‘차 마시는 뜰’(02-722-7006)을 추천한다. 삼청파출소 옆 골목으로 꺾어져 2, 3분 정도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이곳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멋스러운 한옥으로 사방이 통 창으로 되어 있다. 집 한가운데 있는 정원도 좋지만 미리 예약하면 4~6명이
사용할 수 있는 독방도 인기다. 가격은 차가 5000원~1만원 사이.
툇마루에 앉아 풍경 소리 들어볼까‘로 앤 아트’
정독 도서관 뒤편에 위치한 자수 보자기 공방
‘로 앤 아트’ 역시 한옥과 전통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이다. 섬유예술작가 천일매 씨가 운영하는 이곳은 방 2개와 대청마루를 전시공간으로
쓰고, 방 1개를 작업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수를 놓은 병풍, 바늘꽃이 등 자수와 보자기 작품을 볼 수 있다.
한 주부는
“사람들을 만나 수다를 떨다보면 시간이 아깝다. 그래서 한옥에서 전통예술을 맛볼 수 있는 곳을 주로 다니는데 이곳은 작가가 직접 작품 설명을
해줘서 좋다”고 말한다. 산들바람이 부는 날 툇마루에 앉아 담장 너머 나무를 바라보며 풍경소리를 듣는 맛이 일품이라는 게 단골관람객들의 말이다.
(입장료 2000원. 10시부터 5시까지). 지난 3월에 오픈, 아직 붐비지 않아 더 좋은 곳이다.
여유롭게 돌아가는 길 가회동 ·재동
고즈넉한 한옥에서
몸과 마음을 채우는 여유를 즐기는 오후를 만족스럽게 보냈다면 내려가는 길은 다른 길을 택해 보자. 번잡하고, 차가 막히는 삼청동쪽이 아니라
가회동과 재동 쪽으로 내려가면 앙증맞은 꽃집과 찻집, 갤러리가 다양하다.
부적과 민화를 모아 전시한 가회
박물관(02-741-0466)과 차용품 전문점인 홍다원(02-744-3311),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함께 전시하는 북촌
미술관(02-741-2296)도 볼만하고, 원 앤 제이 갤러리(02-745-1644)에서도 다양한 전시회가 열린다. 카페
투고(02-720-5001)와 꽃집 소호 앤 노호 삼청점(02-745-7737)도 상쾌하게 기분 전환을 시켜주는 곳이다.
조선일보
글=이경선 여성조선기자 sun1404@chosun.com
사진=허영한기자 young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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