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아침 프로그램은 연예인 사생활 프로그램?’] |
신변 잡담… 간접광고… ‘최악 프로’ 여전하네 |
배국남 마이데일리 대중문화 전문기자 knbae24@hanmail.net |
우리 안방의 아침 시간은 연예인의 사생활로 현란하게 수놓인다. SBS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월~금 오전 9시30분), KBS ‘이홍렬 홍은희의 여유만만’(월~금 오전 9시30분), MBC ‘이재용 임예진의 기분 좋은 날’(월~금 오전 9시45분)이 연예인의 사생활로 아침을 수놓는 주역들이다. ‘여유만만’을 제외한 두 개의 프로그램이 교양 프로그램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이는 단지 이름에 불과할 뿐 주부 대상 아침 프로그램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포맷과 내용을 내보내고 있다. 제작 취지에 맞는 교양 내용은 가뭄에 콩 나듯 매우 이례적으로(?) 방송될 뿐이다. 연예인을 출연시키고 연예정보를 내보낸다고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러나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 계획되고 만들어진 연예인의 결혼·이혼·생활을 이용해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아 시청률을 높이려고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실제로 이렇게 계획된 내용들이 주 시청층인 주부들의 의식과 행동 양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연예인의 생활 모습은 청소년뿐 아니라 주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는 준거집단(삶의 지향점으로 삼는 집단)의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연예인의 사랑에 대한 생각과 경험은 곧 주부들이 추구하는 사랑의 기준이 되고, 연예인의 소비 패턴은 어느 사이 주부들의 소비 지향점이 되어버린다. 이들 프로그램에서 거의 매일 소개하는 연예인의 생활은 간접광고로 얼룩져 있다. 지극히 상업적인 소비 창출의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스타의 집을 방문해 인테리어를 소개하는 내용은 천편일률적으로 특정 협찬사의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독점 스타 결혼식’이라는 타이틀로 방송 내내 비춰지는 스타들의 결혼에서부터 신혼여행까지의 과정도 마찬가지다. 연예인의 웰빙, 운동, 비만관리법 역시 대부분 그럴싸한 논리로 포장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외모지상주의, 사치와 허영의 어두운 그림자를 조장하는 측면을 지닌다. 이혼, 열애 등 연예인의 사생활과 신변잡기로 진행되는 이들 프로그램 형식 역시 문제다. 출연한 연예인들이 늘어놓는 사생활은 다분히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며 이미지를 구축하거나 대중의 관심을 만회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사생활까지도 상품화해 세일즈함으로써 영화, 드라마, 음반 등의 판매를 촉진하거나 자신의 상품성을 제고하려는 성격이 짙은 것이다. 전파 낭비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들 주부 대상 프로그램에서 내보낸 연예정보는 자사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서 내보낸 것들을 재탕, 삼탕한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이들 아침 프로그램이 드라마를 포함한 자사 프로그램의 홍보를 위한 전진기지로 전락하는 것도 공통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들 때문인지 매년 연말 각 시청자 단체가 뽑는 ‘올해 최악의 프로그램’에는 아침 프로그램이 빠짐없이 이름을 올린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과 ‘이홍렬 홍은희의 여유만만’이 그 단골 프로그램. 올해 시작된 ‘이재용 임예진의 기분 좋은 날’이 올해 말 이 명단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리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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