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흐의 친구들

[스크랩] 짙푸른 물, 금빛 달그림자

달빛 (1895)

발로통 Félix Vallotton (1865-1925) 작 
캔버스에 유채, 27 x 41 cm
오르세 박물관, 파리
 
 
   발로통의 이 그림은 얼마 전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보는 순간 제가 좋아하는 고티에의 시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로통의 그림에서는 달빛이 강에 비치고 고티에의 시에서는 바다에 비친다는 차이가 있지만요.
 
 
바닷가에서
 
고티에 Theophile Gautier (1811-1872) 작
 
달이 무심결에
드높은 창공에서 떨어뜨렸다,
커다란 금빛 부채를
바다의 푸른 융단 위로.
 
되찾으러 그녀는 몸을 굽혀
고운 은빛 팔을 내뻗지만,
부채는 하얀 손아귀를 빠져나간다,
지나는 파도에 휩쓸려서.
 
그대 부채를 돌려주려, 달이여,
천길 물속으로 내 몸을 던지리다,
그대가 하늘에서 내려온다면
내가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면.
    
Au bord de la mer
 
La lune de ses mains distraites
A laisse choir, du haut de l'air,
Son grand eventail a paillettes
Sur le bleu tapis de la mer.
 
Pour le ravoir elle se penche
Et tend son beau bras argente,
Mais l'eventail fuit sa main blanche,
Par le flot qui passe emporte.
 
Au gouffre amer pour te le rendre,
Lune, j'irais bien me jeter,
Si tu voulais du ciel descendre,
Au ciel si je pouvais monter.
 
 
   고티에의 시는 시각적 이미지로 가득해요. 이 시를 보면 금빛과 어두운 푸른색이 강렬하게 충돌하면서 은빛 파장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 절묘한 아름다움에 사로잡힌 시인은 그 아름다움의 편린을 움켜잡기 위해, 아니면 그 아름다움과 하나가 되기 위해 기꺼이 천 길 물속으로 몸을 던질 수도 있는 거고요. 달그림자를 잡으려고 물로 뛰어들었다는 이백의 전설처럼...
 
   고갱과 함께 나비파 Les Nabis 의 일원이었던 발로통은 이 일파의 특징대로 면을 대담하게 분할하고 색채를 강하게 대조시켰는데, 이것이 고티에의 시의 시각적 이미지와 닮은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발로통의 그림에서 특히 매력적인 것은... 달빛을 받아 한쪽은 밝게 빛나고 한쪽은 어두운 채로 흘러가는 밤의 구름덩어리들이에요. 실제로 이런 구름들을 보신 적 있나요? 저는 태풍이 지나간 직후 커다란 구름덩어리들이 빠른 속도로 보름달을 스쳐가는 것을 한번 본 적이 있답니다. 그걸 봤을 때 정말 우와... 주변에 물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저 발로통의 그림처럼 그 구름들이 물에 비쳤으면 물에 뛰어들었을지도 몰라요! ^^
 
 
 
출처 : Moon의 미술관 속 비밀도서관
글쓴이 : Moon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