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에이엠시네마 |
기자=영운과 연아는 미친 듯이 섹스를 합니다. 하지만 싸울 때는 또 무서울 만큼 폭력적이죠. 주먹도 휘두르고 박치기까지 합니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도 무슨 이름을 부르듯 내뱉죠. 이게 사랑일까요?
A 씨=제가 5년간 사귀었던 여자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자신의 어머니 때문에 괴로워했습니다. 그 어머니는 자신의 종교집단에 나가려 하지 않는 딸을 하루가 멀다 하고 나무 옷걸이로 때렸습니다. 그녀는 오전 1시에 멍투성이가 되어 울면서 집 앞에 찾아왔죠. 우리는 여관으로 가 사랑을 나눴습니다. 남녀 간에 서로 어떤 치부도 감출 게 없는 관계가 되면 마음의 빗장이 확 풀립니다. 그러면서 상대에게 자신의 온갖 본능을 드러내고 말죠. 저 역시 그녀와 싸울 땐 버스 정류장이 떠나갈 정도였습니다.
기자=어떻게 싸웠나요?
A씨=대학시절이었죠. 토요일 낮에 ‘제시카의 추리극장’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범인이 누군지 궁금해 끝까지 보느라 약속 시간에 20분 늦었죠. 기다리고 있던 그녀는 이유를 묻더니 “개××, 내가 제시카보다 못한 년이냐”면서 따귀를 때렸어요. 두 번까지는 그냥 맞았는데, 그녀가 거품을 물고 눈을 뒤집으며 뺨을 계속 때리니까 더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내가 무슨 죽을 죄를 졌느냐”면서 다리를 걷어찼어요. 그날 밤 우리는 또 사랑을 했습니다. 시퍼렇게 멍든 그녀의 왼쪽 허벅지를 보면서요. 그녀가 완전하게 나의 것이 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기자=이 영화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그건 사랑이 아니라 학대예요.
A 씨=진짜 사랑은 상대를 통해 나를 보는 거예요. 사랑이 꼭 아름다워야 하나요? 사랑의 기억은 늘 아름답지만, 사랑 자체는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죠.
기자=영운은 연아와는 숨길 게 없는 사이입니다. 하지만 결혼은 ‘조신한’ 약혼녀 수경과 하죠. 연아가 술집 접대부라서 결혼을 꺼렸던 걸까요?
A 씨=여자의 직업 때문이 아닙니다. 남자는 자신이 사귀는 여자와 세상 그 어떤 난잡한 행위도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막상 그런 관계가 이뤄지면 ‘너무 많이 가버리고 말았다’는 후회를 하게 되죠. 이젠 잘, 제대로, 새롭게 시작해 보고 싶은 겁니다. 거기서 사랑의 상처가 싹트죠. 저도 사랑을 나눌 때면 동물처럼 변하는 그 여자가 좋았습니다. 그녀는 지하철 승차권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승차권이 나올 때까지 그 5초를 참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를 만큼 성급하고 또 화끈한 성격이었죠. 하지만 막상 그런 여자와 결혼을 할 수 있느냐고 스스로에게 물으니 무서워졌어요. 헤어졌습니다.
기자=비겁하네요. 만약 영운과 연아가 결혼에 성공했다면 어땠을까요?
A 씨=초저녁엔 서로 뺨을 때리고 자정에는 섹스를 하겠죠. 결국 이혼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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