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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스크랩] [세계의 종자전쟁] 육종의 중요성

뉴스: [세계의 종자전쟁] 육종의 중요성
출처: 주간조선 2006.11.0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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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종자전쟁] 육종의 중요성

식물 육종(育種)은 농민들이 재배하는 품종의 성능과 특성을 현재 품종보다 더 낫게 개량하는 일련의 농학적 접근방법이다.

예컨대 1정보에 약 5톤이 생산되는 쌀을 6톤 또는 7톤 정도로 증수되는 품종으로 육성하고자 하든가, 역병이나 탄저병으로 매년 2000억~3000억원의 손실을 입고 있는 고추를 농약을 치지 않고도 이런 병에 저항성을 갖는 내병성 품종으로 육성하려 하든가, 현재 당도가 약 12도 정도인 수박을 2~3도 더 달게 만들려고 하든가,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흑장미나 푸른색 장미 품종을 새로 만들려고 할 때 사용되는 농학적 접근 방법이 식물육종이다.


식물육종의 역사는 참으로 길다. 인류가 동물과 다름없는 수렵생활에서 농경문화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신석기인이 식물육종을 했었기 때문이다. 약 1만년 전 지구상에는 지금 현 인류가 재배하고 있는 벼, 보리, 콩, 고추, 수박 등과 같은 작물은 전혀 없었다. 그 당시는 현재의 잡초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현재 작물의 원시적 조상들만이 있었다.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그 당시 벼(현재 벼 품종의 수천 대 조상 벼)의 수확량은 지금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1정보당 50㎏ 미만이었을 것이다. 약 1만년 전 신석기인이 야생에서 벼 이삭을 주워서 자기들이 사는 움막 근처에 심었을 것이고, 수확물 중에서 제일 좋은 것을 먹지 않고 다음해 종자로 다시 심었을 것이다. 신석기인이나 그 이후 농민들이 자기 밭에서 자라는 식물들 중에서 수량이 제일 많은 것이나, 맛이 제일 좋은 것, 병에 강한 것 등을 바로 먹어 버리지 않고 다음해 농사의 재료로 사용하였던 것이 바로 육종의 시작이고, 이런 육종 덕분으로 우리 인류는 동물과 같은 수렵 생활에서 인간다운 농경문화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구상에 생존했던 가장 위대한 육종가가 누구였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유전법칙을 발견한 멘델이나, 1970년 녹색혁명의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던 보로그 박사나 우장춘 박사가 아니라 1만년 전에 살았던 신석기인과 바로 이어 전문적인 농사에 종사했던 농민들이라고 말하겠다. 왜냐면 그들이 농경문화를 시작한 지 약 3000~4000년 사이에 야생의 잡초와 같았던 원조상 식물들이 현재 우리 인류가 재배하고 있는 모양의 작물로 바뀌었다. 한 예로 잠두라는 콩과 작물은 이 기간 동안 종자의 크기가 무려 100배나 커졌다.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내는 육종방법은 다양하게 분화 발전되어 왔다. 가장 오래된 육종 방법은 집단선발법으로, 신석기인이나 그 이후 수천 년간 농민들이 그 학문적인 원리 원칙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큰 효과를 본 방법이었다. 간략하게 설명하면 자기가 재배하는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먹지 않고 다음 해에 종자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다음은 도입육종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문익점 선생이 붓 대롱에 숨겨온 10개의 목화씨이다. 이 중에 오직 1개만이 발아했고, 그 결과가 우리 한민족의 의복 혁명이다. 목화가 전래되기 전까지 지배 계급은 비단, 하층 대중은 한겨울에도 삼베옷으로 견뎌야 했다.

엄밀히 말해 현재 우리가 재배하는 거의 모든 작물은 외래종이다. 우리 역사상 언젠가 외국에서 여러 루트를 통해 도입 육종된 것들이다. 현재 우리 음식생활에 필수불가결한 고추도 사실 우리에게 전래된 것이 불과 400년 정도에 불과하다.

박효근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명예교수ㆍ한국종자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