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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스크랩] [세계의 종자전쟁] 국내 시장

뉴스: [세계의 종자전쟁] 국내 시장
출처: 주간조선 2006.11.0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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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종자전쟁] 국내 시장

‘우리 식탁이 외국 종자에 점령됐다’는 말은 표면상 틀린 게 아니다. 우리의 대표적 먹을거리인 배추, 고추, 무 등의 종자가 국내에 진출한 외국 종자회사에 의해 절반 이상이 공급되는 게 현실이다. 또 시금치, 당근, 양파, 토마토, 딸기 등의 채소 종자는 일본산이 80%를 넘어섰다. 하지만 ‘국경 없는 종자 전쟁시대’에 무엇이 진짜 외국 종자인지는 엄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팔리는 모든 종자는 한국종자협회에 등록을 해야 한다. 이때 수입종이냐 토종이냐를 가르는 기준은 육종가(새 종자를 만든 연구자)가 국내에 있느냐 없느냐다. 외국의 육종가가 만들어낸 품종은 한국의 기후와 토질에 맞는지 2년간 수입 적응성 실험을 해야 판매가 가능하며 이를 통과하면 수입종으로 분류된다. 반면 외국회사가 소유권을 갖고 있는 종자라도 한국의 육종가가 만들어냈다면 토종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배추, 고추, 무의 경우는 ‘외국 종자가 절반’이라고 표현하면 어폐가 생긴다. 국내 종자회사를 인수한 외국 회사들이 종자를 공급하고 있긴 하지만 인수된 국내 회사에서 만들어졌던 품종이 계속 팔리고 새 품종도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을 적용한 농촌진흥청의 자료에 의하면 배추, 고추는 100%, 무는 95%가 국산 품종이다.

농진청의 자료에 의하면 보리, 밀, 콩, 벼 등의 주곡 작물은 국산 품종 비율이 압도적이다.<표 참조> 채소는 마늘, 고추, 배추, 수박처럼 100% 국산 품종에서부터 80% 이상 수입종인 양파, 토마토까지 들쑥날쑥이다. 서울대 박효근 교수(농학)는 “채소 종자는 외국에서 채종해 들여오는 물량을 제외한 순수입 규모가 연간 500만달러 정도이고 한국에서 수출하는 규모는 연간 1600만달러로 수출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반면 과수와 화훼는 수입종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고 특히 화훼는 100% 수입종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단 화훼 중 선인장의 경우는 100% 국산 품종으로 접목 선인장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한국 선인장의 위상을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농진청의 한 관계자는 “국가 핵심작목인 벼와 민간주도형 채소인 무, 배추, 고추는 세계적 수준의 육종기술과 우수한 개발 품종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벼, 보리, 콩, 감자, 옥수수(사료용은 제외) 등의 5대 작물에 대해서는 정부보급종자를 개발해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이들 종자는 수출입 신고를 의무화하는 등 국가에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보릿고개’를 넘기게 한 통일벼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의 육종 기술은 특정 작물에 관한 한 세계적 수준에 오른 게 사실이다. 육종 기술을 가진 나라도 미국,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 이스라엘, 한국 정도로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외국 거대 종자회사들이 들어와 주도하는 시장으로 변하면서 한국의 종자 시장은 국제 기준에 비춰볼 때 미흡한 부분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

외국 종자회사들과 한국 회사들과의 품종 개발에서 결정적으로 차이가 나는 부분은 내병성(耐病性)을 어느 정도 파악하느냐는 문제다. 이는 새로운 품종이 어떤 병에 강하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알릴 수 있을 만큼 유전적 정보를 파악하고 있느냐는 문제다.

종자를 상품화하면서 내병성을 구체적으로 명기하면 쓸데없는 농약을 쓰지 않을 수 있어 농사를 짓는 사람이나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종자를 수입할 때 내병성에 대한 자료를 의무적으로 요청하는 이유다. 1990년대 흥농종묘가 국산 고추 품종으로 미국 시장을 개척할 당시 무려 8년의 세월이 걸린 것도 우리에게는 낯선 내병성에 대한 자료를 미국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정장열 주간조선 차장대우 jrch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