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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스크랩] [은퇴이민 Ⅱ] 말레이시아에서 살아보니

뉴스: [은퇴이민 Ⅱ] 말레이시아에서 살아보니
출처: 주간조선 2006.11.14 11:34
출처 :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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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민 Ⅱ] 말레이시아에서 살아보니

암팡  황의준ㆍ오희순씨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와 접해있는 셀랑고르주 암팡지역에는 ‘코리아타운’이 있다. 한국인은 이곳의 노스포인트, 노스사우스, 이스트사이드 콘도미니엄 등에서 주로 살고 있다. 그 중 노스포인트 콘도미니엄에 거주하는 황의준(73), 오희순(72)씨 부부를 만났다. 이 부부는 마이 세컨드 홈 비자를 받아 2003년 11월 이곳으로 이주했다.

두 사람에게 말레이시아에서 사는 장점을 묻자 먼저 날씨를 꼽았다. “기후가 너무 좋습니다. 여름은 은근하게 덥고 겨울은 따뜻하죠. 사업 걱정을 안 하고 쉬니까 제게는 낙원입니다. 우리 두 사람 모두 날씨 덕분에 관절염이 나았어요.”(황의준씨)

이들은 한인촌에 살기 때문에 한국 음식을 쉽게 먹을 수 있고 한국어로도 의사소통이 잘 된다고 한다. “해산물을 좋아하는데 이곳에는 풍부합니다. 네 명이 바닷가재를 실컷 먹어도 10만원이면 충분하죠. 대부분 면세품이라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쇼핑하기도 편리하고 가격도 저렴합니다.”(오희순씨)

두 사람에게 말레이시아에서 사는 단점을 묻자 먼저 외로움을 꼽았다. “한국 친구들이 그립기는 합니다. 물론 상당수가 세상을 떠나 몇 남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이곳에 오는 노인들이 점점 늘어 노인정을 만들려고 추진 중입니다. 우리 콘도미니엄 9층 부인도 알고 보니 황해도 고향친구더라고요.”(황의준씨)

또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착한 편이지만 텃세가 있고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이 종종 범죄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교통 사고가 나도 자기 나라 사람을 위해주는 텃세가 있습니다. 오토바이가 많아 나이 든 사람이 운전하기도 위험한 편이고요. 더운물은 잘 나오지만 단수, 절전이 한국보다 잦은 편입니다.”(오희순씨)

그렇다면 두 사람은 어떻게 말레이시아를 은퇴 이민지로 선택한 것일까? “손녀 교육 때문에 이곳에 답사를 왔다가 눌러앉았습니다. 지금 손녀는 초등학교 3학년으로 ISKL(International School of Kuala Lumpur)에 다닙니다.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손녀를 스쿨버스 태워주고 아내와 운동을 합니다.”(황의준씨)

하루 일과는 단순하고 평화롭다. “운동을 마치고 남편과 커피와 빵으로 아침식사를 합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TV로 한국 방송을 보거나 인터넷으로 고스톱 게임을 합니다. 치매 예방하려고요. 손녀가 오후 3시에 학교에서 오면 함께 저녁식사를 하죠. 그리고 밤 11시 이후에 잠자리에 듭니다.”(오희순씨)

황씨 부부는 지금 살고 있는 노스포인트 콘도미니엄(방 3개, 욕실 2개 35평형대)을 2003년 34만링깃(약 9200만원)을 주고 사서 명의변경을 했고 3000만원을 들여 수리했다. “바닥 타일을 마루로 만들었고 벽은 현지 방식대로 페인트칠을 했습니다. 영주세(부동산 보유세)는 연 600링깃(16만원) 정도 나옵니다. 자동차는 말레이시아산 ‘라자’를 빌렸고 매월 30만원 정도를 냅니다. 면허증은 그냥 한국 면허증을 사용합니다. 차가 고장났을 때는 주인이 고쳐주죠.”(황의준씨)

에어컨, 냉장고, 김치냉장고 등은 한국에서 그대로 가지고 왔다. “변압기를 사용해서 쓰죠. 물은 정수기를 사용해서 마십니다. 아파트에 경비가 있어 치안 걱정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오희순씨)

이들 부부는 요즘 여가 선용으로 골프, 온천보다 여행을 즐긴다. “골프는 20년간 쳤고 비용도 적게 들지만 요즘엔 힘들어요. 날씨가 더워 온천 물에는 저녁에나 들어가야 하는데 밤에 돌아다니기가 어렵죠. 그래서 교회 효도관광을 잘 따라다니고 있습니다.”(황의준씨)

한국에서 자녀들이 오면 차를 몰고 해변가로 간다. “자녀들이 방학 때 손주들을 데리고 오죠. 1~2시간만 달리면 해변이 나와요. 또 카지노, 수영장 등이 있으면서 시원한 겐팅 하이랜드도 한 시간 안에 갈 수 있습니다.”(오희순씨)

황씨 부부는 비교적 건강한 편이라 외국 생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렌이글병원 등 종합병원에는 한국어 통역이 있습니다. 사업 때문에 술을 많이 마셨는데 간장약을 30년 정도 먹어서 그런지 아직까지 간이 깨끗해요.”(황의준씨)

황씨는 말레이시아에 오기 전까지 매연을 정화하는 공기필터 제조회사를 이끌었다. “20년간 한우물을 팠습니다. 철도청, 국방부, 현대, 기아, 대우 등에 납품을 했죠. 1970년대 초반에는 토목회사를 했는데 부도가 나서 1980년대 초반에 바꿨습니다.”

암팡·페낭(말레이시아)= 서일호 주간조선 기자 ihse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