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Ⅱ] 필리핀에서 살아보니
◆ 바기오 박종원·허건수씨 부부
친구 사귀어 공동 생활하니 절약되고 외롭지 않아
낯선 이국 땅에 혼자 와서 정착하기는 힘들지만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동료가 있으면 모든 일이 쉽게 풀립니다. 같이 여가를 보내고 의지하며 사니까 비용도 절약되고 외롭지가 않아요.”
박종원(63)씨는 필리핀 바기오에 정착한 정원영(62)·김순옥(61)씨 부부에 대한 얘기를 듣고 올해 초 부인 허건수(61)씨와 함께 무작정 정씨 부부를 찾아갔다. 정씨로부터 필리핀 정보를 얻고 함께 어울려보니 나이도 한 살 차이고 취미나 성격이 잘 맞았다.
“빈 방이 많은데 당분간 함께 사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자 정씨는 흔쾌히 동의했다. 월세 40만원, 운전기사 월급 14만원, 가정부 월급 6만원 등 모든 생활비는 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정씨로서도 생활비가 절반으로 줄고 여가를 함께 보낼 친구가 생겨 좋았다.
정씨는 필리핀에 대해 필리핀 사람보다 많은 정보를 꿰고 있었다. 바기오의 기후며 물가, 동포의 생활, 심지어 인근 산의 고도까지 줄줄 모르는 게 없었다. 박씨는 몇 년간 살아도 얻기 힘든 산지식을 정씨로부터 얻을 수 있었다.
몇 개월간 세를 살다가 집을 사기로 하고 보러 다닐 때는 삼성중공업 건설사업본부 이사로 사퇴한 박씨가 정씨에게 도움이 됐다. 두 사람은 같은 아파트의 아래 위층에 집을 샀다. 오래된 건물이었지만 내외장재와 건물 구조를 본 박씨는 “1990년에 대지진을 잘 견뎌냈으므로 오히려 검증된 집”이라며 바로 계약을 했다. 마닐라의 부자가 별장으로 쓰던 35평 집이 고급 가구와 식기까지 포함해서 7000만원이었다. 몇 달 뒤에 집 값은 1억원을 넘어섰다. 집을 각자 산 뒤에도 어차피 함께 다닐 일이 많았기 때문에 자동차와 운전기사는 공동으로 유지했다.
바기오에 완전히 정착한 박씨 부부는 대만족이다. 2001년에 직장을 나와 퇴직금과 건설회사 자문 수입으로 생활하며 몇 년간 동남아 일대로 여행 겸 답사를 다녔지만 바기오만한 곳이 없었다. 박씨는 “다른 나라는 영어가 통하지 않고 너무 더웠다”며 “말레이시아의 콘도미니엄을 계약하기 직전에 바기오에 와보고 기후와 물가 등 여러 조건이 좋아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바기오는 열대지방이지만 고산지대라 무덥지 않다. 때문에 대통령 별장을 비롯하여 필리핀 부자의 별장이 많고 환경이 쾌적하다. 무엇보다 680만원에 골프장 회원권을 사 저렴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박씨 부부는 거의 매일 골프를 즐기고 1주일에 3일은 1회 1만원으로 마사지를 받는다.
가끔은 바기오에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산페르난도 해수욕장에 가서 물놀이를 하고 해질녘이면 들어오는 참치잡이 배에서 신선한 참치를 사 회를 즐긴다. 1시간당 4000원에 말을 타고 산책을 하는 여유도 있다. 승마는 처음이었지만 소년 마부가 고삐를 잡고 끌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았다.
식품은 고춧가루를 빼고는 한국에서 가져갈 게 없을 정도로 다양했다. 박씨는 “채소와 과일도 고랭지에서 재배되는 것이라 한국과 다를 바 없다”며 “곳곳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많아 한국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마닐라·바기오(필리핀)= 박준동 주간조선 기자 jd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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