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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세계의 자원전쟁, 강 건너 불 아니다

새해 들어서도 배럴당 60달러가 넘는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 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2위의 산유국인 이란의 대응 여하에 따라 석유시장에 또 한 차례 파란이 예상된다. 이란이 '감산(減産) 카드'를 현실화할 경우 배럴당 100달러 선까지 기름값이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석유.천연가스 같은 에너지 생산국이 자원을 무기로 국제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현상이 부쩍 심해지고 있다. 올 초 러시아는 친서방 노선을 걷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천연가스를 무기로 치명타를 가했다. 남미의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는 에너지 자원을 지렛대로 반미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에너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지난주 국정연설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석유중독' 문제를 지적하면서 대체에너지 개발을 통해 미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을 2025년까지 7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도 이러한 자원의 무기화 추세와 관련이 있다. 본지가 지난달 25일부터 연재한 '세계는 자원전쟁 중'이란 시리즈 기사에서 이미 보도한 대로 세계 각국이 에너지와 광물 등 자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경우처럼 자원외교가 정상외교의 새로운 패턴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원을 중심으로 세계질서가 재편되는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자원 경쟁에서 우리의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지난해 한국은 전 세계에서 매물로 나온 1773개의 유전 또는 천연가스 광구 중 사실상 3개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2004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가 해외에너지 개발에 쓴 돈은 6억7000만 달러로 영국의 석유 메이저인 BP 한 회사가 쓴 154억 달러의 2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노무현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에서도 자원 확보의 절박성에 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다. 세계는 자원 확보를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 정부는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하고 있는 꼴이다.

더 늦기 전에 정부는 자원 확보에 국가적 역량을 총집결해야 한다. 부존자원이 없으면서도 석유기업 엘프를 통해 에너지 자급률을 93%까지 끌어올린 프랑스 사례를 교훈 삼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석유기업 육성에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개발 여지가 남아 있는 아프리카의 자원 개발에 참여하기 위한 국가적 전략 수립과 함께 남한의 24배에 달하는 광물자원을 가진 북한과의 공동개발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화석연료의 고갈 가능성과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고려할 때 대체에너지 개발도 국가적 전략 마련이 시급한 문제다. 이를 통해 4%에 불과한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면서 새로운 산업 기회를 창출하는 이중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제도적 유인책 마련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 할 것이다.

2006.02.06 00:26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