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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세계는 자원 전쟁 중 4]호주·브라질 광물 메이저

[중앙일보 2006-01-31 23:08]    

[중앙일보 양선희.권혁주.서경호.최준호.윤창희] 서호주의 수도인 퍼스에서 북서쪽으로 989㎞ 떨어진 필바라 사막. 언뜻 보면 붉은 흙과 돌멩이가 굴러다니는 황량한 벌판이다. 그러나 흙속에는 '붉은 황금'이 묻혀있다. 이곳은 세계 최대 규모의 철광석을 품고 있다. 필바라 지역의 풍부한 철광석은 세계 2위의 철광석 업체인 리오틴토3위인 BHP빌리튼을 탄생시켰다. 이곳에 리오틴토는 7개, BHP빌리튼은 6개의 철광산을 운영하고 있다. 두 회사는 광산에서 300~400㎞ 떨어진 부두까지 철도를 깔아 매일 10~15차례 철광석을 나른다.

두 회사는 필바라의 거대한 광산을 개발해 자금을 축적한 뒤 호주의 철광석 회사들을 경쟁적으로 인수합병(M&A)하며 몸집을 불렸다. 리오틴토는 철광산 개발회사인 필바라 아이언.햄슬리 아이언.로브 리버를 인수했다. BHP빌리튼은 2001년 철광산 개발회사인 BHP와 빌리튼이 합병해 탄생했다.

세계 철광석 해상물동량의 32%(2004년 기준)를 차지하는 세계 1위 업체인 브라질의 CVRD도 M&A를 통해 철광석 메이저가 됐다. 2000년 5월 소코이멕스와 사미트리 같은 중소 개발업체를 인수한 데 이어 브라질 3위 업체인 페테르코(2001년 4월) 와 2위 업체인 카에미(2001년 12월)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세계 최대 업체로 등극했다.

메이저들은 자국 업체를 M&A할 뿐 아니라 해외 광산 확보도 주요한 성장 전략으로 삼고 있다. 리오틴토는 CVRD의 본거지인 브라질에서 철광석.니켈.금 광산을 운영중이다. 칠레.남아공.라오스에선 동 광산, 미국에선 아연.금.동 광산, 인도네시아에서는 동.금 광산의 채굴권을 확보했거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BHP빌리튼 역시 브라질.뉴질랜드에서 철 광산, 페루.칠레에서 동광산, 콜롬비아에서 니켈.석탄 광산, 인도네시아와 쿠바에서 니켈과 코발트 광산, 남아공에서 석탄 광산을 소유하거나 운영하고 있다. BHP빌리튼은 광물뿐 아니라 석유.가스등 에너지 개발에도 발을 들여놓고 있다.

'빅3' 메이저는 세계 철광석.광물 시장을 쥐락펴락 하고 있다. 자꾸 몸집이 커지면서 세계 철광석 해상 물동량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59.5%에서 2004년 73.6%로 증가했다. 당연히 입김도 세졌다. 게다가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세계적으로 철광석이 부족해지자 철광석 가격을 사실상 이들 메이저가 좌지우지하고 있다. 철광석 메이저들은 지난해 포스코.신일본제철 등 전세계 철강업체들을 상대로 철광석 가격 75% 인상안을 내놓고 협상을 벌여 결국 관철시켰다. 이 인상폭은 사상 최대다.

철광석 메이저들의 영향력 확대는 철강업체의 구조조정까지 촉발시켰다. 다국적 철강업체 미탈스틸과 아르셀로, 티센크루프 등은 이들 광물 메이저와의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M&A를 통해 덩치를 불리고 있다. 세계 1위 철강업체인 미탈스틸은 최근 227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들여 세계 2위 업체인 아르셀로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M&A가 성사된다면 연 1억t 이상을 생산하는 조강 생산량 기준으로 신일본제철의 세 배 짜리 초대형 철강업체가 등장하게 된다.

제철소를 짓기도 전에 철광석 메이저들과 장기 원료공급 계약부터 체결하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INI스틸은 2010년 생산을 시작할 일관제철소에 쓸 철광석과 유연탄에 대해 지난해 말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직접 나서 BHP빌리튼과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리오틴토와 BHP빌리튼은 호주를 세계 철광석 해상물동량 41%(두 회사의 물동량 합계)를 차지하는 최대 자원산업 국가로 발전시켰다. 광산업이 서호주경제생산에 기여하는 금액은 한해 140억 호주달러(한화 약 10조원)로 전체 서호주 국민총생산(GNP)의 25%, 수출액의 80%를 차지한다.

그러니 호주 정부도 메이저를 적극 돕지 않을 수 없다. 서호주정부 산업자원부 짐 리머릭 국장은 "지난해 12월에 철도.부두 등 철광석 메이저들의 인프라 확장 계획을 빨리 승인해주기 위해 '원스톱 위원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광산업계의 부족한 인력을 메우기 위해 외국에서 채용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 광물 메이저들이 풍부한 자국 내 자원을 바탕으로 자본을 쌓고, M&A와 해외 광산 인수를 통해 몸집을 더욱 불리며 자국 경제에 큰 몫을 차지하게 되자, 정부까지 나서 메이저의 성장과 투자를 돕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