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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베이징 ~ 티베트 `만리장철` 타다

아침마다 연재로 실리는 기사 때문에 신문을 기다리게 되네요~다시봐도 넘 좋은 기가입니다. 까페여행 희망을 담아..먼저 타보고 이야기 해 드릴께요 ㅎㅎ

중앙일보 기자, 베이징 ~ 티베트 `만리장철` 타다 [중앙일보]

해발 4000m서 호흡 곤란 열차 에어컨 산소 내뿜어
라싸역의 진세근 특파원(左)과 김성룡 기자.

 

마침내 '하늘 열차'가 날아올랐다.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칭짱(靑藏)고원에 사상 최초로 철마가 달리기 시작했다. 중국 서부 칭하이(靑海)성과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에 걸친 해발 고도 4000m 이상의 고원 지대에 하늘길(天路)을 연 주인공은 지난달 1일 개통된 칭짱 철도. 베이징(北京)에서 티베트 수도 라싸(拉薩)까지 4064㎞ 세계 최고(最高)의 철도다. 신비에 싸여 있던 티베트가 칭짱 철도를 통해 21세기 문명과 연결됐다. 지난달 24일 오후 9시30분부터 26일 오후 8시58분까지 47시간28분 동안 '만리장철(萬里長鐵)'을 타 보았다.

"와아-, 칭짱!"

지난달 26일 오전 6시24분 열차가 칭하이 거얼무(格爾木)를 서서히 떠나는 순간 객차 내에선 일제히 환호성이 터졌다. 베이징 서역을 떠나 3000㎞ 가까이 달린 끝에 마침내 칭짱고원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기관차는 거얼무 역에서 고원용 특수 기관차 4량으로 교체됐다. 열차가 해발 3000m를 넘는 난산커우(南山口)역을 지나면서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고산병 증상이었다. 승객들은 가슴을 쥐어뜯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바로 그때 열차 천장에 설치된 에어컨을 통해 '쉬-'소리와 함께 산소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곧이어 중국어와 영어, 그리고 티베트 장어(藏語)로 방송이 시작됐다.

"승객 여러분, 지금 산소가 공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천장 에어컨과 좌석 아래와 창문틀 위, 침대칸 위에 부착된 산소 공급기를 이용해 주세요.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조용히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하면서 되도록 물을 많이 마시기 바랍니다."

칭짱 철도의 산소 공급은 비행기와 같은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열차 내에서 산소를 생산한 뒤 이를 각 열차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공동 공급되는 산소로도 호흡 곤란 현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산소 마스크를 쓰게 된다. 물론 모두 무료다. 산소가 공급되자 승객들의 표정은 편안해지지 시작했다. 그러나 몇몇 연로한 승객과 어린이는 산소 마스크를 코에 건 채 자리에 길게 눕기 시작했다.

열차가 쿤룬(崑崙)산 입구로 접어들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자외선 차단 코팅이 돼 있는 차창 밖으로 진귀한 그림이 끝도 없어 지나간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있는 구간선 열차가 흰 구름을 뚫고 지나간다. 칭하이성을 지나자 지금까지 계곡마다 기세 좋게 흐르던 흙탕물은 간데없고 넓은 초원에 초록색 물감을 바른 듯한 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산마다 머리엔 흰 고깔을 쓰고 있다. 만년설이요, 빙하다. 초원과 빙하가 함께 있는 풍경에 눈이 번쩍 뜨인다. 어린애처럼 손바닥을 치며 좋아하는 승객도 눈에 띈다. 기차가 커커시리(可可西里)로 들어서면서 눈에 들어오는 야생동물도 부쩍 늘어났다. 떼지어 달리는 야크와 티베트 영양, 드물게 야생 당나귀도 눈에 띈다. 드문드문 나타나는 독수리는 하늘의 왕자답게 점잖게 맴돌 뿐이다. 칭짱철도를 타고 고향을 찾는다는 티베트인 니마츠런(尼瑪次仁.23)은 "이렇게 기차를 타고 고향을 찾는 게 꿈만 같다"며 감격했다.

만년설과 하늘 열차
신비의 땅 티베트 고원지대를 칭짱 열차가 달린다. 중국 베이징에서 티베트 라싸를 잇는 칭짱 철도는 4000㎞가 넘는 세계 최장이다. 만년설과 끝없이 펼쳐진 대자연을 즐기려는 관광객으로 항상 붐빈다. 라싸=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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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2배로 … 손때 타는 `하늘 마을` [중앙일보]

베이징 ~ 티베트 `만리장철` 타다 <중>
`푸른 하늘 아래 지독한 매연 …` 관광차량 늘며 대기오염 심해져

 

 

칭짱(靑藏)고원은 늘 구름 그림자를 안고 있다. 하늘이 바로 코앞이기 때문이다. 초원 위 구름 그림자에서 티베트 영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그러나 칭짱 철도의 개통과 함께 칭짱의 하늘 마을은 인간의 손때를 더욱 타고 있다. 칭하이(靑海)성 거얼무(格爾木)에서 티베트자치구의 수도 라싸(拉薩)까지 가는 중간 지역인 나취(那曲) 부근의 초원. 지난달 26일 칭짱 철도의 차창을 통해서도 초원 위에 뚜렷하게 난 자동차 바퀴자국을 볼 수 있었다. 관광객들이 타고 온 자동차가 만들어 놓은 흔적이다.

한 승객이 "초원에 고속도로가 뚫렸군"이라고 중얼거린다. 그만큼 그 자국은 분명하고 넓었다. 중국 내 환경전문가들은 "초원에 자동차 바퀴자국이 생기면 그 자리에 다시는 풀이 자라지 않는다. 결국 서서히 사막으로 변한다"고 경고한다. '인간의 침탈=초원의 몰락'인 셈이다.

수도 라싸도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갑자기 늘어난 여행객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관광 성수기인 7~10월의 경우 하루 평균 많아야 1000~2000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두 배가 넘는 4000~5000명이 밀려든다. 소화불량에 걸릴 수밖에 없다.

가장 심각한 것은 자동차 매연이다. 외지에서 들어온 차량, 관광을 위해 거리로 밀려나온 차량이 얽혀 군데군데 정체까지 빚을 정도다. 자연히 도보나 자전거 관광을 즐기는 관광객들은 코를 감싸쥘 수밖에 없다. 자전거 관광에 나선 한 한국인 관광객은 "저처럼 푸른 하늘 아래서 이처럼 지독한 매연을 마시고 있다니"라며 한탄했다.

음식점.호텔에서 밀려나오는 쓰레기더미도 문제다. 투명한 티베트의 하천을 금세 오염시킨다. 초원 여행에 나선 관광객들이 야생동물에게 무분별하게 던져주는 과자 등 인공식품도 문제다. 야생동물의 건강을 해치기 때문이다. 남은 과자 부스러기와 봉지는 초원을 더럽힌다.

티베트 당국은 환경보호를 위해 일단 두 가지 조치를 취했다. 첫째는 한류(限流)다. 특정 지역에 대한 관광객의 숫자를 제한하는 것이다. 다음은 분류(分流)다. 관광객을 티베트 곳곳에 적절하게 분산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관광예보제도'도 도입했다. 관광객이 언제, 얼마나 몰려들지를 티베트 내 모든 사찰과 호텔.상점.여행사에 미리 알려주는 제도다. 적절한 준비와 안전관리를 위한 조치다. 이를 토대로 여행사들과 사전 협의해 관광객이 한 곳으로 일시에 몰리는 것을 막아보자는 것이 분류의 취지다.

본지 특별 취재팀이 '하늘열차'로 불리는 칭짱(靑藏)철도가 7월 1일 개통된 뒤 한국 언론 중에서 최초로 베이징~라싸(拉薩) 구간 4064㎞를 이틀 동안 내달렸다. 하늘과 맞닿은 라싸에는 그곳의 자연과 빼닮은 티베트인들이 살고 있다. 라마교의 사원인 부다라궁(布達拉宮) 앞에서는 오체투지(五體投地)에 열중하는 티베트 순례객들을 만났다(사진). 양 무릎과 팔꿈치.이마 등 몸의 다섯 부분을 땅에 닿게 하는 오체투지는 고행의 채찍질이자 자신을 낮춤으로써 상대방에게 존경을 표하는 예법이다. 라싸=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베이징 서역에서 라싸까지. 총 4064㎞의 여정을 보여주는 칭짱 열차.

물을 이용해 안마를 하는 '물치료 센터'가 지난달 31일 라싸 시내에서 문을 열었다. 업소 직원들이 개업 축하공연을 펼쳐보이고 있다. 라싸=김성룡 기자

강렬한 햇빛 때문에 선글라스를 끼고 거리를 걷고 있는 라마승.

마니차를 돌리는 장족. 이를 한 번 돌리는 것은 경전 한 구절을 읽는 것과 같은 의미가 있다.

마을축제에 갔다가 돌아오는 세 부자. 대중교통이 거의 없는 라싸 교외에는 오토바이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강한 태양열을 집중시켜 주전자의 물을 데우고 있는 모습. 라싸=김성룡 기자


라싸=진세근 특파원
<SKJINJ@JOONGANG.CO.KR>

 

[사진] 중앙일보 기자, 베이징 ~ 티베트 `만리장철` 타다 <하> [중앙일보]



디카가 신기한 탁발승 칭짱 철도 개통 이후 하늘 마을 티베트인들의 생활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거리에서 시주를 기다리는 라마승들이 한 관광객이 내민 디지털 카메라에 찍힌 자신의 모습을 신기한 듯 들여다보고 있다.

라싸=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베이징 ~ 티베트 `만리장철` 타다 <하> 하늘열차 타고 온 문명바람 [중앙일보]

하늘마을 사람들 `충격` 땅값 올라 벼락부자까지

 

 

티베트인이 내세를 동경하는 것은 하늘이 내려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손을 뻗으면 하늘이 만져질 것 같다. 현세에 초연한 티베트인의 마음은 이런 환경과 무관치 않다고 한 주민은 말했다. 지난달 29일 찾은 라싸(拉薩)의 다자오쓰(大昭寺), 일명 조캉 사원. 사시사철 관광객과 순례자들로 붐비는 곳이다. 순례자들은 하나같이 다리를 절었다.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하며 먼 길을 왔기 때문이다. 부처를 향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불공이다. 옷차림은 거지나 다름없다. 그러나 눈만은 경건하게 빛났다. 한 70대 노부부는 세 시간 동안 오체투지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관광객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도 일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이같이 속세에 초월한 것 같던 티베트에 칭짱(靑藏)철도의 개통과 함께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라싸에서 만난 한족(漢族) 출신의 택시기사는 "땅값이 올라 벼락부자가 된 사람이 적지 않다"며 "이들은 뭉칫돈을 갖고 다니고, 택시 요금을 깎는 일도 없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 규모의 사찰인 저펑쓰(哲蚌寺). 드레펑 사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곳 모습은 조캉 사원과는 대조적이다. 불상에도, 벽에도 신자들이 낸 지폐가 꽂혀 있다. 한쪽에선 승려들이 둘러앉아 돈을 세고 있다. 절 구내에는 '촬영비 20위안(약 2400원)' '촬영하면 돈을 내야 함'이라고 적힌 푯말이 곳곳에 서 있다. 사찰 앞길에는 '통과비 2위안'라는 표지판도 있다. 통과하는 차량에도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택시기사들이 2위안을 더 받는 이유다.

라싸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의 양바징(羊八井) 부근. 칭짱열차가 지나는 철로 교각 아래로 티베트 여인이 소떼를 몰고 가고 있다. 라싸=김성룡 기자

라싸는 이미 베이징 못지않은 소비도시다. 휴대전화 매장에 진열돼 있는 제품들이 베이징이나 상하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30일 라싸 중심가인 베이징중루(北京中路)에서 개장한 바이이차오스(百益超市). 6층 규모의 매장은 대도시의 수퍼마켓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 각종 양주에다 고가의 포도주까지 갖췄다.

부다라궁(布達拉宮) 왼쪽에 자리 잡은 사진현상소. 이곳에는 베이징에서도 찾기 어려운 2기가짜리 디지털 카메라용 칩이 있었다. 칩의 용량이 다 차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이곳을 찾은 한 사진작가는 "첨단의 라싸"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런 변화는 사실 철도 개통 전부터 일었다. 티베트를 찾는 관광객들은 과거에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도 개통이 결정적인 기폭제가 된 것은 분명하다. 최근 1~2년 새 최고 600%나 급등한 부동산 시세가 이를 증명한다. 아직도 다수의 티베트인은 전통 속에 묻혀 살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변화는 분명히 시작됐다.

브라질 축구대표팀 유니폼이나 나이키 티셔츠를 입은 티베트 젊은이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철도와 더불어 21세기 세계화의 물결은 은둔의 티베트를 더욱 빠른 속도로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티베트 ~ 윈난성 `제2 칭짱` 만든다 [중앙일보]

중 - 동남아 경제권 연결
제2의 칭짱철도가 건설된다. 티베트와 윈난(雲南)성을 잇는 뎬짱(藏)철도다. 뎬은 윈난성의 별칭이다.

칭짱철도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리진청(李金城) 설계 총감독은 6일 티베트 자치구의 수도 라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칭짱철도보다 더 험난한 뎬짱철도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칭짱철도가 티베트와 중국 내륙을 동서로 연결하는 반면 뎬짱철도는 남북으로 달리게 된다. 착공 시기는 2010년 이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뎬짱철도가 완공되면 중국과 미얀마.태국.라오스.베트남을 망라하는 '중국-동남아 국경 무역권'이 형성될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달 개통된 칭짱철도를 활용해 인도.네팔.부탄 등 '중국-서남아 무역권'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한편 칭짱철도의 연장 노선도 최근 착공됐다. 연장 노선은 라싸에서 동쪽으로 린즈(林芝)까지 415㎞, 서쪽으로 르카쩌(日喀則)까지 248㎞다. 이 공사가 끝나면 티베트 자치구를 대부분 철도로 연결하는 대역사가 마무리된다.

 

운송비 75% 절감 … 서남아 교역 늘 듯 [중앙일보]

칭짱철도 경제 효과는
칭짱철도가 가져올 경제적 효용은 얼마나 될까. 가장 먼저 수송 원가의 대폭 절감을 들 수 있다. 라싸운송협회 관계자는 "수송비가 75% 이상 낮아졌다"고 말했다. 2002년 칭하이(靑)성 거얼무(格爾木)에서 라싸까지 화물 운송비가 t당 465위안이었으나 철도 개통 뒤 137위안으로 내려갔다는 것이다.

라싸는 본래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했다. 최근 중국티베트연구센터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동부 연안 도시에서 54위안에 살 수 있는 물건이 라싸에서는 두 배 가까운 100위안이나 한다. 지난해 말 티베트와 인근 쓰촨(四川)성의 생필품 가격을 비교한 결과 티베트가 30~6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륙지방에서 t당 200위안이 조금 넘는 석탄 값이 여기서는 무려 700위안에 달한다. 이런 터무니없는 가격은 엄청난 수송비 탓이다. 칭짱철도가 개통되기 전 라싸로 가려면 항공기나 자동차를 이용해야 했다. 항공기는 수송비가 너무 비쌌고, 육로는 험한 계곡과 고원 지대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하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경제는 주변 지역보다 낙후돼 있다. 그 이유 역시 물류가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철도 개통으로 이런 환경들이 개선되고 있다. 아직은 효과가 눈에 보일 정도는 아니지만 열차가 정상 운행되는 내년부터는 물동량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과학원 서부발전연구센터의 웨이허우카이(魏後凱) 소장은 최근 중국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칭짱철도의 완공으로 티베트를 드나드는 각종 물동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0년 티베트를 드나들 물자 수송량(예상) 280만t 가운데 75%를 철도가 맡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길이 열리고 철도가 깔리면서 티베트의 신비가 벗겨지고 있다. 울긋불긋하고 화려한 모양의 여성 속옷 진열대가 눈길을 끈다.

티베트에도 한류가 있다. 주민들이 켜놓은 TV에 가수 유승준이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다.

생수 래핑 광고를 붙인 시내버스. 최근 라싸 시내 곳곳에는 대도시에나 볼 수 있는 대형 광고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