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올린 글의 제목이나 관련 검색어를 포털에 쳐보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가끔 내 글을 퍼다놓은 블로그를 찾게 되는데, 마치 자신의 글인양 의도적으로 속이는 경우가 아니라면 출처를 밝히지 않았더라도 입가에 흐믓한 웃음이 흐른다. 출처와 간단한 촌평까지 남긴 포스트를 만나면 너무 고마워 댓글을 달아 감사 표시를 남기기도 한다.
최근 ‘미녀들의 수다’라는 방송프로그램 리뷰를 적었다. 마음에 드는 글은 아니었지만 방송 관련 글들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편이라 혹 이름 모를 블로그에서 내 글을 보게될 기쁨을 누리게 될지 몰라 검색창에 ‘미녀들의 수다’를 집어넣었다.
스크롤을 내리면서 검색결과를 쭉 훑어 보는데, 뉴스 부분에서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 프리뷰에 드러난 제목과 일부 내용이 나의 글의 취지와 비슷한 기사였다. 최근 폐지하라는 비판까지 받고있는 프로그램을 옹호한 나로선 드물게도 나와 생각이 같은 기사를 만난 게 여간 반갑지가 않았다. 그런데 기사를 읽어가다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기사의 내용이 나의 글과 흡사한 부분이 상당히 많았던 것이다.
나는 ‘미녀들의 수다’가 특집용 방송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고 쉽지않은 외국인 캐릭터 구축에 성공하면서 교양과 오락을 잘 결합시킨 방송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점을 평가했다. 그리고 방송에서 주목받는 10명의 캐릭터 성격과 인기요인들을 같이 소개했다.
기사에서 “출연자들의 캐릭터가 구축돼 가면서”라던가 “교양과 오락을 겸하는 좋은 취지” 등의 문구는 그런 류의 프로그램을 보고 떠올리기 쉬운 문구라 유사함을 주장할만한 것이 못된다. 그러나 캐릭터 설명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생각의 ‘공유’가 아닌 ‘참고’로 의심되어지기 시작했다. 기사와 나의 외국인 출연자 설명 부분을 표로 만들어 비교해 보았다.
출연자 |
출처 |
비교문구 |
에바 |
기자 |
“에바는 인기 만점이다.” “에바는 .... 순수하면서도 깍쟁이와 백치미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
필자 |
“인기 1위를 뽑으라면 아마 에바가 뽑힐 것이다.” “답변은 항상 순진하고 긍정적이어서 약간 백치미도 느껴진다.” | |
손요 |
기자 |
“한국인의 문화적 편견을 지적하는 말투가 사뭇 공격적이다.” |
필자 |
“'모니카' '원시 투'와 함께 도전적인 태도를 취하는 3인방이다.” | |
소피아 |
기자 |
‘말레이시아의 박정아’ 소피아 |
필자 |
한국출연자로부터 말레이시아의 '박정아'라는 별칭을 얻고있다. | |
엘리자베타 |
기자 |
목욕탕만 가면 사람들이 자신을 자꾸 쳐다본다는 우크라이나의 금발미녀 엘리자베타 |
필자 |
목욕탕에서 자꾸 처다본다는 얘기에 남희석이 왜 그런거 같냐고 물어보니까 "몸매가 예뻐서요"라고 대답햇던 여자다. | |
디에나 |
기자 |
“에콰도르 국적의 한국계 혼혈 디에나 권” |
필자 |
“에콰도르 국적의 한국계 혼혈 디에나 권이다” |
물론 위의 표의 내용들은 꼭 나의 글을 참조하지 않더라도 ‘미녀들의 수다’ 방송을 봤다면 쉽게 떠올리고 공유할 수 있는 인식들이다. 그러나 비슷한 인식이 여러번 겹치는 것도 확률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기사엔 인터넷만 참고하여 적었다는 의심을 살만한 결정적 오류가 있다.
기사 중의 한 문장이다 <또 중국의 손요다는 한국인의 문화적 편견을 지적하는 말투가 사뭇 공격적이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중국 출연자의 이름은 ‘손요다’가 아니라 ‘손요(Sun Yao)’다 도대체 ‘손요다’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두 이름은 발음상으로도 거의 연관을 찾아 볼 수 없다.
나의 글에서 손요에 관한 부분을 찾아보면 이렇게 나와있다. <중국여성 손요다. 인도의 '모니카' 베트남의 '원시 투'와 함께 도전적인 태도를 취하는 3인방이다.> 내가 게을러서 ‘손요’는 따옴표를 치지 않고 적었다. 혹시 기자가 내 글을 참조하면서 “손요다”라는 부분을 ‘손요’이다 란 뜻이 아닌 이름 ‘손요다’로 보고 위의 문장을 이렇게 이해한 것은 아닐까? <중국의 '손요다', 인도의 '모니카' 베트남의 '원시 투'는 함께 도전적인 태도를 취하는 3인방이다. >
이건 간단한 실수로 보이지 않는다. 방송을 봤다면 카메라노출 빈도가 아주 높은 ‘손요’의 이름을 '손요다'로 실수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방송을 제대로 보지 않고 기사를 적었다는 의심을 할만하다. 만약 방송을 제대로 보지 않고 적었다면 누군가의 것을 참고해 도움받아 적었을 것이고 가장 유력한 것은 컴퓨터 켜면 언제든 볼 수 있는 인터넷 상의 글들이다. 정황상 꼭 내 글이 아니더라도 인터넷 상의 글을 참고하여 적었을 소지가 다분하다.
인터넷의 글을 보고 착안하고 참고하는 것은 결코 말릴 일이 아니다. 그건 애초에 지적자원의 사용의 편의를 위해 기획된 인터넷의 의도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적자원의 사용엔 질서와 규칙이 필요하다.
만약 누군가 원문의 아이디어나 내용 중 일부를 그냥 사용한다면 글쓴이는 창작 의지를 잃을 것이다. 반대로 착안 한 정도의 아이디어에도 원문의 이름을 붙여준다면 원문 저자는 더 창작열을 붙태워 인터넷의 풍성함에 한 몫을 할 것이다. 학계의 논문에서 출처나 착안에 도움을 준 부분을 자세하고 확실하게 밝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것도 물질은 아니지만 일종의 지적재산권이라 할 수있다.
인터넷 상에서 착안에 영향을 주었거나 일부의 내용을 참고해간 경우는 사실 글쓴이가 봐도 알기 힘들다. 많은 부분 참고했다 해도 글이 조금이라도 틀린다면 참고가 된 원문저자라는 주장을 하기 어렵다. 사실 명백한 표절은 법적인 제재가 마련되어 있고 사회적 인식도 많이 강화되어 저자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보호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보호받을 수도 없고 주장하기도 어려운 ‘참고’ 되는 지적자원들이다.
이러한 지적자원까지 재산권을 주장 하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자원에 재산권이 들어가면 사용에 불편함 때문에 지적자원이 고갈될 우려가 있다. 이런 지적 자원은 물질적 보상이 아닌 정신적 보상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참고가 되는 글을 생산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따라서 다른 누군가가 그 기여로 시간과 수고를 덜었다면 그에 대한 표시가 마땅히 있어야 한다.
고맙게 사용한 인터넷의 지적자원을 더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간단한 착안이나 출처 등의 표시는 해주자. 인터넷이 질높고 풍부한 지적자원으로 넘쳐날려면 사용자들이 인터넷 지적자원 사용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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