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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모든 스탭 확신 위해 2~5년간 기획한다”

야마가 히로유키 가이낙스 대표, 글로벌비즈니스 코스서 노하우 밝혀

 

▲9일 역삼동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2005~2006년 문화콘텐츠 글로벌비즈니스 코스 수료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을 개최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서병문)은 9일 역삼동 진흥원 본원에서 2005~2006년 문화콘텐츠 글로벌비즈니스 코스 수료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워크숍에는 특히 <신세기 에반게리온>, <톱을 노려라>,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등 여러 명작을 배출해오고 있는 가이낙스의 야마가 히로유키 가이낙스 대표이사가 강연에 나서 참석자들의 높은 관심을 모았다.

강연에서 야마가 대표는 가이낙스의 노하우로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5년에까지 이르는 길고 치밀한 기획단계”를 들고, 이를 통해 “스폰서, 감독, 작화가 등 모든 스탭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되며 10년, 20년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이 나오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긴 기획단계는 곧 작품성과 상품성을 갖추게 한다”며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사랑받는 작품이 곧 자연스레 해외에도 진출할 기회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즉, 스태프들 스스로가 의견을 내고 자신들이 책임지며 오랜 시간을 들인 ‘웰메이드’ 작품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된다는 요지다.

강연 이후에는 코스 수료생들 간의 네트워킹 모임이 이어졌다.

‘문화콘텐츠 글로벌비즈니스 코스’는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세계 주요 국가를 통해 진행하는 연수 제도로, 지난 2002년 시작됐다. 문화콘텐츠산업 종사자들이 세계 문화콘텐츠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국내외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확장함으로써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강화하도록 한다.

다음은 야가마 히로유키 대표의 강연 내용이다.

“작품의 긴 수명은 치밀한 기획단계에서 오는 법”

▲야마가 대표
야마가 대표의 강연은 최근 가이낙스에서 제작한 <톱을 노려라 2>와 19년 전 제작된 <톱을 노려라 1>을 조합한 극장용 예고편 동영상으로 시작됐다. 무려 18년의 차이. 전편을 보고 자란 어린이가 성인으로 성장해 속편을 제작했을 법도 한 시간차다. 하지만 그 둘의 캐릭터 디자인과 제작자는 다르지만 전혀 어색하거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데, 야마가 대표는 바로 여기에 가이낙스의 노하우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처음 애니메이션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10년, 20년 후에도 속편을 만들 수 있는, 혹은 오래된 필름도 그대로 쓸 수 있도록 제작합니다.

<톱을 노려라>의 각본은 제가, 감독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으로 잘 알려진 안노 히데유키가 맡았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나름의 작가정신과 장인정신으로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금전적인 손해는 있었죠.

당시만 해도 애니메이션 비즈니스라는 개념도 잘 없었던 것은 물론 그 방법과 권리주장마저도 어려웠던 때였습니다. 비즈니스적으로는 참패를 겪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톱을 노려라>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깊은 감명을 남겼습니다. 어린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성인들은 중·장년이 되어서도 이 작품을 기억하게 됐죠. 우리가 굳이 18년 후에 다시 속편을 제작한 것은 우리 회사 애니메이터들, 스탭들이 모두 이 작품의 팬이었을 뿐 아니라 아직도 이 작품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일본 애니메이션회사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기획을 하고 있지만 작품 제작으로 수익을 올리려고 하는 자세가 기본으로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스탭들이 너무 많은, 무리한 작업을 해야 하는 한계가 따릅니다. 우리 가이낙스는 그 방향은 아닌 듯해서 방향을 틀었습니다.

사실 그림을 그리고 연출하는 기간은 예산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많은 작품보다는 수는 적더라도 잘 만든 작품을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그 끝에 나온 것이 각본전 기획단계를 2~5년 정도로 잡는 방법입니다. 보통의 일본 애니메이션 회사들이 3~6개월을 잡는 것에 비하면 무척이나 긴 시간이죠.

사실 이 기획기간에는 예산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 스탭들은 이 기간에 함께 여행을 다니고 영화도 보면서, 소위 말해 ‘놀면서’ 함께 지냅니다. 동시에 현재 업계의 흐름을 읽어나고 고객들의 취향을 읽어내면서 나름의 마켓 리서치를 진행하죠. 보통의 마켓 리서치야 고객층을 정하고 주력 상품을 결정하고, 통계조사를 꾸리는 것이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사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즉, 나라면 어떤 작품을 소장하고 싶을까 하는 고민입니다. 스스로를 고객이라 생각하고 여러 가지 상상력을 동원해 나름의 리서치를 진행하는 것이죠.

▲가이낙스의 대표작 <신세기 에반게리온>

물론 이것은 잘못하면 ‘나만의 취향’으로 빠질 수 있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대신 아주 긴 시간(2~5년)을 들이는 것이며, 팀원들간에 의견이 부딪히는 가운데 서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아가게 됩니다. 여기의 기준은 하납니다. ‘이 아이템이 10년 후에도 비즈니스적으로 먹힐 것인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11년 전 탄생한 것입니다.

구체적인 작품 작업을 명확하게 설명해내긴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애니메이터, 마케터, 스폰서 모두 비즈니스에 대한 성공 신념을 갖고 추진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흥행에 실패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멀리 보고 나름의 장기계획을 세워 실천에 잇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오랜 장기계획은 자연스레 해외에 판매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냅니다. 우리는 제작 초기에서부터 해외 어느 특정한 곳과 거래하기 위한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작품이 오랫동안 일본에서 사랑받는다면 가령 남미의 어느 한 나라의 PD가 우연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되겠죠. 사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지금은 전세계에 방영되고 있지만 처음엔 TV도쿄라는 지역방송에서만 방영됐답니다. 2~3년이 지나는 사이 팬들 사이의 알음알음으로 작품이 알려지게 되고 자연히 방송, 영화 관계자들이 그 작품을 보여달라는 요청을 하게 되는 것이죠.

즉, 작품의 전세계적 확산에는 시간이 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홍보에 소요되는 시간이 아니라 고객이 해당 작품을 계속 화제로 삼을 수 있는 기간입니다. 반짝 떠올랐다 가라앉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회자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상품성과 작품성은 결코 분리될 수 없습니다. 몇 년간 일본에서 사랑받을 수 있고 회자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상품성을 뜻합니다. 그러나 그 상품성에 내용이 없다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참 괜찮은 작품이지만 이내 사람들 속에서 사라진 작품들도 꽤 많습니다. 상황을 항시 낙관적으로 볼 일도 아니죠. 늘 경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작업을 하다 보면 스폰서, 작가, PD, 감독, 작화자까지 서로들 부딪히게 돼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펴는 게 중요합니다. 일본의 많은 회사들이 스폰서 혹은 PD가 위에서 지시를 내린 작품들이 기획되고 시나리오로 만들어지고 작화에까지 이릅니다. 흔히 이들은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하지만 이것은 한 사람이 책임지고 말 문제라고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그 책임을 스폰서를 포함해 각각 분담하고 있다. 그 책임 하에 공동의 목표와 목적, 분위기를 만들어가죠. 물론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각본이 끝나고 작화, 캐릭터 디자인 등 이후 작업에도 참으로 많은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그것들로 인해 애초의 기본 방향과 목표가 흔들려선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들인 기획단계가 필요한 것이죠.

우리가 <톱을 노려라>의 속편 각본 작업을 3개월만에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최근 극장용 애니메이션 <오네아미스의 날개>를 제작한 영향도 있지만 전편에 대한 오랜 시간의 조율과 협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투자자들은 당장의 인사이동을 위해 실적을 염려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급히 서둘러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낸 경우는 없습니다. 그만큼의 오랜 시간을 두고 스폰서와 작가, 감독 등이 기획하는 것이 가이낙스의 기본 방침이며, 히트작을 내게 된 비법입니다. 앞으로도 가이낙스는 그렇게 해나갈 것입니다.”

야마가 히로유키는 누구?
1962년생. 가이낙스 대표이사. 오사카예술대학 영상계획학과 동급생인 아카이 다카미, 안노 히데아키와 만나 1981년 공개된 제20회 일본SF대회 오프닝애니메이션 제작, 애니메이션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1984년 가이낙스를 설립, <오네아미스의 날개~왕립우주군>(1987) 극장공개 후 <톱을 노려라>(1988), <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 속의 전쟁>(1989) 등의 각본을 담당했다. 또, <신세기 에반게리온>, <마호로매틱>, <아베교마법 상점가> 등 가이낙스의 대표작들을 제작했으며 2005년 일본에 공개된 <원더풀데이즈>의 일본어판 각본 및 연출을 담당한 바 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 홍지연 기자(news@kocca.or.kr)

출처 : 문화예술
글쓴이 : CT News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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