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써티님 방에 갔다가 파키스탄 국경 지역의 산악지대 풍경을 보고 생각이 났습니다.
저는 출장을 다니는 중에도 주말에는 가능한 알프스에 들르려고 노력하거든요...
지난 여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바로 알프스의 샤모니-몽블랑에서 보낸 시간이예요,
이번에는 날씨도 화창해서 몽땅베르랑 에귀이 뒤 미디랑 잘 구경을 했고요
지난 몇년간 계속 방문을 꿈꾸었던 엘브로네까지 모두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
그동안 두 개의 글(관련글 1, 관련글 2)을 통해 샤모니-몽블랑의 모습을 전해드렸었지만
2006 샤모니에서 다시 본 알프스 모습을 세 개의 연속글로 또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밀라노에서 이탈리아 서북부 산악지대와 몽블랑 터널(11Km)을 거쳐 샤모니에 도착하니
오후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프랑스 알프스 샤모니-몽블랑 지역은 제게 익숙한 곳이어서
좋은 날씨에 여름해가 긴 점을 이용해서 우선 몽땅베르(Montenvers)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몽땅베르로 가는 산악열차는 톱니처럼 생긴 바퀴를 달고 알프스의 경사진 길을 오르는데 전에는
사진에서 보는 것 같은 기관차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두 량의 빨간색 객차만 연결되어 있습니다.
1,035 미터 고도의 샤모니 마을에서 출발해서 1,913 미터 고도의 몽땅베르(Montenvers)까지
1880년부터 선로를 건설하기 시작했고 기차가 다니기 시작한 것은 1909년부터라고 합니다.
유럽의 3대 빙하중 하나인 메르 드 글라스(Mer de Glace = 얼음바다)를 구경하기 위해
일행들과 함께 몽땅베르 행 기차에 올랐습니다.
조금씩 고도가 높아지면서 창밖으로는 샤모니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알프스 산맥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습니다. 약 2000-2500미터 높이를 경계로 푸른 식물이 있는 부분과
바위산으로 구분되어 있고요... (알프스는 실제로 거대한 암석산이예요)
열린 창을 통해 기차 뒤편으로는 몽블랑에서 샤모니 마을을 향해 내려가고 있는
보쏭 빙하의 끝자락이 살짝 보였습니다. 주변 경치가 내내 싱그러웠어요...
메르 드 글라스를 향해 가는 길에는 특별한 설레임이 있습니다.
그동안 알프스에서 많은 추억을 갖게 되었지만 특히 이곳 샤모니-몽블랑이 제게는 가장
의미가 있는 곳이거든요... 메르 드 글라스와 그랑드 조라스 때문이죠... (관련글 가기)
이제 기차는 점점 고도가 높아져서 샤모니 마을이 저 아래 내려다 보입니다.
몽땅베르 역에 가까와 질수록 터널과 같은 구간이 많아졌습니다.
낙석으로부터 보호를 위한 것 같아요. 몽땅베르가 샤모니에 있는 전망대 중에서는
가장 낮은 곳(해발 1,913 미터)에 위치하지만 그래도 주변에 온통 암석산이예요.
목적지 몽탕베르 도착... @.@..
기차에서 내리며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바로 눈 앞에 솟아있는 드뤼 봉(Aigu. du Dru)의
위용 때문이죠. 한여름이어서 눈이 별로 없는데도 드뤼봉으로 부터 눈 녹은 물이 만들어 내는
폭포 줄기가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드뤼 봉우리는 고도가 3,754 미터예요.
기차역에서 빙하 쪽을 향해 걸어가며 보게되는,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예사롭지 않죠?
저의 가슴이 쿵쾅거렸어요. 멀리서도 제 눈을 사로잡는 그랑드 조라스(Les Grandes Jorasses,
4,208 미터), 당 뒤 제앙(Dent du Geant, 4,013 미터)...
잠시 전망대에서 메르 드 글라스를 바라봅니다. S자형으로 내려오는 큰 길처럼 보이는
빙하예요. 한여름에는 덮인 눈이 녹고 돌가루 등이 쌓여서 이렇게 흙길처럼 보입니다.
19세기초 까지만 해도 몽블랑보다도 이 빙하가 더 관심을 끌었다고 하고요
나폴레옹 3세나 괴테, 고티에, 샤또브리앙 등도 이곳을 구경하러 다녀갔다고 하는 곳입니다.
물론 그들은 당나귀를 타고 여기까지 올라왔었다네요...
사진 속에는 그리 커보이지 않지만 빙하의 길이가 14 킬로미터, 면적이 40 제곱킬로미터,
길 처럼 보이는 빙하 얼음의 깊이만 해도 200미터나 된다고 합니다.
알프스의 고봉에 둘러쌓인 빙하와 바로 눈 앞에 자리하고 있는 드뤼 봉의 모습이 언제 봐도
인상적입니다. 한여름이어서인지 지난 번(2년전) 왔을 때보다도 더욱 황량한 듯 하면서도
알프스 다운(?) 자태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써티님 방에서 파키스탄과 중국 국경지대의
산악지역 사진을 보니 그곳도 느낌이 비슷하더라고요... 언젠가 가보고 싶어졌어요.
빙하를 구경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곤돌라를 타고 다시 내려가야 합니다.
직접 빙하를 밟아보고, 빙하가 만든 얼음동굴도 방문할 수 있거든요...
여러번 가본 길이어서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일행들에게 구경거리를 소개하기 위해 내려갔습니다.
곤돌라 아래 멀리보이는 하늘색의 작은 구멍들이 얼음동굴이예요...
몽땅베르에는 얼음동굴 외에도 크리스탈 갤러리, 알프스 동물 박물관 등이 있지만
처음 오시는 분들께는 빙하를 직접 방문할 수 있는 이 코스가 제일 흥미롭거든요...
곤돌라에서 내려서도 난간과 계단을 따라 한참을 걸어내려가야 하는 곳입니다.
돌가루로 덮인 빙하의 속살이 군데군데 보이시죠?
아래로 내려갈수록 주변의 경치가 좀 전과는 또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바닥까지 내려가지 않기로 하고 일행들을 내려보냈어요. 잠시 숨을 고르며
주변을 더 둘러보려고요...
지난번에 얼음동굴을 방문했던 사진은 이미 다른 글에서 보여드렸었어요.
저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난간에 기대서 옛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이 빙하는 상류쪽은 1년에 약 20 미터, 바로 아래 내려다 보이는 곳은 약 14 미터가 움직입니다,
매시간 1 센티미터씩 이동하고 있는 셈이죠. 그러니까 이렇게 내려다 보이는 저 얼음 속에는
수천년의 역사와 흔적이 숨어있다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요...
멀리있는 그랑드 조라스(Les Grandes Jorasses)를 바라봅니다.
알프스에서 암벽등반을 하는 분들에겐 아이거 북벽과 함께 가장 정복하고 싶어하는 대상이예요.
저 곳을 등반하다가 추락해서 크레바스에 빠진 많은 알피니스트들이 빙하 속에 잠들고 있겠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아래로 떠내려올테구요... 당시의 모습을 간직한 채로...
드뤼 봉우리를 감싸고 있던 구름이 완전히 걷혔네요... 이제 다시 올라갈 시간이예요.
천천히 계단을 올라 곤돌라 탑승장으로 향했습니다. 일행들은 아직 얼음동굴 속에 있는 듯...
알프스 곳곳에 이런 곤돌라를 이용해서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은 편리하기도 하지만
한편 얼마나 건설이 어려웠을까, 자연파괴는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광활한 지역에 펼쳐져 있는 알프스에는 고도 3000 미터 정도까지 자동차 길이,
4000 미터 정도까지 곤돌라나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멀리 얼음동굴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일행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기다려서
곤돌라로 몽땅베르 역으로 올라갔습니다.
언제 또 와야겠지요? 그 때는 하얗게 눈 덮인 계절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몽땅베르에서 샤모니 마을로 내려가는 길, 나무가 울창한 숲길도 있습니다.
기차 창 밖으로는 산짐승을 키우며 산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도 언뜻 스쳐지나갑니다.
오래전에 한 때 해보고 싶은 일이었어요, '하이디 처럼' 살기... ^^
샤모니에서 첫 날은 이렇게 메르 드 글라스 구경을 다녀왔고요,
다음 날 에귀이 뒤 미디에 올라 몽블랑을 보고 이탈리아 국경의 엘브로네까지 다녀왔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 하기로 하겠습니다. 며칠만 기다려 주세요~~
참, 그리고 아래는 샤모니 방문에 대한 팁입니다. 도움이 되실지 몰라서...
전에는 샤모니-몽블랑에 오시는 분들의 불만이 방문지마다 입장료(케이블카, 곤돌라, 기차)가
매우 비싸고 표를 구입하기 위해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었는데 올해 가보니 아래와 같은
'Multipass Mont-Blanc'이 생겼더라고요 ♬
36시간동안 주요 전망대에 방문할 수 있는 패스가 겨우 52유로, 놀라운 할인가격이예요.
저도 이번에 구입해서 사용했는데 매표소마다 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는데다가
에귀이 뒤 미디, 브레방-플레제르, 몽땅베르 등 어디나 자유로이 갈 수 있어서 참 유용했습니다.
다음번에 다시 샤모니에 가게되면 꼭 이걸 또 이용할 예정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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