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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onderful dream

[스크랩] 알프스 - 샤모니 몽블랑 5

지난 여름 샤모니 몽블랑에서 본 알프스의 모습 소개를 마무리 해야겠죠?

이런저런 이유로 너무 늦어진 것 같아요... 사진이 많아서 정리에 시간도 필요했구요...^^;

수백장의 사진을 줄이고 다시 줄였지만 그래도 아주 긴~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샤모니 몽블랑에서 이 글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은 곳은 에귀이 뒤 미디에 이어 이번에

처음 방문했던 헬브로너(=엘브로네르, Pointe Helbronner)까지 왕복구간의 풍경이예요.

몇년 전부터 계획했지만 샤모니에 갈 때마다 시간부족, 날씨와 케이블카 문제 등으로

올 여름에야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답니다.

 

 

 

작년에 에귀이 뒤 미디를 방문했을 때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짙은 안개로 인해 얼음동굴을

지나 바로 이 지점까지 왔다가 되돌아가야 했어요... (관련 글)

 

이날 아침엔 샤모니 마을에서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를 확인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에귀이 뒤 미디(관련 글)까지 올라왔구요, 이어서 엘브로네르까지 계속 가보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동안 들고 다녔던 36시간 몽블랑 멀티패스로는 갈 수가 없는 곳이어서 우선 매표구에 가서

에귀이 뒤 미디 - 엘브로네르 왕복 티켓을 구입했어요. 18유로로 그리 비싸진 않았습니다.

 

글라씨에 뒤 제앙(제앙 빙하) 위를 비행하는 소형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 탑승장에 대기하며

숨을 고르고 있는데 문제가 생겼어요... 우리 일행이 5명이어서 2명+3명, 두 대의 케이블카를

배정받았는데 갑자기 두명이 고산증으로 어지럼증을 호소했습니다. 되돌아가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워낙 증세가 심해져서 탑승을 취소하고 환불을 받아 먼저 샤모니 마을로 돌아가

기다리기로 했고요, 덕분에 우리 일행 세 명은 한 대의 케이블카(최대 4인승, 일행끼리 탐)에

동승할 수 있었지만 아픈 사람들을 생각하며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실제로 왕복하는데 두 시간 남짓 걸린다고 했는데 대기시간과 이탈리아측에서 잠시 머무는

시간을 포함하면 세 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여정이었거든요... 게다가 에귀이 뒤 미디에서

샤모니 마을로 내려가는 시간도 감안해야 하고요 ㅜㅜ

 

 

 

 

여하간 약 25분간의 대기 시간이 지나고 빨간색의 작은 케이블카에 탑승했습니다.

이제 출발~~ 에귀이 뒤 미디를 떠나며 케이블카 창밖을 보니 알피니스트들은 걸어서

이 가파른 봉우리를 내려가네요. @.@ 몇 명씩 짝을 지어서...

 

 

 

엘브로네르로 가는 케이블카의 모습은 이렇게 생겼어요. 반대편에 케이블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최대 4인승의 작은 케이블카 세 대가 한 팀이어서 한 번의 정거에

최소 6인에서 최대 12인이 탑승하게 됩니다... 장기간 갇혀있어야 하므로 아는 사람 끼리만

한 공간에 배정을 하더라고요... 행여 있을 수 있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에귀이 뒤 미디(3842미터)에서 헬브로네(3462미터)까지는 거의 수평으로 이동하는데

중간지지대 없이 연결된 케이블로 끌어당기는 이러한 특별한 케이블카로 비행하는 거예요. 

약 5킬로미터(논스톱 경우 편도 25분)에 이르는 구간을 알프스 산맥의 고공에

매달려있는 셈이지요... 실제로는 왕복 두시간 이상 공중에 있습니다.

 

이 케이블카를 타고 몽블랑과 몽모디 뿐만아니라 제앙 빙하와 메르 드 글라스를 내려다보구요,

당 뒤 제앙부터 시작해서 병풍처럼 펼쳐지는 그랑드 조라스도 조망할 수 있습니다!!!

 

 

 

 

한여름인데도 주변의 4000미터 이상의 고봉들 사이를 이렇게 눈이 메우고 있었어요.

 

눈밭이 부드러워 보이지만 현재 위치를 생각하면 아찔하기도 합니다. 곳에 따라 천미터 이상의

고도차가 있어서 한 줄의 팽팽한 케이블에 의지하고 고공에 매달려 있는 사람의 눈에는

포근하게만 보이지는 않더라고요... @.@

 

 

 

 

 

게다가 제앙 빙하는 수없이 많은 세락과 크레바스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세락이란 빙하가 급한 경사를 내려올 때 갈라진 틈과 틈이 교차해서 생기는 빙괴예요,

크레바스는 잘 아시다시피 빙하 중간에 깊게 갈라진 열극(계곡과 비슷)이구요.

 

한여름이어서 이렇게 자세하게 세락과 크레바스를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 멀리 보이는 그랑드 조라스(Grandes Jorasses)에는 제가 특별한 추억을 갖고 있어서

이번 기회에 그 암벽을 바라보며 명복을 빌어드렸습니다...

(전에 '추억의 단편' 카테고리에 관련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케이블카는 천천히 전진해서 메르 드 글라스의 상부를 지나고 있습니다.

 

이 전날에도 산악열차를 타고 몽땅베르에 가서 메르 드 글라스의 하부에서 올려다 봤었는데

(관련 글) 하루 사이에 다시 그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셈입니다.

 

 

 

건너편 Gros Rognon 쪽을 바라보니 에귀이 뒤 미디로 향하는 케이블카 세 대가  또 지나갑니다.

 

이 지점에서 풍경이 아름답지만 유리창을 통해 사진을 담는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서

자세한 사진은 잠시 후 돌아갈 때 찍기로 마음먹고 사방을 둘러봤습니다.

 

 

 

 

 

발 아래를 보니 아찔하네요 @.@ 세락과 크레바스가 무서운 입을 벌리고 있습니다.

 

흰 눈밭에 빙하의 틈이 조금 검게 보이는 이유는 돌가루가 바람에 날려와서 쌓이 탓인 것 같아요.

알프스는 대개 청정구역이어서 깨끗한 눈이 내리거든요...

한여름에도 다 녹지 않은 이 빙하의 눈과 얼음은 그야말로 만년설인 셈이예요.

 

 

 

 

계속 조금씩 이동하는 메르 드 글라스의 상부는 바람에 날린 눈결만 있을 뿐 폭신하게 보입니다.

 

갑자기 스키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은 스키를 잘 하지도 못하지만요 ㅎㅎ

 

 

 

 

메르 드 글라스 위에 매달려서 한참 기다린 끝에 다시 엘브로네르를 향해 전진했습니다.

이 소형 케이블카는 5분쯤 가다가 5분 쉬기를 반복하며 이동하나봐요...

 

중간 중간 정지하는 동안에 에귀이 뒤 미디와 엘브로네르 양쪽에서 탑승자들이 케이블카에

내리고 탈 수 있게 케이블을 당겼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는 거겠죠?

이동도 아주 느린 속도로 이루어지지만 멈추어 섰을 때는 혹시나 하는 무서운 생각도 든답니다.

만약에 저 빙하를 미끄러져 내려가야 하는 경우를 상상해보세요... 에구... @.@

 

 

 

 

우리의 케이블카를 지탱하고 있는 케이블들을 담아봤습니다.

 

에귀이 뒤 미디에서 여기까지 약 5킬로미터에 이르는 구간을 중간 지지대도 없이

케이블을 팽팽하게 잡아당겨서 우리를 이동시키는 거였어요. 공학적으로도 대단합니다...

 

 

 

 

 

이제 프랑스에서 이탈리아 알프스로 넘어왔고요, 이 정류장의 이름이 바로 엘브로네르예요.

다른 말로는 헬브로너 라고 부르는 첨봉(고도 3462 미터)에 이런 시설을 했네요.

좀전까지 불어로 된 안내표지판들이 이제 이탈리아어로 바뀌었습니다...

 

에귀이 뒤 미디 보다도 좀 낮고 주변 알프스의 4000 미터 이상 고봉에 비해서 작은 봉우리지만

사방으로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어서 전망대를 만들었다고 들었었어요.

 

 

 

 

하차해서 계단을 통해 전망대로 올라가기 전에 이렇게 암석 전시실도 지나고요,

이탈리아의 휴게소에서 쇼핑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주변 알프스에 대한 멋진 책자와 엽서들을

구입했어요. 좀 더 시간이 있으면 내부를 자세히 보고 싶지만 먼저 내려간 두 사람 걱정에

발걸음을 서둘렀습니다...

 

 

 

이곳이 엘브로네르 전망대예요. 프랑스 측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련미가 좀 덜하지만

하얀 눈을 배경으로 돋보이는 파란 철책이 예뻤습니다.

 

 

 

 

전망대에서 이탈리아 쪽을 바라다 보니 마침 해를 정면으로 보게 되어서 선명하진 않았지만

멀리 Courmayeur(알프스에 있는 동계 스포츠의 중심지 중에 하나)가 내려다 보입니다.

 

이 전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출발해서 샤모니로 오는 길에 저기 내려다 보이는 저 길을 따라

왔었어요... 이어서 몽블랑 터널(12 킬로미터)을 통과했었구요...

 

 

 

 

 

 

 

별로 크지 않은 전망대에서 사방을 파노라마 사진처럼 조망했습니다.

제 디카에 파노라마 기능이 있으면 좋았을텐데... 그나마 광각 렌즈로 담아서 광대한 풍경의

일부를 화면마다 꽉 차게 담을 수 있었어요. 햇빛이 눈부셨는데... 필터는 가져가지 못해서 ㅜㅜ

 

사진 속에서 바위처럼 보이는 산들이 실제로는 그 높이가 상당한 고봉이거든요, 웅장해요...

 

 

 

 

 

봉우리들에 대한 안내 표지판이 몇 개 있었는데 위의 표지판이 있는 사진 속에서

우리가 출발했던 프랑스쪽 에귀이 뒤 미디가 맨 왼쪽에 뾰죽하게 보였습니다.

 

그 옆으로는 Dent du Requin, Aiguille du Grepon, 가운데 움푹 들어간 곳이 Mer de Glace,

오른쪽으로 이어서 Grand Dru, Aiguille Verte... 멀리 있는 봉우리들을 바라보았습니다.

 

마침 에귀이 뒤 미디에서 출발한 케이블카들이 또 엘브로네르에 도착하고 있네요...

양쪽 봉우리 사이에 5킬로미터 구간에 걸쳐진 케이블이 보이시죠?

 

그리고 바로 위 사진 중앙의 눈 덮인 봉우리는 이탈리아 쪽에서 바라보는 Mont Maudit의

웅장한 모습입니다. 그 양옆으로는 Grand Capucin과 Col de la Brenva 등이 있습니다.

 

 

 

 

전망대에서 특이한 구조물로 이러한 조각이 있지만 무엇을 기념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전망대에서 걸어다니는게 좀 힘들고 무섭기도 했지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이탈리아 Courmayeur 쪽으로 내려가는 또다른 빙하의 모습도 자세하게 구경하고요...

 

 

 

 

어? @.@ 이탈리아쪽 봉우리 위로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

어서 돌아가야겠어요, 알프스에서는 일기 변화가 빠르거든요.

 

엘브로네르 정거장에 내릴 때 미리 돌아가는 케이블카 시간을 배정 받았었습니다.

최대한 빠른 왕복인데도 이탈리아 쪽에서 40분이나 머물렀네요...

잠시 기다리며 케이블을 당기는 기계를 살펴봤습니다. 저렇게 가느다란 케이블에 의지해서

다시 5킬로미터 거리를 고공에 매달려 간다고 생각하니 신기할 따름이예요.

 

 

 

 

엘브로네르를 출발하며 발견한 알피니스트들...

이 봉우리의 북쪽 경사면 빙벽을 밧줄에 의지하여 오르내리고 있었습니다.

 

암벽 바로 뒤 구름의 그림자 덕에 꺼멓게 보이는 작은(?) 봉우리는 Grand Flambeaux예요,

멀리 보이는 봉우리는 Mont Maudit (몽모디, 4468 미터)구요...

 

 

 

 

떠나며 바라보는 엘브로네르 봉우리의 모습은 도착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습니다.

 

 

 

 

 

저 아래 알피니스트들의 모습이 간간이 눈에 들어옵니다...

 

구름이 빠른 속도로 프랑스 알프스 쪽으로 이동하고 있어서 마음이 급해졌는데

케이블카는 여전히 느릿느릿 전진을 하네요. 구름 그림자에 가렸던 Grand Flambeaux

모습도 구름이 걷히고 나니 개성있게 보였습니다. 주변의 뾰죽한 봉우리들과 달리

종을 엎어놓은 듯 원만한 자태예요...

 

 

 

 

제앙 빙하의 세락과 크레바스가 멋진 풍경을 보여주는 Gros Rognon입니다.

 

 

 

몽블랑 쪽 방향으로 Gros Rognon을 담으니 참 멋진 사진이 되었어요.

 

 

 

 

 

 

이럴 땐 파노라마 사진 기능이 있는 디카가 아쉽습니다... ㅜㅜ

고공에 정지한 몇 분 동안 바라본 풍경을 눈과 가슴으로 실컷 담아두었어요.

 

 

 

 

 

이제 에귀이 뒤 미디 방향으로 계속 전진합니다. 몽블랑은 눈 앞의 거대한 봉우리 뒤로

살짝 숨어버렸네요... 사진 속에서 잘 실감이 나지 않지만 바로 옆 암벽의 높이가

거의 천 미터에 달한 답니다... 아까 멀리서 보았던 그랑드 조라스는 수직암벽만 1200 미터...

 

 

 

 

 

몽블랑의 발 아래는 고원지대에 만년설이 평원(?)을 이루고 있었어요.

자세히 보시면 그 만년설 위를 걸어가고 있는 알피니스트를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이제 출발점이자 목적지인 에귀이 뒤 미디에 도착할 때가 되었습니다.

케이블카 뒤 쪽으로 이어지는 드넓은 제앙 빙하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어요.

 

 

 

 

에귀이 뒤 미디 바로 아래 빙하 위에 설치해 놓은 산악인들의 텐트들이 내려다 보였구요...

바늘 처럼 생긴 에귀이 뒤 미디 봉우리도 올려다 볼 수 있습니다.

 

 

 

 

몇년째 이상기후로 유럽에도 뜨거운 여름이 계속되고 있지만 올 7월에 만난 몽블랑

늘 그렇듯 하얀 눈을 머리에 얹고 있는 모습입니다.

 

몽블랑을 바라보는 전망대가 있는 에귀이 뒤 미디는 눈이 많이 녹아서 암석산의 벌거벗은

모습을 하고 있지요... 이제 세 시간의 고공 왕복을 끝내고 출발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샤모니 마을로 내려가기 전에 다시한번 몽블랑의 자태를 감상합니다.

또 올께, 안녕~~~

 

 

늘 그렇듯 글이 너무 길어졌어요, 사진을 골라내는게 쉽지 않아서요...^^;;

방문하신 분들 중에 혹시 사진 원본이 필요하신 경우 알려주시면 제가 전송해드릴께요.

이곳에서는 평소와 달리 대용량 사진으로 담았거든요... 포스터 출력도 가능합니다.

 

 

10월 18일, 갑자기 생각이 나서 아래 사진을 추가합니다.

 

 

 

 

꼭 10년전쯤 사진이네요. 이때도 높은 산에서 설경을 보는 걸 좋아했어요.

여긴 샤모니는 아니지만 고도 3200미터 정도 되는 알프스 지역이예요,

'라켓'이라고 불리는 눈신발(테니스 라켓처럼 생긴 널찍하고 둥근 모양,

바닥은 라켓줄처럼 줄이 걸려 있어서 미끄럼을 방지)을 신고

눈덮인 고산지대를 하염없이 걷던 기억이 납니다.

내려오는 길에 알프스의 야생동물들도 만나고 날아가는 매도 관찰하고...

 

 

    

출처 : 이자벨 - 엑스리요네즈
글쓴이 : 이자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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